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에 따른 등록을 하지 않은 '주식 리딩방' 계약이 불법이지만, 목표 수익률 도달 실패와 관련한 특약사항이나 계약 해지 환불에 따른 위약금 합의 등의 사법상 효력 자체는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자본시장법에 따른 등록을 하지 않은 투자자문업, 투자일임업을 불법으로 규정한 자본시장법 17조는 효력규정이 아니라 단속규정이라고 밝혔다.
증권정보제공업체인 A사는 2021년 12월 17일 B씨와 가입기간을 2021년 12월 17일부터 2022년 6월 20일까지, 가입금액을 1,500만원으로 정해 A사가 B씨에게 주식매매를 위한 주식정보 등을 제공하기로 하는 내용의 '증권정보제공 VVIP 서비스 가입계약'을 체결했다. 특약사항에는 서비스 제공기간이 도과한 시점에 목표 누적수익률이 700%에 이르지 못할 경우 A사가 B씨에게 6개월 동안 추가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목표 누적수익률이 200%에 이르지 못할 경우 A사가 B씨에게 이용요금 전액을 환급하기로 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전에 투자자가 입을 손실을 보전해주거나 일정한 이익을 보장할 것을 약속하는 행위로, 최근 사회 문제로 대두된 전형적인 '주식 리딩방' 형태였다. B씨는 가입금액 1,500만원을 신용카드로 결제했고, 이에 따라 A사는 B씨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주식종목 추천 등의 주식매매를 위한 주식정보를 제공했다.
B씨는 서비스를 2022년 3월까지 이용하다가 계약 해지를 요청했고, A사는 533만여원을 환불해 주었다. 대신 A사와 B씨는 향후 위와 같은 환불금액에 대하여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하고, 만일 B씨가 이를 위반하면 A사에게 환불금액의 2배에 상당하는 금액을 위약벌로 지급하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B씨는 신용카드 회사에 가입금액 1,500만원에서 환불금 533만여원을 제외한 나머지 966만여원 전액에 대한 신용카드 결제취소를 요청해 966만여원을 환불받았다. 이에 A사는 B씨가 합의를 위반했다며 환불금의 2배(1,060만여원)와 카드사로부터 환불받은 966만여원을 합쳐 2,033만여원의 위약금을 내야 한다며 B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B씨는 이에 대해 "A사는 유사투자자문업으로만 신고했을 뿐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따른 법률(자본시장법)에서 정한 투자자문업자가 아니므로 특정인을 상대로 투자자문행위를 할 수 없음에도 증권정보제공계약을 체결하여 ①투자자문행위를 하면서 주식종목 추천 등 주식매매를 위한 주식정보를 알려주었고, ②700% 고수익 보장 등과 같은 손실보전 또는 고수익보장 약정을 했으므로, 증권정보제공계약은 자본시장법 17조와 55조의 강행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이고, 합의서 또한 증권정보제공계약이 유효함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섰다. A사는 유사투자자문업 신고만 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특약사항이 포함된 이 사건 계약(증권정보제공계약)이 강행규정인 자본시장법 17조와 55조를 각각 위반하여 무효이고, 합의서 또한 이 사건 계약의 효력이 인정됨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마찬가지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 A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그러나 6월 13일 합의서는 유효하다며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24다218978).
