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사이에도 강제추행죄 성립한다"
"부부사이에도 강제추행죄 성립한다"
  • 기사출고 2004.08.23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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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남편에 유죄 선고, 대법원은 1970년 강간제 부정
부부사이에도 강제추행죄가 성립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재판장 최완주 부장판사)는 8월 20일 이혼을 요구한다는 이유로 아내를 강제추행해 상처를 입힌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모(45)씨에 대해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거짓말탐지기 조사 걸과 거짓반응이 나오고 피해자의 말은 진실 반응이 나오자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시인했다"며, "1970년의 대법원 판결은 부부관계에 있어서 강간죄를 부정하고 있으나, 이번 사건은 부부간의 강제추행의 경우로 이 판결에 저촉된다고 볼 수 없으며, 가사 이 대법원의 판결이 부부관계에 있어서 강제추행까지 부정하는 취지로 해석된다고 해도 이 판결은 그로부터 30년이 넘게 경과한 현 시점에서는 재검토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1970년 아내가 남편을 상대로 간통죄로 고소하고 이혼소송을 제기했으나 간음 사건이 일어나기 이틀전 새출발하기로 협의한 후 고소를 취하했다고 피해자인 아내가 진술하고 있는 사건(1970.3.10. 선고, 70도29)에서 "피고인과 아내 사이에 실질적으로 부부관계도 없고 따라서 서로 정교승락이나 정교권 포기의 의사표시를 철회한 상태에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남편의 아내에 대한 강간죄의 성립을 부정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는 점 ▲피고인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르고 피해자의 상해의 정도가 그다지 심하지 않은 점 ▲피고인이 피해자와 이혼하여 재범의 위험성이 없는 점 ▲피해자가 피고인과의 사이의 가사사건 임의조정에서 5000만원을 지급받은 후 즉시 피고인에 대한 형사고소를 취하하고 피고인이 500만원을 변제공탁한 한 점 등을 참작하여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덧붙였다.

피고인은 아내인 피해자가 이혼을 요구한다는 이유로 딸의 방에서 자고 있는 피해자를 안방으로 끌고 가 피해자의 옷을 억지로 벗긴 후 피해자의 두 팔을 머리위로 올려 뒤로 꺾어 왼손으로 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등으로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한 후 오른 손 엄지, 검지 손가락으로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해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고려대 배종대 교수(형법)는 이번 판결과 관련,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부부와 혼인관계가 파탄되어 사실상 남남처럼 살아가고 있는 부부들간의 사정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부부간 강제추행죄나 강간죄 등의 성립여부는 개별적 상황에 따라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그러나 부부 사이의 강제추행이나 강간 등의 성립을 부정했던 판례와 학계의 일률적인 견해는 앞으로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기철 기자(lawch@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