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탐방]②성균관대 로스쿨
[로스쿨 탐방]②성균관대 로스쿨
  • 기사출고 2008.07.09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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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스형 기업법무 전문가 양성해동아시아 법학교육 허브 추구한다삼성 경영참여 후 급성장…로펌, 기업체서 인턴십 운영JD-MBA, JD-LL.M. 과정 개설…외국 로스쿨 등과 교류
◇왼쪽부터 김은미, 박광민, 최봉철, 김성용, 김민호 교수
◇왼쪽부터 김은미, 박광민, 최봉철, 김성용, 김민호 교수

 

성균관대 로스쿨로 가는 길은 멀지 않았다. 

창경궁을 지나 혜화동 로터리 채 못가서 유턴해 들어가니 곧바로 성대 정문이 나온다. 내년 3월 로스쿨이 들어설 성대 법대는 언덕길을 지나 대학 교정의 거의 맨 꼭대기쯤에 자리잡고 있다. 법대 바로 옆으로 길게 뻗어있는 기와지붕 담장 너머가 창덕궁으로, 창덕궁의 울창한 푸른 숲이 더욱 시원한 느낌을 주었다.

법학관 연면적 4600평

법대는 2004년 7월 준공된 법학관 한 동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지상 5층, 지하 2층의 규모, 연면적이 4600평인 거대한 공간이다. 이 안에 강의실과 도서관, 교수연구실, 대강당, 전산실 등 성균관대 로스쿨의 주요 시설이 모두 들어있다. 보완공사가 진행중인 기숙사만 법학관에서 5분 거리에 떨어져 있다. 법대 도서관의 김민경 과장은 "도서관이 따로 떨어져 있지 않고, 법학관 안에 강의실 등과 함께 위치하고 있어 학생들로부터 이용에 편리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며, "외국의 로스쿨도 도서관을 법학관에 함께 배치한 곳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초현대식으로 지어진 법학관은 4년이 지난 지금도 빼어난 시설을 뽐내고 있다. 첨단 강의실과 전산센터는 물론 탁 트인 복도와 엘리베이터 앞의 넓은 공간 등이 성대 법대의 미래를 내다 본 설계자들의 긴 안목을 느끼게 한다. 다만, 입학정원 120명의 로스쿨을 직접 겨냥해 지은 게 아니어서 모의법정의 마련 등을 위한 내부 구조변경을 준비 중에 있다. 성대 법대의 한 교수는 "법학관이 준공된 후 여러 대학에서 벤치마킹해 갔을 만큼 선례가 된 건물"이라고 자랑했다.

이런 물적 인프라를 갖춘 성대 법대가 로스쿨을 열어 중점적으로 교육하려는 분야는 기업법무 분야.

성대는 로스쿨 인가를 신청하면서 기업법무 한 분야만을 특성화 주제로 내걸었다. 최봉철 법대 학장은 이를 단핵특성화라고 불렀다. 그는 "추가할 다른 특성화주제가 없어서가 아니라 기업법무야 말로 성대 법대의 이미지나 여건에 너무나 잘 부합하기 때문에 단일주제로 내세웠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성대 법대가 맡아서 연구를 진행중인 2단계 두뇌한국(BK) 21사업이나 글로컬과학기술법연구소를 중심으로 연구가 활발한 글로컬과학기술법 분야를 또 다른 특성화주제로 제시할 수 있었다는 게 글로컬과학기술법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김민호 교수의 부연 설명. 글로컬이란 글로벌(global)과 로컬(local)의 합성어로, 국제화와 함께 특정 법이 집행되는 해당 지역이나 나라를 도외시 할 수 없는 법학의 지역적인 속성을 감안해 이렇게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단일주제 내건 단핵특성화

성대 법대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최 학장에게 성균관대가 600여년전 설립된 조선시대의 국립대학인 '성균관'의 맥을 이어받았다는 대학 연혁에 관한 역사 이야기를 꺼냈다. 기업법무를 중점 육성하겠다는 성대 로스쿨의 특성화전략과 성균인(成均人)의 양성이라는 성대의 교육목적과의 상관관계에 대해 물었다. 최 학장이 곧바로 대답했다. "전통과 첨단의 조화이지요." 그에 따르면, 성균이란 아직 뜻을 이루지 못한 사람을 인재로 만들어 풍속을 고르게 한다는 의미로, 국가를 경영할 만한 자질을 갖추고 만인에 봉사하는 사람을 길러낸다는 게 성대의 교육목적이다. 그는 "성대 로스쿨로 치면, 풍부한 교양과 법률지식, 실무능력을 갖춘, 국가와 국제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리더를 양성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초현대식으로 지어진 성균관대 법학관. 여러 법과대학에서 벤치마킹해 갔을 만큼 인기가 높다.

