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대를 만나면 세계가 보입니다"
"외대를 만나면 세계가 보입니다"
  • 기사출고 2009.02.12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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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로스쿨 유치 지휘 박철 총장의 글로벌 전략실사때부터 영어 PT 화제…"외국어로 차별화 하자"'변화와 개혁' 내걸고 국제문화마을 조성 등 박차
2007년 7월 초 심야국회에서 로스쿨법이 전격 통과되었을 때 박철 한국외국어대 총장은 인천공항에서 이 소식을 들었다. 유럽출장을 떠나던 길이었다.

◇박철 총장
박 총장은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국회를 통과했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우면서도 놀랐다"고 당시를 떠올리며, "1주일간의 출장을 다녀오자 마자 곧바로 특별팀을 만들어 로스쿨 유치에 뛰어들었다"고 로스쿨 개원을 위해 숨가쁘게 달려온 1년 6개월을 회고했다.

추진력과 함께 행정능력 겸비

한국외국어대 로스쿨이 2009년 3월 문을 열기까지 여러 사람이 공을 들였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외대 법대 관계자 등을 격려하며 뒤에서 총지휘자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은 박철 총장의 뜨거운 관심과 지원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2006년 3월 취임한 박 총장은 특유의 추진력과 함께 행정능력을 겸비한 주인공으로, 이미 적지 않은 성과를 내고 있는 성공한 총장으로 평가받는다.

학생들 사이에 갈수록 인기가 높아가고 있는 재외공관 및 KOTRA 해외무역관으로의 해외 인턴십 운영과 유엔 평화대학원 과정 개설, 750명을 수용해 영어 전용기숙사를 지향하고 있는 현대식 시설의 글로비 기숙사(Globeedorm) 개관 등 박 총장은 취임 이후 외대의 대내외 경쟁력을 드높이는 구체적인 결과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그 중에서도 로스쿨 개원은 박 총장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라고 할 만 한 쾌거로 손꼽히고 있다.

박 총장도 "로스쿨의 유치는 대학의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데 굉장히 큰 역할을 한다"고 말하며, "입학정원의 배정 등에 있어 아쉬운 점이 없지 않지만, 학교에서도 내년 3월의 개원을 크게 기대하고 있다"고 반가운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물론 외대 스페인어과를 나와 마드리드국립대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은 박 총장이 꿈꾸는 외대 로스쿨의 모습은 외국어와 국제지역법에서 탁월한 경쟁력을 자랑하는 글로벌 로스쿨이다.

'국제지역 전문법조인의 양성'이란 목표를 내걸고 예비인가를 위한 평가단의 실사를 받을 때 영어로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하는 등 외대 로스쿨의 글로벌 전략은 실사 때부터 화제가 됐다.

"실사를 앞두고 여러 차례 PT 리허설을 했는데 좀 밋밋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외국어 교육에 강한 외대의 전통을 살려 국제전문 법조인을 길러내자는 것인데 차별화된 느낌이 안 들더군요."

실사 열흘 앞두고 영어 PT 주문

박 총장은 실사를 불과 열흘 남겨놓은 상황에서 법대 관계자들에게 영어로 PT를 준비하라고 주문했다. 외대 법대에선 영국변호사 자격을 갖추고 있는 최철 교수와 여성으로 금융 전문 변호사 출신인 정소민 교수가 함께 영어로 외대 로스쿨을 소개한데 이어 인도변호사인 라지브(Rajiv Khanna) 교수는 영어로, 가정준 교수는 우리말로 각각 시범강의를 했다. 동시통역도 제공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심사위원들 사이에서 '역시 외대구나'하는 고무적인 반응이 나왔다. 로스쿨 개원을 준비 중인 전국의 25개 로스쿨 중 영어로 PT를 한 로스쿨은 외대가 유일했다는 후문이다.

박 총장은 "다른 로스쿨에서 영어로 PT를 했다면 오히려 감점이 됐을지 모르지만, 외대는 다르지 않느냐"고 되물으며, "영어 PT 그 자체가 아니라 그만큼 글로벌 로스쿨을 지향하는 외대의 성의와 노력을 심사위원들이 평가하지 않았나 싶다"고 풀이했다.

