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국 기업의 일본 비즈니스 동향
한일 관계에서 최근 10년간 반도체, 배터리 등 양국 산업의 변화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최근 들어 한국 기업의 일본 비즈니스가 증가하고 있다는 지표들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은 한국의 주요 수출 국가로서 국가 순위에서 중국, 미국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높은 순위이다. 그동안 일본으로의 수출보다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이 더 많은 구조가 유지되어 왔는데, 이것은 한국의 주요 대외 수출품인 반도체, 가전, 휴대전화, 자동차 등에서 적지 않은 부품 및 장치를 일본에서 수입하는 경우가 많았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일본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아
한국의 대일 교역 규모는 2011년을 정점으로 감소해, 2017년경 회복의 조짐이 있었지만, 2019년 한일 관계의 냉각과 함께 다시 감소했다. 다만, 코로나 이후 2021년에는 수출 · 수입 모두 증가했다.
일본의 대한 투자액은 2012년의 약 45억 달러에서 2020년의 약 7.9억 달러로 감소한 반면 한국의 대일 투자액은 해마다 증가하면서 2018년과 2020년에는 일본의 대한 투자액을 앞질렀다. 특히 2020년에는 한국의 대일 투자 규모가 약 19억 달러로 일본의 대한 투자액의 3배에 달한다. 2021년 이후 일본의 대한 투자액이 다시 한국의 일본 투자액을 앞서고 있으나, 장기적으로 한국의 대일 무역 규모와 투자 규모가 증가 또는 적어도 유지되고 있다.
대일 무역 · 투자 규모 유지
삼성전자는 2010년대 이후 일본의 스마트폰 시장에서 외국 메이커로서는 애플사의 뒤를 잇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일본 시장에서의 가전 판매는 부진하여 2007년에 판매를 중지했고, 일본에서의 LED 사업도 2013년에 철수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일본에 5개의 반도체 관련 연구소와 1개의 디스플레이 연구소를 운영해오다가 2023년 3월 요코하마와 오사카 등에 흩어져 있던 연구시설을 통합해 반도체 · 디스플레이 연구조직인 'DSRJ'(디바이스 솔루션 리서치 재팬)를 요코하마에 설립했다. 또 2023년 12월 일본 정부의 보조금을 포함해 약 400억엔을 2028년까지 요코하마시에 투자해 반도체 연구소를 설립하기로 했다. 이는 반도체 소재 · 부품 · 장치 분야의 일본 기업과의 협력 확대를 위해 일본 현지에 연구 거점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가전과 휴대전화, TV 등의 세계적인 업체로 알려져 있지만, 일본 시장에서는 가전과 스마트폰 판매가 부진해 고전했다. LG전자는 2021년 모바일 사업을 폐쇄하였으며, LG화학은 2020년 12월에 전지 부문을 분사해 LG 에너지솔루션을 설립했다.
LG그룹 각사는, 2000년대 이후에 일본에 연구소를 개설하고 있었지만, 2017년에 그룹 5사의 일본 연구소를 통합해 'LG Japan Lab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이후 LG하우시스 분리를 거쳐 2022년 시나가와에 있던 연구소를 요코하마로 이전하고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2020년 12월 분사)의 연구소를 통합한 형태로 단일 연구소로 운영하고 있다.
LG그룹 중 화장품 업체인 LG생활건강은 북미와 일본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2022년 5월 일본 홋카이도에 마이크로바이옴 화장품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했다.
