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2022년 12월 5일 오후 5시 30분쯤 봉고Ⅲ 화물차를 운전해 도로를 진행하던 중, 화물차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길을 건너던 B(8)가 타고 있던 자전거를 들이받아 B에게 전치 약 2주의 상해를 입혔으나, 피해 어린이가 '괜찮다'고 하자 구호조치를 하지 않고 그대로 달아난 혐의로 기소됐다. 사고가 난 곳은 교통정리가 없는 삼거리 교차로였다.
검찰은 특가법상 도주치상 혐의를 적용해 A를 기소했으나, 1심 재판부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전방 주시 등을 제대로 하지 않아 사고를 발생시킨 과실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하자, 검사가 항소했다.
검사는 항소심에서 도로교통법 위반(사고후미조치)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했다. 도로교통법상 사고후미조치죄는 특가법상 도주치상죄와 달리 운전자의 과실로 사고가 발생했음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
항소심(2024노441)을 맡은 제주지법 형사1부(재판장 오창훈 부장판사)는 8월 29일 "피고인은 교통사고로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음에도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현장을 이탈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사고후미조치 유죄를 인정, A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A는 "당시 즉시 차량에서 내려 피해자의 상태를 살펴 괜찮은지를 물었고, 피해자는 괜찮다고 답변하고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가버렸다"며 "피해자의 부상 및 치료정도 등에 비추어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었고, 따라서 비록 별다른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났다고 하더라도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괜찮냐'고 물어 보자 피해자가 '괜찮다'고 답한 사실은 인정되나, 피해자는 8세의 초등학생으로 교통사고에 대처하는 능력이 미흡하고 갑작스럽게 발생한 교통사고로 당황한 상태여서 자신의 몸 상태가 어떠한지 판단해서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이에 더하여 사고 당시의 피해자가 받았을 충격을 고려하면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가 '괜찮다'고 하였더라도 피해자를 병원으로 데리고 가서 진료를 받게 하거나 적어도 자신의 연락처를 남겨주거나 피해자의 부모에게 연락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어야 마땅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