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이혼'으로 불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및 재산분할소송이 최고법원인 대법원에서 판가름나게 되었다. 원고인 최태원 회장이 직접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6월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열린 이혼 재판 관련 현안 발표 자리에 직접 등장해 "사법부(항소심)의 판단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상고를 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상고 배경으로 "재산분할과 관련해 객관적인 명백한 오류를 발견했다"며 "그 오류는 주식이 분할 대상이 되는지 그리고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전제에 속하는 아주 치명적인 오류라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하나의 배경 중 하나로 "(항소심 판결에 따르면) SK의 성장이 불법적인 비자금을 통해서 이루어졌다는 것이고, 또 제6공화국의 후광으로 SK역사가 전부 부정당하고, 후광으로 저희가 사업을 키웠다는 판결의 내용이 존재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저뿐만 아니라 SK구성원 모두의 명예와 긍지가 실추되고 훼손되었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바로잡고자 저는 상고를 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강변했다.
최 회장에 이어 기자들 앞에 선 최 회장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의 이동근 변호사에 따르면, 최 회장이 말한 치명적인 오류는 최 회장이 1994년에 취득한 대한텔레콤(현 SK C&C)의 주식 가치 산정에 관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1994년 11월 최 회장의 주식 취득 당시 대한텔레콤의 가치를 주당 8원, 최종현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 주당 100원, SK C&C가 상장한 2009년 11월 주당 3만 5,650원으로 각각 계산했다. 하지만 두 차례의 액면분할을 고려하면 1998년 5월 당시 대한텔레콤의 주식 가액은 주당 100원이 아니라 1천원이라는 것이 최 회장 측의 설명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1994년부터 1998년 선대회장 별세까지, 별세 이후부터 2009년 SK C&C 상장까지의 가치 증가분을 비교하면서 회사 성장에 대한 최 선대회장의 기여 부분을 12.5배로, 최 회장의 기여 부분을 355배로 판단했으나, 주식 가액을 주당 100원이 아니라 1천원이라고 보면 당초 재판부가 12.5배로 계산한 최 선대회장의 기여분이 125배로 10배 늘고, 355배로 계산한 최 회장의 기여분은 35.6배로 10분의 1로 줄어들어 최 회장의 기여에 대한 최 회장에 내조한 노 관장의 기여분도 줄어들게 되어 따라서 1조 3,8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재산 현금분할액도 줄어들어야 한다는 논리다.
자수성가형 사업가 vs 승계 상속 사업가
항소심 재판부는 "최종현 사망 이후 20년간 원고(최태원)는 원고가 주장하는 자수성가형 사업가의 성격과 유사한 성격을 가지고 긴 시간 지내왔다고 판단된다"며 "그렇다면 원고의 SK그룹 활동 기여와 피고 기여가 원고의 보수와 상여금만이 분할 관련 재산에 한정된다고 볼 수 없고, 주식가치 증가에 대해서도 원고의 경영활동 기여에 피고의 기여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최태원 회장은 재판에서 이른바 승계 상속과 자수성가 사업가를 구분하면서 자수성가 사업가의 주식 가치는 재산분할로 인정할 수 있는 반면, 자신과 같은 승계 상속 사업가는 그 배우자인 피고에게 주식 가치 증가의 기여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의 기자회견 이후, 항소심 재판을 맡았던 서울고법 가사2부(김시철 부장판사, 김옥곤 · 이동현 고법판사)는 최 회장 측의 주장처럼 1998년 대한텔레콤 주식 가액이 주당 100원이 아닌 1천원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판결문을 수정했다. 최 회장의 기여분도 355배에서 35.6배로 수정했다. 판결 경정 결정을 내리고 원, 피고 양측에 판결 경정 결정 정본을 송달했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오류가 고쳐졌다고 해서 판결 결과까지 달라지지 않는다고 판단해 주문까지 수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계산 오류가 재산분할 범위와 비율 판단의 근거가 된 만큼 단순 경정으로 끝날 일은 아니고, 판결의 실질적 내용을 새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최 회장 측이 입장인 만큼 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서울고법 가사2부는 지난 5월 30일 최씨 부부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최 회장의 유책을 인정, 노소영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과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하고, 특히 노 관장이 반소로 제기한 재산분할청구를 받아들여 최 회장이 재산분할로 현금 1조 3,808억 1,70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혼인기간, 재산 생성 시점, 형성과정 등에 비추어 볼 때, SK 주식 등에 대한 피고 측의 기여를 인정하고, SK 주식 등도 부부공동재산으로 보아 재산분할 대상으로 판단한 결과다.
재판부는 재산총액을 4조 115억원가량으로 산정하고, 재산분할 비율을 원고 65%, 피고 35%로 정했다. 현금분할액 1조 3,808억 1,700만원은 재산총액의 35%에서 변론종결 당시 피고가 보유한 재산을 공제한 액수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