현대차, 일본 시장 재진입 표명
현대차는 2001년 일본 시장에 진출했으나 판매부진으로 2009년 철수한 바 있다. 최근에는 전기차 개발에 힘을 쏟고 있으며, 2022년 1월 일본 자동차 시장 재진입을 표명했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는 1995년 '현대차 일본기술연구소'(HYUNDAI MOTOR JAPAN R&D CENTER)를 요코하마에 설립해 운영해오고 있다. 하이브리드, 수소연료전지,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 기술과 헬스케어, 첨단 운전자 보조기술 등 첨단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 한국 주요 기업의 일본 특허 출원 동향
아래 표(출원 건수는 Patsnap을 사용한 자체 조사임, 2024. 1. 1.자 공개건)는 2013년 및 2023년의 각 일본 특허 공개 건수 중 한국 출원인 상위 10위까지를 나타낸 것으로, 삼성, LG, 현대차, SK그룹 등 국내 대기업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2013년과 2023년을 대비하면, 2013년 상위 10위 출원인 중 삼성그룹에 속한 기업의 특허 출원 건수가 감소했고, 현대차와 ETRI의 특허 출원 건수도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LG그룹 특허 출원 늘려
한편 LG그룹에 속한 많은 기업들은 출원 건수를 늘리고 있다. 특히 배터리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2023년 일본 특허 공개 건수가 1,000건을 넘어섰다. 배터리 제조사인 삼성SDI가 출원 건수를 줄이고 있는(2023년은 순위 외)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밖에 담배 제조업체인 KT&G와 반도체 장치 제조업체인 SEMES도 최근 많은 일본 특허를 출원했다.
특허 출원에서, 스마트폰이나 디스플레이 등의 완성품 메이커와 완성품 메이커에 소재 · 부품 · 장치를 납품하는 '소 · 부 · 장' 메이커 사이에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LG전자 · LG디스플레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한국의 완제품 제조업체는 일본 내에서 각 완제품을 공급하는 비즈니스에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으며, 최근의 일본 특허출원 건수도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출원 대상을 중심 기술로 좁히고 있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LG엔솔 특허 출원 최다
반면 소 · 부 · 장 메이커의 출원 건수는 증가하는 모양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을 통한 적극적인 배터리 관련 특허 출원이 눈에 띈다. 2023년 일본 특허 공개 건수에선 LG에너지솔루션이 외국 국적 출원인 중 최다 건수를 기록했다. LG이노텍이나 SEMES와 같은 한국 기업도 2020년 이후 일본 특허 공개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일본에서의 출원 대상 기술에 변화가 나타난 기업도 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2013년 출원 기술분야와 대비했을 때, 차량 관련 특허나 전동장치에 관한 특허가 크게 감소한 반면, 2023년 특허에서는 데이터 처리나 교통 제어에 관한 특허의 비중이 늘고 있다. 전기차와 인포테인먼트를 염두에 둔 특허 포트폴리오로 변화한 것을 알 수 있다.
LG디스플레이의 일본 특허 중에서는 음향 관련 기술의 출원 비중이 증가했다. TV 패널 출하량 감소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가운데 차량용 사운드 솔루션 등 신사업에서 활로를 찾으려는 노력이 특허 출원 건수에서도 엿보인다.
3. 한국 주요 기업의 일본 의장(디자인) · 상표 출원 동향
일본내 의장(디자인) 출원에서는, LG전자를 포함한 LG그룹이 의욕을 보이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식료품 제조업체인 CJ제일제당도 일본 시장을 염두에 두고 의장 출원을 유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 상표 출원 건수는 삼성전자와 CJ제일제당이 많고, 화장품 제조사인 아모레퍼시픽, 전자상거래 기업인 쿠팡, LG생활건강의 일본 상표 출원 건수가 눈길을 끈다(다만, 쿠팡은 2023년 일본 시장에서 철수한 바 있다).
최근 한류의 흐름을 타고 한국의 화장품이나 식품 · 음료 업계의 일본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이와 관련한 지재권의 확보는 특허권보다 상표권이나 의장권을 중시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4. 맺음말
지금까지 한국 기업들은 미국, 유럽, 중국에 비해 일본에서의 IP 확보나 권리 활용을 중요시하고 있지 않았던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일본 비즈니스 및 IP 확보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고, 기업간 IP 분쟁이나 라이선싱 등 일본에서의 IP 활동 또한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나 배터리 등 한국의 주요 산업의 중요 기술이나 서플라이 체인에 있어서의 '소 · 부 · 장' 기술과 관련하여, 일본 경쟁 기업 입장에서는 한국 기업의 IP 확보 움직임에 대해 정보 제공을 통한 권리화 저지, 이의신청이나 무효심판을 통한 특허, 상표, 디자인에 대한 취소 · 무효화를 적극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진백 · 박창재 변리사(김앤장 법률사무소, jbkim2@kimch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