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 병원에 고용된 병원장에게 병원에 지급된 요양급여의 40%를 환수하는 처분을 내린 것은 과도하지 않고 적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100% 환수처분에 불복소송을 내 취소판결을 받고, 이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침을 만들어 공단부담금에 대해서만 감경을 적용해 재환수처분했으나 원고가 다시 소송을 내 대법원에서 다시 지침에 합리성이 없다는 판단이 내려지자 공단이 업무처리지침을 다시 마련해 감경비율을 60%로 정해 40%만 환수에 나선 것인데, 원고가 재량권을 일탈 · 남용이 아니라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 상급심의 판단이 주목된다.
의사인 A는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서울 동작구에 있는, 비의료인인 C가 개설한 이른바 사무장 병원인 B요양병원에 고용되어 이 병원의 개설명의자이자 병원장으로 근무했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이 A에게 '의료법 33조 2항의 개설기준을 위반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한 자에게 고용되어 의료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재직 기간 동안 B요양병원에 지급된 요양급여비용 51억여원 중 40%인 20억여원을 환수하는 처분을 하자 A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환수처분의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2022구합89043)을 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23년 11월 마련한 '불법개설 기관 처분(감면) 업무처리지침'을 적용해 A의 감경비율을 60%로 결정했다.
이에 앞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3년 9월 A에게 B요양병원에 지급된 요양급여비용 51억여원 전부를 환수하는 처분(종전 처분)을 했으나, A가 소송을 내 대법원에서 종전 처분을 취소하라는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받아 환송 후 원심에서 확정, 승소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이 사건 병원은 비의료인인 C가 의사인 원고 등의 명의를 순차로 차용하여 개설한 것이고, 원고는 C가 병원의 개설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한 부분 등에는 위법이 없다고 보면서도, 요양기관이 실시한 요양급여 내용과 요양급여 비용의 액수, 의료기관 개설 · 운영 과정에서의 개설명의인의 역할과 불법성의 정도, 의료기관 운영성과의 귀속 여부와 개설명의인이 얻은 이익의 정도, 그 밖에 조사에 대한 협조 여부 등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의료기관의 개설명의인을 상대로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징수하는 것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한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 것으로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때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대법 판결이 선고된 후인 2021년 1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사무장 병원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상당액을 부당이득징수할 때에 적용할 재량준칙인 '불법 개설 요양기관 환수결정액 감액 · 조정 업무처리지침'(종전 지침)을 마련했다. 이어 2022년 11월 A에게 '요양급여비용 환수결정액에 대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일부 감경된 금액으로 재환수결정 한다'면서 공단부담금에 대해서만 감경을 적용해 39억여원의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하는 처분을 했다. 그러나 A가 다시 소송을 내 소송 계속 중, 대법원 2023. 8. 18.자 판결 등에서 '종전 지침이 정한 감액 · 조정 기준이 객관적으로 합리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본인일부부담금의 감경조항을 신설하고 공단부담금 감경 항목과 비율을 수정한 '불법개설 기관 처분(감면) 업무처리지침(이 사건 지침)'을 새로 마련해 A에 대한 환수금액을 전체 요양급여비용의 40%인 20억여원으로 감경했으나, A가 이마저도 취소하라고 다툰 사건이다. 2022년 11월 환수처분 중 이와 같이 감액되고 남은 20억여원에 대한 환수처분이 이 사건 처분이다. 법무법인 태평양이 종전 소송의 1, 2, 3심과 이번 소송에서 원고를 대리했다.
A는 "이 사건 지침 역시 종전 지침과 마찬가지로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의 본질 등에 부합하지 않아 객관적으로 합리성을 결여하였고, 따라서 그에 따른 이 사건 각 처분에는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A가 근무한 병원의 원래 명칭은 'B병원'이었으나, 2006년 5월 'B요양병원'으로 변경되었다.
서울행정법원 제12부(재판장 강재원 부장판사)는 그러나 6월 27일 "피고가 이 사건 지침에 따라 이 사건 처분을 함에 있어서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 A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먼저 대법원 판결(2021두48861 판결 등)을 인용,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 제1항이 정한 부당이득징수를 함에 있어서는 요양기관이 실시한 요양급여 내용(자격을 갖춘 의료인이 요양급여를 시행하였는지, 요양급여대상에 해당하는지, 적절한 수준에서 이루어진 것인지 아니면 이를 초과하여 이른바 과잉진료가 이루어진 것인지 등)과 요양급여 비용의 액수, 의료기관 개설 · 운영 과정에서의 개설명의인의 역할과 불법성의 정도, 의료기관 운영성과의 귀속 여부와 개설명의인이 얻은 이익의 정도, 그 밖에 조사에 대한 협조 여부 등의 사정을 고려하여 재량권을 행사하여야 한다"며 "따라서 의료기관의 개설명의인을 상대로 요양급여비용 중 특정 항목에 대한 부분 전액을 재량권을 행사하지 아니한 채 징수하거나, 이러한 사정을 제대로 고려하지 아니하고 징수함으로써 비례의 원칙을 위반한 경우 그 징수처분은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처분으로서 위법하다"고 밝혔다.
이어 "사무장 병원은 의료인이 아닌 자의 운영과 자본에 기반을 둔 연유로 상대적으로 적정한 진료보다는 영리추구에 더 치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국민건강보험 재정 누수의 원인 중 하나가 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며 "따라서 의료법령을 위반하여 이른바 사무장 병원의 형태로 운영된 의료기관은 환자의 건강을 위협하고 의료질서를 훼손시키며,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 또한 크므로 그 위반행위를 엄격히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는 실제 의료행위 자체는 의료인 자격을 갖춘 의사에 의하여 행하여졌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므로, 원고 주장처럼 이 사건 병원에서 의료인에 의한 적법한 진료가 제공되었다거나, 원고가 C 등으로부터 보수만 받고 수익 배분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원고에 대한 환수금액을 대폭 감경하여야 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 처분이 원고에게 합계 약 20억원에 달하는 금액의 환수를 명하고 있기는 하나, 이는 이 사건 지침에 따라 전체 요양급여비용의 60% 감경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요양급여비용 자체가 합계 약 50억원이 넘는 거액인 사실에 주로 근거한다"며 "이러한 점에 비추어 알 수 있는 이 사건 병원을 이용한 환자 수나 그 시설 규모 등을 감안할 때 이 사건 병원이 초래한 국민보건상의 위험성은 다른 병원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고 할 것인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각 처분이 원고에게 위 금액의 환수를 명하는 것은 원고 행위의 불법성이 중하였기 때문이지, 이 사건 지침의 각 항목별 감경비율이 객관적 합리성을 결여하였기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A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판결문 전문은 서울행정법원 홈페이지 참조.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