성대는 특히 삼성이 재단을 맡고 있어 기업법무라는 특성화주제가 더욱 각별한 관심을 사고 있다. 삼성이 성대의 경영에 참여한 것은 1996년 11월로, 삼성의 참여가 이후 성대의 발전에 큰 힘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법대만 보더라도 매년 250명의 입학생 중 90~100명의 학생이 4년간 등록금 전액이 지원되는 삼성장학금을 받고 있다. 2007학년도 입학생의 경우 93명의 학생이 삼성장학금을 받았다. 또 대학 전체로 2007년 한 해 동안의 재단전입금이 1092억원으로, 재단의 이런 지원에 힘입어 법학관 등 훌륭한 교육시설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법대 관계자가 설명했다.

최근 5년간 성대 출신 사법시험 합격자를 보면, 2003년 54명, 2004년 63명, 2005년 72명, 2006년 72명, 2007년 75명으로, 2005년 이후 전체 사시합격 인원 1000명의 7% 점유율을 보이며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또 합격생의 평균연령도 낮아지고 있다고 한다. 법학과장을 맡고 있는 김성용 교수는 이와관련, "삼성의 경영 참여가 2005년부터 성과를 내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실제로 성대 법대는 2005년 이후 외국 로스쿨 등과 활발한 교류에 나서는 등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올 초 로스쿨 예비인가에서도 서울대 다음으로 많은 120명의 입학정원을 배정받아 학내 분위기가 매우 고무돼 있다. 서울지역에서 120명의 로스쿨 입학정원을 배정받은 대학은 고대, 성대, 연대 세 곳이다.

기업법무 수요 급팽창

기업법무를 특성화분야로 내건 성대 로스쿨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나라 안팎의 기업법무 수요에 적극 부응하겠다는 뜻을 거듭 다지고 있다. 성대가 교육과학기술부에 낸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인가 신청서에 따르면, 기업이 관련된 법률분쟁 등 기업법무 수요는 급팽창하고 있으나, 이 분야의 전문가는 매우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000~2005년 5년간 삼성, 현대 · 기아차, 하이닉스, LG전자, 대한항공, 포스코 등 국내 6대 기업이 미국에서 피소 또는 제소된 사건이 694건에 달할 만큼 기업관련 분쟁이 급증하고 있다. 또 한국 법률시장이 개방되면 기업 인수 · 합병(M&A)이나 기업금융, 공정거래 등 기업법무 분야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게 성대 법대의 분석. 이처럼 폭발적인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기업법무 분야를 감당할 법률전문가를 양성해 국가와 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게 성대가 기업법무 분야를 특성화 주제로 선정한 이유라는 것이다.

특히 성대가 추구하는 기업법무 전문가는 법률지식과 함께 법률실무와 법조윤리를 골고루 갖춘 이른바 '플러스형 법률전문가'로, 성대 법대는 플러스형 기업법무 전문가를 길러내기 위해 다각도의 구체적인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김민호 교수는 "플러스형 기업법무 전문가란 한마디로 전문법률가의 윤리규범을 갖춘 교양인, 현장의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전문인, 공동체 정신으로 국가 ㆍ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리더 등이 플러스된 전문인재를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우선 내년 3월 로스쿨 개원과 함께 도입을 준비 중인 JD-MBA, JD-LL.M.과정이 눈길을 끈다. JD-MBA 과정은 성대 로스쿨과 2004년 문을 연 GSB(Graduate School of Business) 경영학 석사(MBA)과정을 결합한 것으로, 경영학에 대한 식견을 겸비한 기업법무전문가를 키워 내겠다는 깊은 뜻이 담겨있다. 미 MIT의 슬로언 스쿨 등 세계적인 수준의 MBA 프로그램을 본 따 만든 GSB 과정은 외국인 교수들이 많이 참여한 가운데 전과목 영어로 진행되는 게 특징. 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강의 위주로 짜여진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자랑한다. JD-MBA 과정은 로스쿨 3년을 포함해 4년 과정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4년 공부해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JD와 MBA자격을 함께 갖추게 되는 것이다. 여름학기를 포함해 3학기 동안 GSB 강좌를 듣고 소정의 과정을 마쳐야 한다. 또 모자라는 GSB 학점은 로스쿨에 개설될 기업법무 관련 강좌의 학점으로 충당하기로 GSB측과 원칙적인 합의를 보았다고 성대 법대의 법학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박광민 교수가 설명했다.