외대의 로스쿨 개원은 박 총장이 추진하고 있는 외대의 발전전략에서도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박 총장은 "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외국어 좀 한다고 하면 알아주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외국어만 가지고는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외국어 지식을 기반으로 경영학을 더 공부하거나 하는 등 전공간 융합을 통해 시너지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이런 주장에 따르면, 외대 로스쿨이 꿈꾸는 글로벌 로스쿨은 외국어와 법학이라는 또 다른 전공이 만나는 전문대학원이다. 로스쿨이 외국어 교육의 전통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키자는 외대의 발전방향에 적극 부합한다는 것이다.

박 총장은 로스쿨 학생이 탄탄한 외국어 실력을 유지해야 한다는데 대해서도 예를 들어가며 실용적인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중국 등 외국에서 우리 기업들이 분쟁에 휘말려들 경우 물론 중국변호사 등 그 나라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문제 해결에 나서겠지만, 중국어가 되는 우리 변호사가 중국변호사와 함께 투입돼 법적 자문을 도울 수 있다면 훨씬 효과적이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언어와 그 나라 법에 대한 지식을 충분히 갖추지 못하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밖에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로스쿨 학생을 대상으로 한 외대 내의 국제지역대학원, 통번역대학원, 경영대학원, 유엔평화대학원과의 학점 교류 및 공동학위 프로그램 운영도 전공 사이의 융합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박 총장의 업그레이드 전략이 반영된 결과임은 물론이다.

◇박철 총장
박 총장은 외대 로스쿨과 미국 로스쿨과의 연계를 통한 한, 미 두 나라의 변호사자격 동시 취득도 연장선상에서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미 미국의 여러 로스쿨에 의사를 타진, 적절한 방안을 강구 중에 있다고 한다.

2007년 '외국어 2개 인증제' 도입

이 외에 2007학년도 신입생부터 2개 이상의 외국어를 마스터해야 대학을 졸업할 수 있는 '외국어 2개 인증제도'를 도입하는 등 외대의 성장 패러다임을 바꿔 나가고 있는 박 총장의 트레이드 마크는 '변화와 개혁'.

2008년 4월에 있은 개교 54주년 기념식에서도 그는 '앞으로 나아감을 두려워하지 말고, 제자리에 서 있음을 경계하라'는 중국 격언을 인용하며, "지나친 겸손, 적당주의, 소시민주의를 떨쳐내고 앞으로 나아가자"고 역설했다.

임기 4년째가 되는 2009년에도 그는 적지않은 양의 추진과제를 설정해 놓고 있다. 한 학년 입학 정원 50명으로 출발하는 외대 로스쿨의 성공적인 개원이 맨 앞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이어 인천 송도 신도시에 조성하는 송도캠퍼스의 토지 실계약 체결 등 후속일정 추진, 용인캠퍼스 내에 들어서게 될 국제문화마을의 착공 등이 속속 대기하고 있다. '글로벌 캠퍼스'로 명명돼 용인캠퍼스에 이은 외대의 제3캠퍼스로 추진되고 있는 송도캠퍼스엔 로스쿨 학생들을 위한 공간도 고려되고 있어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국 로스쿨과 연계해 송도캠퍼스에서 외국 로스쿨 교수의 강의를 듣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국제문화마을도 단순한 영어 마을의 개념을 넘어 세계민속마을로 차별화해 조성한다는 게 박 총장의 생각이다. 용인시와 함께 추진해 2010년 후반기면 개원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중국어대, 일본어대, 경영대 독립

이 외에 동양어대학의 한 학과로 존재하던 중국어와 일본어과를 중국어대학과 일본어대학으로 독립시켜 별도의 단과대를 설립하고, 상경대학에 포함된 경영학부도 글로벌경영대학으로 독립하는 등 외대의 틀을 바꾸는 노력이 계속된다.

박 총장이 취임한 후 언제부턴가 외대의 대학본부 건물 앞엔 기다란 현수막이 내걸렸다.

'외대를 만나면 세계가 보인다'

그가 추진하는 글로벌 전략의 또다른 표현이다.

박 총장은 "법대 뿐만 아니라 동양어대학, 경영대학 등 학교 전체적으로 변화와 발전이 이어지고 있다"며, "개교 55주년이 되는 2009년이 외대가 더욱 도약하는 의미있는 해가 될 것"이라고 의욕을 나타냈다.

글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 ㅣ 사진 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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