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9월 20일 임기만료로 퇴임 예정인 이은애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후임에 여성인 김복형(56 · 사법연수원 24기)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내정했다. 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을 거쳐 조 대법원장이 헌재 재판관으로 지명하면 재판관으로 임명되게 되며, 김 후보자의 내정으로 9명의 헌재 재판관 중 여성 재판관 3명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헌재 재판관은 국회의 인사청문을 거치나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김복형 후보자는 해박한 법률지식과 탁월한 재판실무능력을 겸비한 정통 법관으로, 1995년 3월 서울지법 판사로 임용된 이후 30년 가까이 서울 · 수원 · 춘천 · 대구 · 울산 등 전국 각지의 여러 법원에서 다양한 사건의 재판을 담당해왔다.

세밀한 기록 검토를 통해 사건의 내용과 당사자의 주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당사자의 주장을 성의 있게 경청하여 소송관계인들의 신망이 높다는 평. 2008년 여성 법관으로는 처음으로 대법원 전속연구관으로 발령받아 2년 동안 근무하면서 주요 상고사건에 관한 다양한 연구 및 검토 업무를 수행하였으며, 프랑스 파리 제2대학에 장기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비상장회사의 주식을 취득한 원고들이 피고 회계법인을 상대로 부당한 평가를 기초로 가격을 산정하였다면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의 항소심에서 피고 회계법인의 부당한 주식가치 평가행위는 비상장회사의 주식 공모 시 그 주식의 가치를 적정하게 평가하여 국민의 권익보호에 이바지할 공인회계사로서의 의무를 위반한 불법행위라고 판단, 해당 주식을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을 명한 판결이 대표적인 판결로 소개된다. 또 공기업에 비정규직으로 고용되었다가 정규직으로 전환된 근로자들이 기존 근무경력의 인정 및 이에 따른 임금 등 차액을 청구한 사건에서 기존 근무경력 산입에 관한 정규직 인사규정 및 보수규정은 해당 근로자들의 급여에 관하여는 적용되지 않으나 장기근속수당에 관하여는 적용된다고 판단하여 근로자들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CJ그룹 이재현 회장과 측근들이 조세포탈, 횡령, 배임으로 기소된 사건에서 피고인들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이면서도 이재현 회장에 대하여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함으로써 대기업 총수의 불법행위에 대한 법원의 관대한 양형을 불식시켰다.

서울고등법원 춘천재판부 부장판사로 재직 시 혹한기 훈련 도중 눈에 외상을 입은 군인이 시력저하를 이유로 보훈보상대상자로 인정해 줄 것을 신청했으나 거부되어 취소소송을 제기한 사건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판결도 있다. 이 판결은 진료기록 등 증거가 완전히 확보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간접사실 등 제반사정을 면밀히 검토하여 원고 주장의 신빙성을 인정함으로써 군인이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병역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는 과정에서 입은 피해에 대해 국가가 외면하지 않고 합당한 보상과 예우를 해야 함을 분명히 한 의미 있는 판결이다.

경남 거제에서 태어난 김복형 부장판사는 부산서여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제34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