대법원은 먼저 "자본시장법 제17조는 '누구든지 이 법에 따른 금융투자업 등록을 하지 아니하고는 투자자문업 또는 투자일임업을 영위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한다. 자본시장법에 따른 등록을 하지 않고 투자자로부터 투자판단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일임받아서 그 투자자의 재산상태나 투자목적 등을 고려하여 투자재산을 운용하는 것을 영업으로 하는 '투자일임업'과 투자자의 투자판단에 관한 자문에 응하는 것을 영업으로 하고 최종 투자판단 및 투자재산 운용 행위는 투자자가 직접 수행하게 되는 '투자자문업'을 영위하는 것을 금지하는 취지는 고객인 투자자를 보호하고 금융투자업을 건전하게 육성하고자 함에 있다"고 전제하고, "그런데 위 규정을 위반하여 체결한 투자일임계약 내지 투자자문계약 자체가 그 사법상 효력까지도 부인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현저히 반사회성, 반도덕성을 지닌 것이라고 할 수 없고, 그 행위의 사법상 효력을 부인하여야만 비로소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 규정은 효력규정이 아니라 단속규정에 해당한다(대법원 2024. 5. 9. 선고 2023다311665 판결 참조)"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금융투자업자 및 그 임직원이 사전 또는 사후에 투자자의 손실을 보전하거나 일정한 이익을 보장하는 약속을 하는 등의 손실보전 내지 이익보장 행위를 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자본시장법 제55조는 금융투자업자 또는 그 임직원이 고객인 투자자에 대하여 손실을 보전하거나 일정한 이익을 보장하는 약정을 이행하거나 그 손실보전 및 이익제공을 위하여 부득이 불건전한 거래 또는 변칙적인 거래를 함으로써 자본시장의 공정한 거래질서의 왜곡을 가져올 위험성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손실보전 내지 이익보장 등 행위를 금지한 것이지만, 금융투자업자 및 그 임직원과 고객 사이가 아니라 사인들 사이에 이루어진 손실보전 내지 이익보장 약정에 대하여는 자본시장법 제55조를 유추적용할 수 없고, 그 약정의 사법적 효력을 부인할 근거도 찾기 어려우며(대법원 2010. 7. 22. 선고 2009다40547 판결 참조), 나아가 금융투자업자 및 그 임직원이 아닌 유사투자자문업자가 체결한 계약에 대하여도 자본시장법 제55조를 유추적용할 수 없다(대법원 2024. 5. 9. 선고 2023다311665 판결 참조)고 밝혔다.
대법원은 "투자자문업 등록을 하지 않은 원고가 투자자문에 관한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는 등으로 투자자문업을 영위하여 자본시장법 제17조를 위반하였다고 하더라도, 미등록 영업행위라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계약을 무효라고 할 수는 없고, 투자자문업자 내지 금융투자업자가 아니고 유사투자자문업자에 불과한 원고가 체결한 계약의 일부인 이 사건 특약사항이 투자자인 피고에게 손실보전 내지 이익보장을 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자본시장법 제55조를 유사투자자문업자인 원고에 대하여 유추적용하여, 특약사항이 자본시장법 제55조에 저촉되어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으로 민법 제103조에 따라 무효라고 볼 수는 없고, 그 밖에 특약사항이 사회질서를 위반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그 사법적 효력을 부인할 만한 사정이 없다"고 지적하고, "그런데도 자본시장법 제17조가 강행규정임을 전제로 이 사건 계약이 그 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이거나, 유사투자자문업자에 대하여 자본시장법 제55조를 유추적용할 수 있음을 전제로 특약사항이 그 규정에서 금지하는 내용에 해당하여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위반하는 것으로 무효여서 결국 이 사건 계약의 사법상 효력이 없다고 판단한 원심에는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 제2호에서 정한 구체적인 당해 사건에 적용할 법령의 해석에 관하여 대법원이 내린 판단과 상반되는 해석을 전제로 한 경우로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증권정보제공계약의 특약사항은 유효하고, 계약 해지 환불에 따른 위약금 합의서 또한 유효하다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최근에 유사투자자문업(주식 리딩방)과 관련하여 서비스 이용계약을 체결한 뒤 가입자가 원하는 수익을 얻지 못하자 임의로 신용카드 결제를 취소하는 방식으로 금액을 전부 환불받았는데, 유사투자자문업자가 약관 규정에 따른 공제비용을 청구하는 소액사건이 꾸준하게 제기되고 있다"며 "대법원은 이에 대한 효력 자체는 인정하여 가입자 패소판결을 선고하고 있고, 이 사건도 이와 마찬가지의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