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룡 교수]
금년 3월 로스쿨 개원이 박두한 시점에서 변호사시험법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현실은 국민들을 당혹스럽게 하기에 충분하다. 이와 같은 사태가 전개된 이상, 로스쿨 제도나 변호사시험제도가 보다 바람직하게 다듬어 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로스쿨 제도와 변호사시험법의 제정에 있어서 숙고하여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3년 과정의 로스쿨을 통하여 신뢰할만한 법률가를 배출할 수 있을 것인가?
둘째, 로스쿨을 인가받은 대학의 학부에서 체계적인 법학교육과정을 폐지하는 것이 국가의 고급인력정책이라는 면에서 볼 때 바람직한 것인가?
셋째, 로스쿨에 진학하지 아니한 자에 대해서도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두어야 할 것인가?
넷째, 변호사시험법안에서 구상하고 있는 시험교과목은 적절한가?
다섯째, 로스쿨 졸업자들에게 5년간의 기간 안에 3회에 한하여 변호사시험을 응시할 기회를 주는 것이 합당한가?
이상과 같은 물음에 대한 해답은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배경과 취지가 무엇인가 하는 점을 짚어봄으로써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로스쿨 제도는 법학의 각 분야의 기본적 법리와 실무를 습득하게 하고 실무경험을 통해 훌륭한 법조인이 될 수 있도록 한다는 사고를 바탕으로 설계된 것이다. 이는 개별 법분야에 대한 사소한 지식 보다는 법학 전 분야에 대한 기본적 체계와 법리, 주요 판례경향을 이해하도록 하는 것을 교육목표로 한다.
시험 압박서 자유로워야
로스쿨 학생들은 변호사시험으로부터의 압박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여러 기본적인 법리나 제도를 공부함과 동시에 어학을 비롯한 법학주변 학문에 대한 공부까지도 여유롭게 병행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향후의 법조인의 역할에 대한 수정도 필요하다. 이제 법조인은 법원 주변에서 소송대리인의 역할을 넘어서서 사회의 각 분야에 진출하여 법치를 확립하고 외국의 기업과 경쟁하여 우리의 국익을 지키는 선진적인 직업인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세계 각 지역의 법제도나 법문화, 협상력, 다양한 외국어 능력을 겸비한 인재의 육성이 필요한 것이다.
이와 같은 법조인의 양성은 다양한 특성화 교육프로그램을 가진 로스쿨을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로스쿨을 거치지 아니한 사람에게도 법조인의 길을 열어주는 제도는 또다시 고시낭인을 양산할 문제점을 수반하는 것이다. 로스쿨 제도가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법조인의 길을 차단하고 있다는 견해도 있으나, 사실은 그러하지 않다. 로스쿨 정원의 일정비율을 사회적 취약계층에서 특별전형으로 선발하고, 그들에게 전액의 장학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부 과정 법학공부 보완돼야
다른 한편 로스쿨을 인가받은 대학들의 학부에서 법학교육과정을 폐지하게 하고 있는 로스쿨 제도는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다. 법학은 법원 주위에서 활동하는 법조인만을 위한 학문이 아니다. 로스쿨을 설치, 운영하는 대학들에서도 소수의 정원으로라도 학부에서 체계적인 법학공부를 이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이 요구된다. 이와 같은 제도적인 보완이 가능하다면 이들 학생들에게는 변호사 예비시험을 거쳐서 로스쿨 학생들과 함께 변호사시험을 응시할 수 있도록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변호사시험과목에 대한 부담이 클수록 로스쿨의 특성화 교육에 장애가 수반될 것이다. 변호사시험위위회의 구성방법도 재고해야 한다. 변호사시험법안에 의하면 법조관련 직역에 있는 위원들이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로스쿨에서 배출되는 졸업생(2000명)의 숫자가 너무 많다는 시각이 많은 점에 비추어 우수한 법조인을 선발해야 한다는 명목 하에 로스쿨 졸업생들의 변호사시험 탈락률을 높게 설정할 경우, 로스쿨 학생들은 몇몇의 법률과목에서의 시험성적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지속될 것이다.
응시기간 5년 제한 가혹
로스쿨을 마친 사람에게 로스쿨 졸업 후 5년 내에 변호사시험을 합격해야 하도록 하는 변호사시험법안은 다소 가혹한 제한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시험의 기간 및 횟수제한은 로스쿨 학생들이 오직 변호사시험과목에만 전념하는 부작용을 불러올 공산이 크다. 변호사시험 응시기간과 그 횟수를 크게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변호사 시험을 1년에 2번 이상 실시하는 방법도 가능할 것이다.
이제 각계각층의 중지와 지혜가 모아져서 미래사회에서 요구되는 법률가 양성제도가 바람직하게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김해룡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hrkim@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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