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의 온라인 게임인 '리니지'에서 쓰는 게임 화폐 '다이아'를 빼돌려 현금화했다가 해고당한 직원이 회사에 손해배상을 물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2부(재판장 최욱진 부장판사)는 7월 5일 엔씨소프트가 대만 국적의 전 직원 A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23가합60139)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4억 8,8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22년 3월 엔씨소프트에 입사해 '리니지'를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GM(Game Master)의 업무를 수행해온 A씨는, 2022년 6월 30일경 글로벌 계정 운영 툴을 이용해 대만인 친구 명의의 게임계정에 대한 압류를 임의로 해제한 후, 다음날인 7월 1일 해당 계정 내에 보관되어 있던 다이아 93만여개를 자신 명의의 계정으로 이전하고 친구 명의의 통합계정을 삭제했다. A씨는 또 압류된 다른 게임계정을 2022년 7월 13일경부터 10월 3일까지 자신이 관리하는 통합계정 아래로 이전해 다이아 약 2,900여만개를 무단 취득했다. 특정 게임계정이 압류되어 있더라도 글로벌 계정 운영 툴의 '게임계정 이전' 기능을 활용하여 해당 계정을 다른 통합계정 아래로 이동시키면 압류가 해제되어 해당 게임계정에 보관된 다이아에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용한 것이다. A씨는 무단 취득한 다이아 중 일부는 곧바로 매도하고, 일부는 아이템 제작 및 강화 목적으로 사용한 뒤 가치가 높아진 계정 및 아이템을 매도했다. 또 리니지 게임의 대만 이용자들이 모인 라인(LINE) 채팅방과 국내 중개사이트에서 다이아를 팔아 현금화했다.
A씨가 무단 취득한 다이아는 모두 30,467,136개이며, A씨가 다이아를 무단 취득해 얻은 수익은 4억 8,800여만원에 달한다.
엔씨소프트는 이런 사실을 확인해 A씨를 징계해고하고, A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의 글로벌 계정 운영 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남용하여 원고 회원 계정 내의 다이아를 무단으로 자신의 계정으로 이전함으로써 리니지 게임의 관리 등 GM으로서의 업무상 의무에 위반하여 사적인 이익을 취하고 원고에게 손해를 가하였고, 이는 원고에 대한 업무상 배임행위로서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손해배상의 범위.
A씨는 "무단 취득한 다이아는 이미 해당 이용자들이 정당하게 대가를 지불하고 구매한 것으로서 피고가 이를 무단 취득하더라도 해당 이용자들이 손해를 입었을 뿐 이를 원고의 손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다이아는 이 사건 게임 내에서만 이용가능한 재화로서 게임 이용권한에 부수되는 권리로 보이는 점, 불법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영구 제재된 계정들의 경우 취득한 다이아 또는 아이템 등은 회수 내지 이용정보 초기화 대상에 해당하여 해당 게임 이용자들이 다이아 소유권 내지 이용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볼 수 없는 점, 제재되지 않거나 영구 제재대상이 아닌 계정이 보유하고 있다가 피고가 무단 취득한 다이아의 경우 원고가 게임의 이용약관에 따라 해당 이용자에 대한 다이아 원상복구 의무를 부담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해당 이용자들이 불법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당사자일 뿐 원고가 이로 인하여 입은 손해가 없다는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가 무단으로 취득한 다이아를 사용 · 판매함으로써 원고는 다이아에 대한 수요를 가진 이 사건 게임 이용자들에게 다이아를 판매할 기회를 상실하게 되었으므로 이로써 원고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다"며 A씨가 다이아를 현금화해 얻은 4억 8,800여만원을 원고가 입은 손해배상액으로 정했다.
법무법인 율촌이 엔씨소프트를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