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수가 국내 주요 대학의 이공계 대학원 교수와 그 연구실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 '김박사넷'이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운영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으나 최종 패소했다.
김박사넷은 각 대학의 재학생 · 졸업생들로부터 해당 대학 소속 교수와 연구실에 관한 정보를 입력받아 사이트 방문자에게 제공하며, 수집 · 제공 정보는 교수에 대한 한줄평과 연구실에 대한 등급점수이고, 등급점수는 ▲교수 인품 ▲실질 인건비 ▲논문 지도력 ▲강의 전달력 ▲연구실 분위기 등 5가지 지표로 구성되어 각 지표별로 A+부터 F까지 등급으로 평가된 뒤 기계적으로 취합돼 오각형 평가 그래프 형태로 제공된다.
서울대 교수인 A씨는 김박사넷에 있는 자신 관련 정보의 삭제를 요청, 김박사넷 운영사인 팔루썸니가 A씨의 이름과 이메일, 사진을 삭제하고 A씨에 대한 한줄평 전부를 '블락처리(차단조치)'했으나, A씨 연구실에 대한 평가 그래프의 삭제는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대법원 제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6월 17일 A씨가 팔루썸니를 상대로 위자료 1,000만원과 자신과 관련된 웹페이지의 삭제를 청구한 소송의 상고심(2020다239045)에서 A씨의 상고를 기각,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먼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라는 인격적 법익을 침해 · 제한한다고 주장되는 행위의 내용이 이미 정보주체의 의사에 따라 공개된 개인정보를 그의 별도의 동의 없이 영리 목적으로 수집 · 제공하였다는 것인 경우에는, 정보처리 행위로 침해될 수 있는 정보주체의 인격적 법익과 그 행위로 보호받을 수 있는 정보처리자 등의 법적 이익이 하나의 법률관계를 둘러싸고 충돌하게 된다"며 "이때는 정보주체가 공적인 존재인지, 개인정보의 공공성과 공익성, 원래 공개한 대상 범위, 개인정보 처리의 목적 · 절차 · 이용형태의 상당성과 필요성, 개인정보 처리로 침해될 수 있는 이익의 성질과 내용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인정보에 관한 인격권 보호에 의하여 얻을 수 있는 이익과 정보처리 행위로 얻을 수 있는 이익 즉 정보처리자의 '알 권리'와 이를 기반으로 한 정보수용자의 '알 권리' 및 표현의 자유, 정보처리자의 영업의 자유, 사회 전체의 경제적 효율성 등의 가치를 구체적으로 비교 형량하여 어느 쪽 이익이 더 우월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에 따라 정보처리 행위의 최종적인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8. 17. 선고 2014다235080 판결 등 참조)"고 밝혔다.
이어 "원심은 원고의 공적인 존재로서의 지위, 개인정보의 공공성과 공익성, 피고가 정보처리로 얻은 이익과 처리절차 및 이용 형태, 정보처리로 인하여 원고의 이익이 침해될 우려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가 원고의 개인정보 등을 수집 · 제공한 행위는 원고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로 평가할 수 없고, 김박사넷에서 교수 평가 결과를 제공한 행위를 두고 원고의 인격권을 위법하게 침해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며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기본권 침해에 대한 헌법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교수인 원고는 공적인 존재에 해당하고 그 직무 수행은 국민들의 광범위한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된다"고 전제하고, "원고의 공적인 존재로서의 지위에다가, 대학교수인 원고의 인적사항, 논문 등 업적, 졸업생 등 연구실 실적 등의 정보는 이미 공개된 정보이거나, 대체적으로 원고의 직업적 정보에 해당하여 대학원에 진학을 계획하고 있는 학생 및 그 학부모 등이 최소한도로 제공받아야 하는 공공성과 공익성 있는 정보에 해당하고, 그러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알 권리가 정보처리자나 정보수용자에게 인정됨은 물론, 이를 기반으로 하는 정보수용자들의 표현의 자유도 보호받는 법적 이익에 포함되며, 피고가 무료로 운영하는 김박사넷을 통하여 그 정보처리로 얻은 이익과 그 정보처리로 인하여 원고의 이익이 침해될 우려의 정도 또한 그리 크지 아니하고, 한줄평 또한 이용자가 작성한 내용을 그대로 게시하다가 원고의 요청에 따라 이를 블록처리 한 점 등의 사정까지 보태어 보면, 피고가 원고의 개인정보 등을 수집 · 제공한 행위가 원고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나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로 평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평가그래프를 통한 교수평가 결과는 해당 교수의 공적인 직무수행 영역에서 관련 이용자가 제출한 개인적, 주관적 의견 또는 평가에 해당하는 수치를 기초로 하고 있고, 피고는 이를 당초 예정한 기준에 따라 그대로 이용한 것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평가 항목의 선정과 평가의 방법 또한 피고의 개인적 의견으로 볼 수 있다"며 "따라서 그 표현행위의 형식과 내용 등이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하거나 혹은 타인의 신상에 관하여 다소간의 과장을 넘어서서 사실을 왜곡하는 공표행위를 함으로써 그 인격권이 침해되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사표현의 자유의 영역으로 두텁게 보호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가 그와 같이 교수를 평가하는 항목과 방법이 객관적으로 보편타당하고 충분한 것인지 의문이 없지 아니하나, 사적인 법 영역에서도 헌법상 중요한 기본권의 하나인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취지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그 표현방법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지적하고, "나아가 정보수요자의 입장에서 대학의 중요성에 비추어 교수의 능력과 자질에 대한 다방면의 검토가 필요하고, 그러한 측면에서 위와 같은 교수의 평가결과도 참고할 수 있는 정보가 될 수 있으며, 그러한 정보의 취사선택은 결국 정보수요자에게 맡겨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1심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에 대한 한줄평 및 평가 그래프의 작성자가 아닌 게시 공간 관리자에 불과한 바, 피고가 서울대학교 재학생 및 졸업생들로부터 제공받은 원고에 대한 평가정보를 선별해 게재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해당한다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고 원고 패소 판결했으며, 항소심 재판부도 1심의 이러한 판단을 그대로 인용했다.
법무법인 심평이 1심부터 팔루썸니를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