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한전 직원 2명에 각 53,000원어치 식사 제공했다고 배전공사계약 해지 곤란"
[민사] "한전 직원 2명에 각 53,000원어치 식사 제공했다고 배전공사계약 해지 곤란"
  • 기사출고 2024.08.12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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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법] "잘못에 비하여 지나치게 과중"…효력정지 가처분 인용

전기공사업체인 A사는 2022년 12월 한국전력공사와 계약기간이 2023. 1. 1.부터 2024. 12. 31.까지 2년인 경기본부 안산지사의 배전공사계약을 체결했다. 추정계약금액이 부가가치세 포함 2년간 약 54억 9,000만원인 상당한 규모의 계약이다. 그런데 A사의 이사가 2023년 7월 한전 경기본부 안산지사를 방문하여 안전관리 협의를 하다가 저녁식사를 함께 하고 A사의 법인카드로 한전 직원 2명의 식사비용 각 53,000원을 결제한 것이 한전의 감사 결과 적발되어 한전이 배전공사계약을 해지했다. 계약해지가 타당할까. 저녁식사 자리엔 한전 직원 2명을 포함해 경기지역 공사업체 직원 3명 등 모두 6명이 참석했으며, A사가 한전 직원 2명에게 각각 제공했다는 53,000원의 저녁식사 비용은 저녁식사 총비용인 32만원을 참석자 수 6으로 나눈 금액이다.

A사와 한전의 계약 당시 그 계약 내용에 포함된 청렴계약 이행각서에는 'A사의 임직원과 대리인은 입찰 · 낙찰 · 계약체결 및 계약이행과정에서 관계직원에게 직 · 간접적으로 금품 · 향응 등의 부당한 이익을 약속 · 제공하지 않겠고, 이를 위반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계약이행 이후에는 당해 계약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해제 · 해지하여도 감수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배전공사 전문회사 업무처리기준에는 '한전의 임직원에게 금품 · 향응 제공 또는 전달행위에 대하여 대내 · 외 기관 조사결과 사실 확인시 계약 해지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수원지법 민사31부(재판장 조병구 부장판사)는 그러나 6월 21일 A사가 한전을 상대로 낸 계약해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A사가 한전과 체결한 배전공사계약에 있어서 A사가 계약자의 지위에 있음을 임시로 정한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먼저 "이 사건 비위행위는 청탁금지법에 위반될 소지가 높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비위행위가 청탁금지법에 위반될 소지가 높더라도, 그와 별개로 채무자(한전)의 계약 해지 통보의 근거가 된 이행각서와 업무처리기준은 약관법의 적용을 받는 약관에 해당할 수 있고, 채무자의 공기업으로서의 지위 등에 비추어 신의칙에 따라 공정하게 해석되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나아가 이 사건 계약은 공기업이 사경제의 주체로서 상대방과 대등한 지위에서 체결하는 사법상의 계약으로 본질적인 내용은 사인 간의 계약과 다를 바가 없어 사적 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을 비롯한 사법의 원리가 원칙적으로 적용되므로 공공기관이 부가한 계약내용이나 조치의 효력을 함부로 부인할 것은 아니지만, 공공계약의 특수성에 비추어 그 내용이 계약 관계 법령에 위반하거나 비례의 원칙에 반하여 계약상대방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거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임이 분명하여 이를 무효로 하지 않으면 공공계약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무효로 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대법원 2017. 12. 21. 선고 2012다74076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0다83182 판결 등 참조)"고 밝혔다.

재판부는 "제공된 향응의 환산 금액이 인당 약 5만 3,000원 정도여서 이 사건 계약의 추정계약금액(부가가치세 포함 2년 동안 약 54억 9,000만원)과 비교하여 경미하고 그 횟수도 1회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이 사건 해지통보는 그 요건을 갖췄다고 볼 수 없거나 채권자(A사)의 잘못에 비하여 지나치게 과중하므로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어 무효로 볼 여지가 있고, 이는 본안에서 관련 쟁점에 관하여 신중히 심리하여 판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피보전권리가 소명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비위행위가 이 사건 계약의 체결이나 이행 과정에서 부당한 이익 내지 편의를 얻기 위한 의도로 행해졌다거나 채권자의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만한 구체적인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며 "계약의 해지는 이 사건 계약의 위반행위를 이유로 채무자가 할 수 있는 조치 중 가장 침익적인 조치에 해당하고, 채무자의 임직원에 대한 금품 · 향응 제공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 제공의 경위나 금액, 횟수 등에 따라 위반의 정도에 차이가 있고, 이에 따라 단계적이고 개별적인 조치를 선택하는 것이 가능한데, 그 위반의 정도와 관계없이 계약의 해지라는 가장 침익적인 조치를 무조건적으로 한다는 것은 계약상대방에게 지나치게 가혹할 수 있어 이는 업무처리기준상 위반행위의 횟수나 정도 등을 고려하여 단계적이고 개별적인 불이익조치를 하도록 한 다른 위반행위의 경우와 비교하여 형평성에 반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보전의 필요성에 대한 판단.

재판부는 "이 사건 계약은 계약 당시 전담지역과 계약단가만 정해지고, 구체적인 공사금액은 채무자의 시공통보에 따라 정해지는 형태의 계약이며, 따라서  해지통보에 따라 계약이 해지된 것과 같은 외형이 만들어진 현 상태대로라면, 채권자는 더는 채무자로부터 시공통보를 받을 수 없어 공사대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고 전제하고, "채권자의 전체 매출액 중 이 사건 계약과 같이 관급공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경 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23년 기준 약 83.5%에 달하고, 특히 이 사건 계약을 통한 매출액 비중이 절반을 넘는 것으로 보여 이러한 상황에서 채권자가 이 사건 계약을 통한 공사를 수주하지 못한다면 채권자는 큰 경영상 위험에 처하게 될 우려가 높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비록 현재까지 이 사건 가처분의 본안소송이 제기되어 있지 않기는 하지만, 가처분은 본안소송의 제기 전이라도 긴급한 사정이 있는 경우 발령할 수 있는 것이고, 채무자는 본안의 제소명령 신청(민사집행법 제301조, 제287조)을 통하여 채권자로 하여금 본안소송의 제기를 강제할 수 있다"며 채권자에 대해 이 사건 계약에 관한 계약자 지위를 임시로 부여하는 범위에서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채무자에 대해 이 사건 계약과 동일한 내용의 계약체결 금지와 그 계약의 이행 금지를 구하는 내용의 가처분은 그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된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앤장이 A사를 대리했다. 한전은 법무법인 서울센트럴이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