아버지가 사망하자 아들이 아버지에게 빌려준 돈과 생활비 등을 매매대금으로 하여 아버지의 토지를 매수하기로 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하며 형제들을 상대로 이 토지의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는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아들이 아버지로부터 받은 부동산매도용 인감증명서 등만으로는 아들과 아버지 사이에 매매계약이 체결되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구고법 민사3부(재판장 이흥구 부장판사)는 최근 아들 A씨가 B씨 등 형제 2명을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의 항소심(2017나21368)에서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2014년 7월 아버지가 작고하자, 아버지가 대구 지역에 소유하고 있던 토지에 관해 자녀인 A씨와 피고들, 다른 1명의 상속 지분에 따른 상속등기가 마쳐졌다. A씨의 아버지는 이에 앞서 1979년경부터 이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고, 1986년경 토지 위에 미등기 주택을 건축해 거주했다. 미등기 주택은 아버지 사망 후 철거됐다. A씨는 "내가 아버지에게 빌려준 돈과 생활비 등을 매매대금으로 해 아버지와 토지를 매수하기로 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했으니, 매수인인 나에게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며 소송을 냈다.
A씨는 "아버지가 2003년 가을경 자신의 생활비와 며느리(B의 부인)에게 주택을 구입해 주기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토지와 지상 주택을 4억 5000만원에 매도했는데, 내가 이를 만류하고 돈을 마련하여 매수인들에게 매매계약 파기에 따른 계약금과 위약금 명목으로 5000만원을 지급하고, 아버지에게 2003년 9월부터 2004년 2월까지 4차례에 걸쳐 총 1억 9000만원을 빌려주었다. 또 내가 2004년 5월부터 아버지에게 매월 약 100만원씩을 생활비로 지급했고, 2006년 12월 어머니의 제(祭)를 지낸 비용 1300만원을 지출했다. 이에 나는 2010년 12월 아버지와 토지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며 대여금과 그에 대한 연 5% 상당의 이자, 내가 지급한 생활비, 제 비용 등 3억 5350만원과 향후 내가 지급할 생활비를 매매대금에 갈음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A씨가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약 4년 전인) 2010년 12월 22일 아버지로부터 A씨를 매수인으로 한 본인 발급의 부동산매도용 인감증명서, 주민등록표 초본, 주민등록증 사본을 받았으나, A씨와 아버지 사이에 매매계약이 체결되었음을 직접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매매계약서 등의 처분문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재판부는 "2010. 12. 22. 당시 이 사건 토지의 시가는 700,840,000원이고, 그에 반해 2003. 9. 8.부터 2004. 2. 16.까지 원고 또는 원고의 부인이 아버지의 예금계좌로 송금한 돈 1억 3999만원을 포함한 대여금 1억 9000만원과 이에 대한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7년간의 이자 6650만원 및 2004. 5. 28.부터 2010. 12. 22.까지 원고가 망인에게 생활비로 주었다는 돈 8400만원과 원고 모친의 제 비용 1300만원의 합계는 3억 5350만원에 불과하고, 여기에 그 이후부터 아버지의 사망시까지 원고가 지급한 생활비를 더하여도 원고가 주장하는 매매대금으로 갈음하기로 한 돈은 2010. 12. 22. 당시 토지의 시가에 상당 부분 미치지 못하며, 그뿐만 아니라 부자지간에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대여금 외에도 과거와 장래의 부양료와 이에 대한 시중 은행이율 상당의 이자 및 사망한 배우자 또는 어머니의 제 비용까지 모두 더하여 매매대금으로 삼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하고, "원고와 아버지 사이에 매매계약의 본질적인 사항인 매매대금에 관하여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는 아버지에게 돈을 대여하고 6~7년간 아무런 조치를 않다가 아버지가 간암 진단을 받은 직후인 2010. 12. 22. 아버지로부터 부동산매도용 인감증명서 등을 교부받은 점, 원고는 2011. 1. 5. 혼자 법무사 사무실에 토지의 소유권이전등기를 위하여 방문했으나 토지와 지상 미등기 주택이 공유로 등기 또는 등재되어 있어 미등기 주택에 관하여 소유권보존등기를 할 경우 등기관계가 복잡하고 부자간 매매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를 할 경우 증여로 취급되어 고액의 세금이 부과될 우려가 있다는 설명을 듣고, 아버지가 사망한 이후 미등기 주택을 철거하고 토지에 관하여 피고들의 협조를 받아 협의분할에 따른 상속등기를 하기로 하고 더는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점, 결국 아버지의 매도의사를 확인한 객관적인 제3자는 존재하지 않는 점, 원고는 아버지의 병세가 심해지자 피고들에게 상속포기각서 작성을 요구했다가 피고들로부터 거절당하자 단독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기 위해 2014. 6. 13. 아버지 위임장으로 아버지의 부동산매도용 인감증명서를 대리 발급받는가 하면, 그 무렵 아버지로부터 토지를 원고에게 유증한다는 내용의 유언공정증서를 받으려 하기도 한 점, 이와 같이 원고가 수차례 토지의 소유권을 이전받으려는 과정에서 아버지로부터 매매계약서를 교부받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임에도 원고와 아버지 사이에 그와 같은 매매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은 점, 원고는 매매나 증여, 상속 등 등기원인이 무엇이든지 관계없이 아버지로부터 피고들을 포함한 다른 상속인들을 배제한 채 단독으로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기 위해 이와 같은 절차적 노력을 한 것으로 보이는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아버지로부터 교부받은 부동산매도용 인감증명서 등의 존재만으로 원고와 아버지 사이에 원고 주장과 같은 내용의 매매계약이 체결되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