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품목허가 안 받고 국내 수출업체에 보툴리눔 제재 판매한 한국비엠아이에 6개월 전제조업무정지 위법"
[제약] "품목허가 안 받고 국내 수출업체에 보툴리눔 제재 판매한 한국비엠아이에 6개월 전제조업무정지 위법"
  • 기사출고 2024.09.23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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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법] "약사법상 '판매' 해당하나, 재량권 일탈 · 남용"

제약회사인 한국비엠아이가 국내 품목허가와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간접수출을 하기 위해 국내 수출업체에 보툴리눔 제제인 '하이톡스' 의약품을 판매했다가 6개월간 제조업무를 모두 정지하는 전제조업무정지 6개월 처분을 받았다. 법원은 국내 수출업체에 국내 품목허가를 받지 않은 의약품을 유상으로 양도하는 행위는 약사법이 금지하는 '판매'에 해당한다고 보았으나, 간접수출 방식의 보툴리눔 수출이 관행적으로 이루어진 사정 등을 고려, 전제조업무정지 6개월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약사법에 따르면, 의약품 제조업자가 제조한 의약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품목허가를 받아야 하고, '하이톡스' 의약품과 같은 보툴리눔 제제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출하승인(국가출하승인)을 받아야 한다. 한국비엠아이는 2020년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하이톡스' 의약품에 대한 수출용 제조판매 품목허가만 받았다.

원고는 대전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을 상대로 소송(2022구합106940)을 제기하고, "하이톡스를 국내 수출업 체(의약품 무역상)을 통한 소위 '간접수출' 방식으로 수출한 것"이라며 "간접수출은 약사법상 규율대상인 '판매'가 아닌 '수출'에 해당하므로, 약사법 제31조 제2항 위반 즉, 국내 제조품목허가 없는 국내 판매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등의 주장을 폈다.

대전지법 행정1부(재판장 김양규 부장판사)는 6월 12일 "원고가 품목허가를 받지 않고 국내수출업체에 유상으로 하이톡스를 양도한 행위도 판매에 해당한다"고 하면서도, "피고의 처분은 원고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제재를 부과하는 것으로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 "피고가 한 전제조업무정지 6개월 처분을 취소한다"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먼저 "약사법 제44조 제1항은 약국개설자 등 법에 정한 자가 아니면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여기에서 말하는 '판매'는 국내에서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의약품을 유상으로 양도하는 행위를 말하고 여기에 의약품을 다른 나라로 수출하는 행위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3. 3. 28. 선고 2001도2479 판결 참조)"고 전제하고, "원고가 의약품 수출의 주체가 되어 단지 수출절차를 대행하여 줄 뿐인 상대방에게 의약품을 무상으로 양도하는 것이 아니라, 원고가 주장하는 속칭 간접수출의 방식에 따라 국내 수출업체에 국내 품목허가를 받지 않은 의약품을 유상으로 양도하는 행위는 설령 그것이 속칭 간접수출의 방식으로 의약품을 수출하려는 목적에서 한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수출이 아니라 약사법이 금지하는 의약품 판매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처분사유는 존재한다는 것.

재판부는 그러나  "이 사건 처분 전에 간접수출 방식에 따른 의약품의 국내 양도행위가 약사법상 금지되는 판매에 해당한다는 법리가 명백히 밝혀져 그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고, 간접수출 방식의 보툴리눔 제제의 수출은 그동안 별다른 제재 없이 관행적으로 광범위하게 이루어졌음에도 피고를 포함해 약사법령상 제재나 예방과 관련된 여러 권한을 가진 행정기관은 이에 대해 계도하거나 시정명령 등 감독 권한을 적절하게 행사하지도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이와 같이 피고 등 행정기관이 관행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여러 제약사의 의약품 간접수출 방식의 선택에 대해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간접수출을 목적으로 한 국내 수출업체에 대한 양도행위에 대하여 앞으로 묵인하지 않겠다거나 제재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주지시킨 것도 아닌 상황에서 이에 대해 과중한 제재를 가하는 것은 형평성의 원칙에 비추어 정당성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 관련 회수 및 폐기명령 등으로 원고가 국내에 허가 및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이 사건 의약품을 판매한 위법행위의 결과에 대한 제거조치가 이루어졌고, 일정 기간 잠정적으로 이 사건 의약품 제조도 중단되었으므로 이를 통해 이 사건 의약품이 국내에 유통되는 것은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이로써 행정제재의 목적이 달성된 것으로 보이는바, 이에 더하여 추가적인 조치를 할 필요성은 크지 않고, 이 사건 처분으로 나아가지 않더라도 안전성 ·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의약품의 유통을 방치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고,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을 통하여 원고를 제재함으로써 안전성 ·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의약품의 유통 · 판매를 방지하려는 공익상 필요가 크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광주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은 피고의 처분과는 별도로 하이톡스의 회수, 폐기, 잠정 제조중지, 과징금 570,600,000원을 부과하는 처분 등을 했고, 한국비엠아이는 이에 대해서도 광주지방식품의약품안정청을 상대로 취소소송을 제기, 1심을 맡은 광주지법이 지난 3월 처분을 모두 취소하라는 원고 전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무법인 화현이 광주지법 사건에 이어 대전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 상대 이번 소송에서도 한국비엠아이를 대리했다. 대전 · 광주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은 법무법인 지평이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