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중간재활용업자인 A(69)씨는 2019년 11월 20일경부터 12월 12일경까지 폐기물 운반차량 대수를 기존에 허가받은 것보다 3대 늘리면서 관할 관청으로부터 변경 허가를 받지 않은 혐의(폐기물관리법 위반)로 기소됐다. A씨는 성남시 재활용 선별장에서 남는 폐플라스틱을 자신의 사업장으로 가져와 처리하는 일을 했는데, 차량이 부족해 다른 폐기물 재활용업자인 B씨와 별도로 운반 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B씨의 차량 3대가 폐기물 운반에 투입되었으나, A씨가 운반차량 증차 허가를 받지 않았다며 검찰이 A씨를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것이다.
폐기물관리법 25조 11항에 따르면, 폐기물 중간재활용업 허가를 받은 자가 운반차량을 증차 등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중요사항을 변경하려면 관할관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대법원 제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그러나 8월 23일 A씨의 상고를 받아들여 A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23도1924).
사건의 쟁점은 A씨가 B씨의 차량을 임차해 운반차량이 증차되었으므로 변경허가를 받아야 하는지, 아니면 B씨에게 폐기물 운반을 위탁했을 뿐이므로 운반차량이 증차되지 않았을 여지가 있어 변경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는지 여부였다.
대법원은 먼저 "이 사건 계약서를 살펴보면, 계약서에서 정한 급부의 내용은 B가 성남시 재활용 선별장에서 피고인의 사업장으로 폐기물을 운반한다는 것으로서 폐기물 운반장소, 운반하는 폐기물의 양(한 달 약 800톤), 운반단가(kg당 50원), 운반기간 및 횟수 등에 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다"고 지적하고, "위와 같은 계약서의 문면상으로는 이 사건 계약은 '운반차량의 임대차'가 아니라 '폐기물 운반에 관한 업무의 위탁'에 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과 달리 피고인이 B에게 폐기물의 운반에 관한 업무를 위탁하여 B가 이 사건 운반차량으로 폐기물을 운반한 것이라고 볼 경우 이는 위탁자인 피고인이 폐기물처리업의 변경허가를 받아야 하는 중요사항인 '운반차량의 증차'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피고인이 B와 B의 운반차량을 이용한 폐기물 운반과 관련하여 체결한 계약이 폐기물 운반의 위탁을 내용으로 하는지 등에 관하여 심리하지 않은 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에는 폐기물관리법 제25조 제11항,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제29조 제1항 제3호 라목에서 정한 '운반차량의 증차'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원심 재판부는 A가 B로부터 운반차량을 임차해 폐기물의 운반에 사용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폐기물 중간재활용업 허가를 받은 자가 수집 · 운반차량을 보유한 경우에는 그 수집 · 운반차량의 이용한도 내에서 자신의 처리대상 폐기물을 스스로 운반할 수 있지만, 폐기물관리법령에 폐기물의 수집 · 운반에 관한 위탁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는 이상 그 폐기물을 스스로 운반하지 않고 영업대상 폐기물에 관한 폐기물 수집 · 운반업 허가를 받은 자에게 그 폐기물 전부 또는 일부에 관한 업무를 위탁하여 처리할 수도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이 사건과 같이 수탁자가 위탁자의 처리대상 폐기물에 관한 폐기물 수집 · 운반업 허가를 받지 않고 폐기물을 운반한 경우, 수탁자에 대하여는 관할관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폐기물처리업을 한 자를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폐기물관리법 제64조 제5호가 적용될 수 있고, 위탁자에 대하여 '운반차량의 증차'에 관한 처벌규정을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B씨는 폐기물 수집 · 운반업 허가를 받지 않았다.
대법원 관계자는 "파기환송 후 항소심에서 추가 심리를 하여 피고인이 B에게 폐기물 운반을 위탁했다면 피고인이 차량 자체를 임차한 것은 아니므로, 증차에 해당하지 않아 무죄가 선고될 것"이라며 "반면 B는 무허가 폐기물처리업 영위에 따른 폐기물관리법 위반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