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쇄신 차원' 2개월 당겨 조기인사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 성혜미 기자=13일 시행한 검찰 간부 정기인사는 현정부의 고위 인사 쇄신 흐름에 맞춰 지난해와 비교해 2개월 정도 이르게 전격 단행됐다. 통상 2월 이뤄지던 인사가 지난해 김용철 변호사의 '떡값 명단' 공개 및 새 정부 출범과 맞물리면서 다른 해보다 늦은 3월에 단행되기는 했지만 올해에는 그 시기가 1월 중순으로까지 대폭 당겨져 개혁과 쇄신에서 '속도'와 '일하는 분위기'를 강조하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관측이다.
법무부가 이달 초부터 일부 고검장과 검사장 등 7∼8명에게 '용퇴 압박'을 한 것이 알려지면서 조기 인사설이 흘러나왔었다.
검찰 '빅4'인 요직은 서울(한상대 법무부 검찰국장), 충남(천성관 서울중앙지검장), 경기(이인규 대검 중수부장), 경북(노환균 대검 공안부장)이 한 자리씩 차지해 호남이 배제됐지만 지역을 적절히 고려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신 고검장급 9명 가운데 4명을 전남 ㆍ 광주 출신(이귀남 법무부 차관, 문성우대검 차장, 명동성 법무연수원장, 이준보 대구고검장)으로 채운 점은 호남 지역을 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지난 1년간 임채진 총장을 보좌해 온 이인규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중수부장으로 임명된 것과 함께 같은 기획통인 한명관 기조부장과 정병두 서울중앙지검 1차장이 '지근'거리에 배치되는 등 인사 전반에 임 총장 의견이 많이 반영됐거나 임총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인사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공안통'의 전진도 눈에 띈다.
대표적 공안통인 천성관 수원지검장을 승진과 함께 '엘리트 코스'인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끌어올린 것이 단적인 예다.
천 지검장은 대검 공안1과장(1999년), 서울지검 공안부장(2001년), 대검 공안기획관(2002년)을 역임하는 등 지방 부장검사 승진 이후 거의 모든 보직이 공안 계통일 정도다.
서울중앙지검장에 공안 분야에 능통한 인사를 임명한 것은 근래 들어서는 이례적이라는 게 검찰 내부의 시각이다.
대검 공안부장으로 임명된 노환균 울산지검장도 공안통이고, 역시 공안 파트에서 오래 일한 김영한, 김학의, 황교안, 신종대, 안창호, 김수민 검사장 등을 일선 지검장에 배치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특수통이 약진했던 지난해와 비교되는 것이지만 빅4 등 요직의 경우에는 해당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인사를 임명함으로써 나름대로 '제자리 찾아주기'가 이뤄졌다는 평가다.
중요 직책 임명에서 고려대 출신의 약진도 눈에 띈다.
이 차관을 비롯해 빅4 가운데 한 검찰국장과 노 공안부장이 고려대를 나와 지난해 서울대 일색이었던 점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주요 관심사였던 고검장급 사법연수원 10기 4명의 거취는 결국 박영수 서울고검장과 김태현 법무연수원장이 사표를 내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박 고검장은 인사 발표 직전인 13일 오전에야 사표를 내 막판까지 용퇴를 놓고 고심했던 것으로 전해졌으며 김 법무연수원장은 경북고 ㆍ 서울법대 선배인 김경한 장관의 부담을 덜어주려 용퇴를 결심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남은 10기인 명 법무연수원장과 권재진 서울고검장이 사실상 '차기총장 후보군'으로 좁혀지게 됐다.
법무부는 13기 검사장 3명에게 용퇴를 종용했으나 거부하자 후배나 동기 밑으로 좌천시킴으로써 사실상 "옷을 벗기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어쨌거나 6명으로 대폭 줄어든 검사장 승진자 중 대구 ㆍ 경북(TK) 출신은 1명에 그치고 서울 ㆍ 충청 ㆍ 호남 등이 골고루 기용된 것은 지난해 'TK와 특정 고교 편중인사' 논란을 상당히 고려한 지역 안배로 보인다.
지난해 검사장 승진인사에선 11명 가운데 4명이 TK 출신이었다.
또 6명 중 이번 처음 승진 대상에 오른 16기 출신이 4명인 점도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강훈상 · 성혜미 기자[hskang@yna.co.kr] 2009/01/13 16:5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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