뉴욕에 있는 미 로스쿨인 포담(Fordham) 로스쿨과 함께 운영할 예정인 JD-LL.M.과정은 성대 로스쿨 3년을 다녀 한국 변호사시험은 물론 뉴욕주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게 잇점. 또 미국법에 대한 지식을 넓혀 국제적인 안목을 기를 수 있어 학생들에게 상당한 인기를 끌 전망이다. 성대 로스쿨에서 2년 수학한 후 포담 로스쿨에서 1년간 교환학생으로 공부하면 성대 로스쿨 법학석사(JD)와 포담 로스쿨 LL.M.학위를 함께 받게 된다. 김은미 교수는 "이 외에도 외국의 로스쿨 등과 연계해 공동학위 프로그램을 확대하려고 한다"며, "JD-LL.M.과정의 경우 2년간의 로스쿨 성적과 영어 테스트 등을 거쳐 대상자를 선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경대 법학원과 교환학생제 운영

이와함께 성대 법대는 외국 법대 등과의 교류 확대 등 적극적으로 국제화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물론 기업법무전문가를 양성하려는 성대 로스쿨의 미래 전략에 연계돼 있다고 성대 법대 교수들은 강조한다. JD-LL.M.과정을 공동 운영하려고 하는 포담 로스쿨 외에도 미국, 일본, 중국, 프랑스, 독일, 대만 등의 10개가 넘는 대학 또는 연구소와 교류협정을 맺고 있다. 미국의 듀크대, 시애틀에 있는 워싱턴 주립대, 인디애나대 로스쿨과 중국의 무한대, 북경대, 인민대 법학원, 일본의 고베대, 대동문화대 로스쿨, 독일의 막스플랑크 국제형법연구소, 프랑스의 파리3대 법과대학, 대만의 고웅대 법대 등이 성대 법대와 교류하고 있는 유명 대학 및 연구소들이다. 북경대 법학원의 경우 국내 법대로는 성대 법대와 유일하게 교환학생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성대 법대는 또 로스쿨 개원과 함께 동아시아 법학교육의 허브가 되는 것을 추구하고 있어 더욱 주목되고 있다. 한마디로 동아시아 법률가를 대상으로 법학교육을 실시하자는 것으로, 로스쿨 안에 외국 법률가 등을 대상으로 하는 1년짜리 LL.M. 과정 개설을 적극 추진 중이다.

2006년부터 여름방학 동안 포담 로스쿨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 하계 법학과정도 이런 국제화 전략의 일환이다. 지난해의 경우 캐나다와 중국, 키르키즈스탄의 학생도 강의를 들었을 만큼 인기가 높다고 성대 관계자가 소개했다. 미 변호사협회(ABA)가 공인한 프로그램으로, 미 로스쿨의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6월 10일부터 27일까지 18일간 운영될 올 하계과정엔 이미 60여명의 미 로스쿨 학생이 등록했다. 40명의 인원이 배정된 국내 학생을 대상으로 등록을 받고 있다. 성대 법대는 이 프로그램에 등록한 외국 학생들이 원할 경우 정부기관, 기업, 법률사무소 등에 연결해 인턴십 기회를 제공한다.

성대 법대는 기업경영법무, 기업금융법무, 기업거래법무의 세 개의 축으로 나눠 기업법무라는 특성화 주제를 실천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경영대학원이나 외국의 로스쿨과의 협력은 물론 기업법무가 강한 국내외 로펌과 유명 기업들에서의 인턴십 훈련 등 실무와의 연계 또한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김&장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화우, 세종, 율촌 등 일류 로펌들과 인턴십 또는 익스턴십을 통한 실무수습이 예정돼 있다. 또 현대건설, 마이크로 소프트, 한국산업은행,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한국조세연구원, 손해보험협회, 생명보험협회, 한국금융연수원, 예금보험공사 등과도 인턴십 또는 익스턴십 협력약정을 맺었다.

