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서비스 필요한 국민 중 40% 서비스 못 받아
법률서비스 필요한 국민 중 40% 서비스 못 받아
  • 기사출고 2024.06.22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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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설문조사, 민형사 · 행정소송 전 자문 수요가 대부분

국민들이 소송이나 자문 등 법률서비스 수요를 느낄 때 얼마나 법률서비스 수요에 대한 충족이 이루어지고 있을까? 그리고 구체적인 충족수단은 무엇일까?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케이스탯 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법률서비스 필요를 느끼지 않았던 이들은 47.6%, 필요를 느꼈던 이들은 52.4%로 조사되었으며, 필요를 느꼈던 응답자 가운데 39.5%가 (어떠한 이유로든) 필요에도 불구하고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60.5%는 필요에 대응하여 서비스를 받았다고 응답했다. 전체 응답자 중 20.7%(=52.4%×39.5%)가 법률서비스 미충족 수요를 보고한 셈이다.

설문조사는 2023년 12월 15일부터 19일 사이에 전국의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상대로 이루어졌으며, 표본은 2023년 11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기준 지역별 · 성별 · 연령별로 비례하여 할당되었다.

설문조사를 주관하고 KDI가 최근 공개한 '디지털 전환에 따른 전문서비스업 현황과 과제-법률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보고서에 "온라인 법률서비스 플랫폼의 사회적 인식과 정책적 시사점" 제목의 글을 실은 충북대 사회학과 김현우 교수는 "법률서비스 접근권에 기본권 보장이라는 성격이 있음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미충족 수요의 규모는 잠재적으로 심각한 사회문제의 일부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률서비스의 미충족 수요가 발생한 원인은 다양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몰라서"라는 응답이 39.6%, 상담료와 수임료가 부담되는 등 경제적인 이유가 31.4%, 법적 절차를 거치기가 무섭고 스트레스라는 이유가 12.1%로 나타났다. 법률에 관한 지식의 부족 등 불완전 정보(imperfect information)가 가장 중요한 미충족 수요 발생의 원인인 셈. 비용 문제는 그다음으로 손꼽히는 중요 원인이며, 심리적 부담감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었는데, 김 교수는 "현대사회에서 재판과 법원 등 법률제도에 대해 느끼는 거리감과 송사(訟事)에 휘말렸을 때 직간접적으로 일상과 직장에서 겪게 될 불이익 등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법률서비스 미충족 수요에 대해 좀 더 분석해보면, 남성이 여성보다 미충족 혹은 충족 수요를 보고한 경우가 공통적으로 많았으며, 법률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경우는 여성이 남성보다 많았다.

미충족 수요를 보고한 응답자의 직업별 분포에선, 사무직, 판매/영업/서비스직, 무직/퇴직/은퇴 순으로 많았던 반면, 수요 충족자와 수요 미발생자의 경우에는 공통적으로 사무직, 무직/퇴직/은퇴, 전업주부의 순으로 많았다.

법률서비스 미충족 수요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불완전 정보를 지목한 이들은 50대(26.8%)가 가장 많은 반면, 비용 부담을 지목한 이들은 40대(27.7%)가 가장 많았다. 또 심리적 이유를 지목한 이들은 60세 이상(32.0%), 20대(28.0%)의 순으로 많았다.

◇수요 상태별 필요 법률서비스 영역 비교(김현우 교수 설문조사 결과 분석)
◇수요 상태별 필요 법률서비스 영역 비교(김현우 교수 설문조사 결과 분석)

김 교수는 법률서비스 수요가 발생했던 524명(전체 52.4%)을 대상으로, 필요했던 법률서비스의 구체적인 내용을 따져보았다. 45%의 응답자가 매매/임금/임대차/이혼/손해배상 관련 민사소송 전 법률자문을 들었다. 이어 규제/신고/납세/벌금 분쟁 관련 행정소송 전 법률자문(34.2%), 폭행, 상해 · 살인, 절도, 사기 관련 형사소송 전 법률자문(18.5%)의 순서로 나타났다. 반면 민사, 행정, 형사소송과 관련한 변호사 선임 수요는 6.7%에 불과했다.

법률서비스 수요 미충족 수요자의 경우에도 52.2%가 민사소송 전 법률자문 서비스를, 41.5%가 행정소송 전 법률자문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했으나, 이 경우에도 직접적인 소송대리 변호사 선임 의견은 8.7%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충족 수요자의 경우는 여전히 민사소송 전 법률자문이 수요가 가장 높게 나왔지만, 이 비율은 40.4%, 행정소송 전 법률자문 서비스의 필요 비율은 29.3%에 불과했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조사 자료를 통한 발견은 현재 대면 중심의 법률서비스에서 나타나는 미스매치의 한 원인을 시사한다"며 "일정 이상의 지명도를 갖춘 중견급 이상의 변호사와 중대형 로펌에 있어 더 높은 이익을 거둘 수 있는 영역은 (단순 법률자문보다) 실제 송무, 각종 계약 검토 및 체결, 분쟁조정과 협상의 대리 등에 있는 반면, 일반 국민이 실제 필요로 하는 가장 중요한 영역은 오히려 법률자문이고, 그중에서도 특히 민사 관련 법률자문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법률서비스 온라인 플랫폼이 상당한 규모로 확인된 법률서비스 미충족 수요자들에게 고려할 만한 대안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향후 법률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온라인 법률서비스 플랫폼의 이용 의사가 있는가를 묻는 질문에 수요가 충족된 경우 51.1%, 수요 미충족의 경우 62.3%가 이용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법률서비스 수요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도 41.6%가 이용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김 교수는 "이는 법률서비스 미충족 수요를 호소하였던 이들에게 온라인 법률서비스 플랫폼이 중요한 대안으로 고려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대면 서비스 중심인 기존 법률서비스 공급 체계에서는 온전히 충족되지 못했던 법률서비스 수요가 온라인 플랫폼에 의해 충족될 수 있다면, 이는 공익적 측면과 시장 창출 두 측면 모두에서 의미 있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률자문의 영역에서라면 변호사도 대면보다 온라인에서 플랫폼을 이용할 때 보다 쉽고 편리하게 그들의 잠재적 고객과 매칭될 수 있고, 게다가 이것은 중대형 로펌이 집중하는 고수익 영역이라기보다 두터운 인지도를 갖지 못한 신규 변호사와 영세한 로펌에 더 필요한 활동 영역"이라며 "성실한 법률자문을 통해 몇몇 상담 안건이 실제 소송으로 이어진다면 나름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으므로 온라인 플랫폼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유인이 된다"고 말했다. 반면 인지도 높은 변호사나 중대형 로펌은 (지인 소개와 같은) 기존의 사회적 네트워크를 통한 대면 서비스가 훨씬 더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김 교수가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