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재 없는 고가의 약제의 약값 일부를 제약회사가 환자에게 돌려주는 위험분담제에 따른 환급금은 실손보험금 지급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7월 11일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의 실손보험에 든 A씨가 "위험분담제에 따라 환급받은 위험분담금에 대해서도 실손보험금을 지급하라"며 메리츠화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의 상고심(2024다223949)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가 못받았다고 주장하는 1,700여만원에서 일부청구로 청구한 1,400여만원 중 위험분담금 환급금을 제외한 260여만원만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는 피보험자를 배우자 B씨, 보험수익자를 자신으로 하여 메리츠화재와 실손보험계약을 체결했다.
2022년 병원에서 암 입원치료를 받은 B는, 위험분담제가 적용되는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주'를 투약하고 지불한 약값에서 약 1,500만원을 제약회사로부터 돌려받았다. 그러나 피고 보험사가 이 금액을 제외하고 1,800여만원만 보험금으로 지급하자 위험분담금 환급액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환급금은 보험금 지급대상에 해당하지 않고, 피고에게 이에 대한 명시 · 설명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원고의 환급금 청구를 기각했다.
A의 상고로 진행된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원고가 든 보험의) 약관조항은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한 요양급여 중 본인부담금(본인이 실제로 부담한 금액)과 비급여(본인이 실제로 부담한 금액)'를 보험금 지급대상으로 정하고 있다"며 "따라서 그 문언에 비추어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비용 중 피보험자가 실제로 부담하는 부분만이 보험금 지급대상에 해당하고, 피보험자가 실제로 부담하지 않는 부분은 지급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이어 "피보험자가 위험분담제에 따라 제약회사로부터 지급받는 환급금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약회사와 국민건강보험법과 그 하위규범에서 정한 바에 따라 해당 약제의 상한금액, 요양급여비용의 예상 청구금액, 제약회사가 이행할 조건 등에 관한 협상을 함에 있어 제약회사로부터 약제의 전체 요양급여비용 중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환급받기로 하는 환급형 위험분담계약을 체결하고, 피보험자가 해당 약제를 전액본인부담으로 처방받아 의료기관에 약제비용 전액을 납부한 다음 제약회사로부터 약제비용 중 위험분담제에서 정한 환급률에 해당하는 금액을 되돌려 받은 것이므로 결국 약제비용 중의 일부를 제약회사가 부담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며 "따라서 피보험자가 위험분담제에 따라 제약회사로부터 환급받는 금액은 피보험자가 실제로 부담한 요양급여비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 사건 약관조항의 문언에 비추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로서는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비용 중 피보험자가 실제 부담하는 부분만이 보험계약에서 보상하는 손해에 해당하고, 피보험자가 실제 부담하지 않는 부분은 보상하는 손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사정을 별도의 설명이 없더라도 충분히 알 수 있고, 나아가 이 사건 특약 부분의 보험금 지급대상은 재산상 손해이므로 그 손해의 전보를 넘어선 이득을 얻을 수는 없음은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내용으로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할 것"이라며 "따라서 피보험자가 제약회사로부터 위험분담제에 따라 약제비용의 일부를 환급받음으로써 그 환급금 상당액을 실제 부담하지 아니하게 되었다면, 위 환급금 상당액이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보상하는 손해에 포함되지 아니한다는 사정은 피고의 명시 · 설명의무의 대상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밝혔다.
약관조항이 피보험자가 실제로 부담한 비용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금액은 보험금 지급대상에 포함되지 아니한다는 의미로 일의적으로 해석되어 약관해석과 작성자 불이익 원칙에 어긋나지 않고, 이득금지의 원칙 및 약관의 명시 · 설명의무에 관한 법리 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화우가 항소심부터 메리츠화재를 대리했다. 1, 2심은 법무법인 소명이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