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공사계약 중 '공사비 물가변동 배제 특약' 무효
[건설] 공사계약 중 '공사비 물가변동 배제 특약' 무효
  • 기사출고 2024.06.1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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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공사 수급인에 현저히 불공정"

공사계약에 '물가나 인건비가 올라도 공사금액을 증액할 수 없다'는 물가변동 배제 특약을 넣었더라도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4월 4일 부산 중구에 있는 A교회가 B건설사의 공사비 증액 요청을 거절하며 공사계약 해제를 통보하고 B건설사와 건설공제조합을 상대로 "선급금 2억 3,200만원을 반환하라"며 낸 소송의 상고심(2023다313913)에서 이같이 판시, A교회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확정했다. 

A교회는 2020년 7월 B사와 5층 규모 교회 건물의 증축공사에 대해 계약금액 11억 6,000만(부가가치세 포함), 선급금 2억 3,200만원, 착공연월일 2020년 8월 1일 등으로 각 정한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B사에 선급금 2억 3,200만원을 지급했다. 도급계약에는 '계약체결 후 견적 착오, 물가상승, 인건비 상승 등으로 도급금액을 증액, 설계변경 또는 해약 요구할 수 없다'는 내용의 특약(5호)이 들어 있다.

중구청이 A교회 인근에서 공사를 진행, A교회와 B사는 교회 건물 증축공사의 착공시기를 중구청 공사 완공 이후로 늦추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착공이 8개월 이상 늦추어지며 원자재인 철근 가격이 2배 가량 상승하자, B사는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반영해 공사비를 증액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A교회가 B사의 요구를 '물가변동 배제 특약'을 이유로 거절하면서 도급계약의 해제를 통보하고 이미 지급한 선급금 2억 3,200여만원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B사는 선급금을 반환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물가변동 배제 특약'은 무효라며 A교회의 청구를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도급계약 특약사항 제5호에서는 물가상승 등으로 도급금액을 증액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기는 하나,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이 일정한 경우 도급금액 증액 금지 약정을 무효로 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이는 현저히 불공정한 거래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강행규정"이라고 밝혔다.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은 "건설공사 도급계약의 내용이 당사자 일방에게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부분에 한정하여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1호에서 '계약체결 이후 설계변경, 경제상황의 변동에 따라 발생하는 계약금액의 변경을 상당한 이유 없이 인정하지 아니하거나 그 부담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는 경우'를 들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어 "도급계약에 첨부된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 일반조건 제20조 제1항은 '계약체결 후 60일 이상 경과한 경우에 잔여공사에 대하여 산출내역서에 포함되어 있는 품목 또는 비목의 가격 등의 변동으로 인한 등락액이 잔여공사에 해당하는 계약금액의 100분의 5이상인 때에는 계약금액을 조정한다'라고 정하고 있는데, 이는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 제1호의 취지를 고려하여 도급금액 조정이 이루어져야 하는 경우를 특정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며 "따라서 도급계약 특약사항 제5호의 물가상승 등으로 도급금액을 증액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는 부분 중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 일반조건 제20조 제1항에 반하는 부분은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 제1호에 위반하여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도급계약 특약사항 제5호를 들어 어떠한 경우에도 물가상승 등으로 인한 경제상황의 변동에 따라 발생하는 계약금액의 증액, 변경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착공이 8개월 이상 늦추어지는 사이에 원자재인 철근 가격이 2배 가량 상승하였는데, 수급인인 B사의 귀책사유 없이 원고측 사정으로 착공이 연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원자재 가격의 대폭적인 인상을 도급금액에 전혀 반영할 수 없다면 이러한 건설공사 도급계약의 내용은 계약금액의 변경을 상당한 이유 없이 인정하지 아니함으로써 수급인인 B사에게 현저히 불공정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 도급계약서의 산출내역서에는 철근 품목이 포함되어 있고, 위와 같은 착공 지연에 따라 철근 가격의 상승액은 65,475,200원(=거래가격 120,902,530원–산출내역서상 철근가격 64,427,330원)으로서 도급금액(착공을 하지 않았으므로 잔여공사에 해당하는 공사금액이 도급금액을 의미한다) 1,160,000,000원(부가가치세 포함)의 5%인 58,000,000원을 초과한다.

재판부는 "B사는 원고에게 도급계약 특약사항 제5호에도 불구하고,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 제1호,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 일반조건 제20조 제1항에 따라 철근 가격 상승을 반영한 도급금액 조정을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A교회가 상고했으나, 대법원도 "상고인의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은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에 해당하여 이유 없음이 명백하다"며 심리불속행 기각했다. 

오규철 변호사가 항소심부터 피고들을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