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중 도로의 백색실선을 침범해 사고를 냈더라도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했거나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면 운전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그동안 진로변경을 제한하는 백색실선을 '통행금지 안전표지'로 보고 '특례 조항'을 적용하지 않았던 판례가 약 20년 만에 변경된 것이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은 교통사고로 사람이 다치더라도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거나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한 경우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특례 조항을 두고 있다. 다만, 중앙선 침범이나 음주운전, '통행을 금지하는 내용의 안전표지를 위반해 운전한 경우' 등에는 특례가 적용되지 않는다.
대법원 전원합의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6월 20일 백색실선을 넘어 1차로에서 2차로로 진로를 변경했다가 2차로를 따라 진행하던 개인택시가 추돌을 피하기 위해 갑자기 정지하게 함으로써 택시 승객에게 전치 약 2주의 경추 염좌 등의 상해를 입힌 혐의(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로 기소된 G80 승용차 운전자 A씨에 대한 상고심(2022도12175)에서 이같이 판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공소를 기각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가 운전한 승용차는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었다.
대법원은 "진로변경을 금지하는 안전표지인 백색실선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제1호(이하 '단서 제1호')에서 정하고 있는 '통행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안전표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를 침범하여 교통사고를 일으킨 운전자에 대하여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본문의 반의사불벌죄 규정 및 제4조 제1항의 종합보험 가입특례 규정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비록 동일한 형으로 처벌하고 있으나, 도로교통법은 통행금지를 위반한 행위를 도로교통법 제156조 제2호로, 진로변경금지를 위반한 행위를 도로교통법 제156조 제1호로 각 처벌하고 있어 처벌 체계를 달리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서로 다른 금지규범을 규정하고 있는데도 진로변경금지 위반을 통행금지 위반으로 보아 단서 제1호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해석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진로변경제한선과 같이 해당 표지를 위반하여 진로를 변경하는 것 자체는 금지되어 있으나, 진로를 변경한 이후 해당 방향으로의 계속 진행이 가능한 경우 그 위반행위를 '통행방법제한'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는 있어도, 법문언에서 말하는 '통행금지위반'으로 볼 수는 없다"고 지적하고, "진로변경을 금지하는 안전표지인 백석실선이 설치된 교량이나 터널에서 백석실선을 넘어 앞지르기를 하는 경우에는 별도의 처벌특례 배제사유가 규정되어 있으므로(교통사고처리법 제3조 제2항 단서 제4호), 백석실선을 '통행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안전표지'로 보지 않는다고 하여 중대 교통사고의 발생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와 달리 도로교통법 제14조 제5항에 따라 통행하고 있는 차의 진로변경을 금지하는 안전표지인 백색실선이 단서 제1호에서 규정하는 '통행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안전표지'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대법원 2004. 4. 28. 선고 2004도1196 판결 등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변경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