외국 로펌과도 인턴십 협정

박광민 교수는 "워싱턴에 있는 유명한 로펌인 Steptoe & Johnson과도 인턴십 및 익스턴십 협정을 맺기로 돼 있다"고 강조했다.

모두 39명으로 이루어진 성대 로스쿨의 교수진도 경쟁력을 자랑한다. 인가 신청 당시 40명의 교수가 재직하고 있었으나, 암과 투병하며 강단에 섰던 이기용 교수가 지난해 12월 담보물권법 마지막 강의를 끝낸 후 교수연구실에서 쓰러져 숨지는 바람에 1명이 줄었다. 성대 법대는 죽음을 무릅쓰고 끝까지 강의에 충실했던 이 교수의 높은 뜻을 기려 법과대학장으로 장례를 치렀다.

기업법무 분야의 경우 금융법 전문인 고동원 교수, 증권거래법 전문인 임재연 교수, 전자상거래 전문인 정경영 교수와 손경한 교수, 공정거래법 전문인 정호열 교수가 포진하고 있다. 미 듀크대 법학박사인 고 교수는 미국변호사 자격을 갖추고 있으며, 일본 오사카대에서 "전자상거래분쟁의 해결"이라는 논문으로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손 교수는 국내 로펌업계에도 잘 알려진 로펌변호사 출신이다. 사이버 지적재산권 분야의 연구도 앞장서고 있으며, 국제거래법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 일리노이대 경제학박사로 소비자보호 강의를 담당하고 있는 김기옥 교수와 변호사 시절 법정관리와 화의 등 기업도산 분야의 전문변호사로 이름을 떨친 김성용 교수, 민법과 기업법을 가르치는 김은미 교수, 조세법 전문의 이전오 교수, 노동법의 김홍영 교수, 고려대 경영학 박사로 기업회계와 세법을 맡고 있는 이준봉 교수 등 성대 로스쿨은 특히 기업법무분야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수많은 강좌와 폭넓은 교수진을 확보하고 있다.

김은미 교수 삼성 CCO 역임

제33회 사법시험에 수석합격한 김은미 교수는 3년6개월의 판사 근무를 거쳐 삼성에서 오랫동안 사내변호사로 활동한 경력의 소유자로,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카드 등의 준법감시인(CCO) 등으로 근무한 후 지난해 9월 성대에 합류했다.

또 민법의 고상용 교수와 목적적 행위론으로 유명한 형법의 김종원 교수, 헌법의 문홍주 교수, 국제법의 김정균 교수 등이 성대 법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원로 교수들로, 이들은 현재 학술원 회원으로 있다.

성대 법대에 따르면, 12명의 교수가 한국변호사 자격을 갖추고 있으며, 고동원 교수와 법사회학을 가르치는 코넬대 법학박사 출신의 김재원 교수 등 3명은 미국변호사 출신이다. 또 Franklin Pierce Law Center에서 JD를 한 정차호 교수는 변리사 자격을 갖추고 있다. 특허법을 가르친다. 전체 교수의 40%가 넘는 교수가 변호사 등 실무경력을 갖추고 있다는 얘기로, 성대 법대 관계자는 "그만큼 기업법무 등 실무 분야의 교육을 중시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풀이했다.

변호사들로 구성된 10여명의 겸임교수들도 실무 분야의 강의를 지원하고 있다. 겸임교수 중 세 사람은 특히 삼성의 사내변호사로 활동하는 변호사들로, 사내변호사 출신 교수가 많은 게 성대 법대의 특징 중 하나다. Brian Kim 변호사는 영문계약서 작성 실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신흥철 변호사는 기업 M&A와 중소기업법, 백제흠 변호사는 국제거래와 조세를 가르친다.

학생들의 관심사항 중 하나인 장학금 지급도 삼성이 재단을 맡은 대학답게 풍부한 편이다. 김성용 교수는 1,2,3학년을 통틀어 모두 27억3000만원을 장학금으로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학년 당 45명이 넘는 학생이 전액장학금을 받는 셈이다.

성균관대 로스쿨은 이런 인적, 물적 인프라를 갖추고 기업법무의 전문가가 될 미래의 법률가들을 기다리고 있다.

글 김진원 기자 ㅣ 사진 지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