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의사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병원에서 원장 중 한 사람만 의사 자격이 정지되었더라도 병원 전체가 의료 · 요양급여를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5월 30일 A씨 등 의사 4명이 "요양급여와 의료급여 합계 약 6억원의 불인정처분을 취소하라"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21두58202)에서 이같이 판시, "불인정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원고들과 B씨 등 의사 5명은 부산에서 정형외과 병원을 공동으로 개설해 운영했으나, B씨가 진료비를 거짓 청구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부담금을 타낸 혐의로 벌금 3,000만원이 확정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 8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3개월간 B씨의 의사면허 자격을 정지했다.
원고들은 이후 A씨를 공동원장에서 탈퇴시키면서도, B씨의 자격정지 기간에 해당하는 8월 1일부터 9월 3일까지 발생한 요양급여와 의료급여 합계 약 6억원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청구했다. 그러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동원장인 B씨의 의사 자격이 정지된 기간 동안 해당 병원은 요양급여와 의료급여를 청구할 자격이 없다'며 이를 반송하자 원고들이 소송을 냈다. 의료법 66조 1항 7호는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인이 관련 서류를 위조 · 변조하거나 속임수 등 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비를 거짓 청구한 때에는 1년의 범위에서 면허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3항은 "의료기관은 그 의료기관 개설자가 1항 7호에 따라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경우에는 그 자격정지 기간 중 의료업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7호, 제3항 등의 규정 내용, 입법 취지 및 법문의 체계적 · 논리적 해석 원리 등에 의할 때, 이 사건 처분기간 동안 이 사건 의료기관은 의료법 제66조 제3항에 따라 의료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국민건강보험법 및 의료급여법상 요양급여비용 및 의료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요양기관 및 의료급여기관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로, "의료법 제64조 제1항 제8호, 제66조 제3항에서 의료기관 개설 허가의 취소, 의료기관 폐쇄, 의료업 금지 등의 의료기관에 대한 제재의 요건을 '의료기관 개설자가 진료비를 거짓으로 청구하여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거나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경우'라고 하여 의료기관 개설자를 기준으로 정한 것은, 의료기관에서 이루어진 의료행위에 관하여 환자 등에게 진료비 청구권을 행사하는 법적 주체가 의료기관 개설자이기 때문이지, 각 조항에 따른 의료기관 개설 허가의 취소, 의료기관 폐쇄, 의료업 금지 등의 효력 범위를 진료비 거짓 청구행위의 당사자인 해당 개설자에게 한정시키려는 취지가 아니다"며 "이는 다수의 의료인이 공동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또 "의료기관에서 거짓으로 진료비를 청구하여 지급받은 경우 행위자인 의료기관 개설자에 대하여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 또는 국민건강보험법 제115조 제4항 위반죄가 성립할 수 있고, 의료기관 개설자가 진료비를 거짓으로 청구하였을 때,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의료인 결격사유에 해당하고(의료법 제8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7호에 따라 그의 면허자격을 정지할 수 있는데, 이러한 의료인에 대한 제재와 별도로, 의료업에 대한 공공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하여 의료법상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의료기관에 대해서 의료법 제64조 제1항 제8호에 따라 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 · 폐쇄명령을 하거나 제66조 제3항에 따라 그 자격정지 기간 중 의료업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이라며 "위 각 조항에 따른 제재의 대상이 된 의료기관은 더 이상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한 요양기관 및 의료급여법에 의한 의료급여기관으로 인정되는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이러한 제재의 필요성은 의료기관의 개설자가 1인인지 다수인지에 따라 다르지 않고, 의료법 제64조 제1항이나 제66조 제3항에서도 이를 달리 규정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의료기관 개설자가 진료비를 거짓으로 청구하는 범죄행위를 하였음을 이유로 그에게 자격정지 처분이 이루어졌다면, 그가 개설한 의료기관에 대하여 의료법 제66조 제3항에 따라 의료업 금지의 효력이 바로 발생한다"며 "이 사건과 같이 수인이 공동으로 개설한 의료기관에서 1인의 개설자가 진료비 거짓 청구행위로 의료법 제33조 제1항의 처분을 받은 이상 그가 개설한 의료기관에 대하여 의료법 제66조 제3항을 적용하는 것이 책임주의 원칙에 위반된다거나 나머지 공동개설자의 영업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할 수 없고, 나머지 공동개설자들로서도 1인의 개설자가 진료비 거짓 청구행위로 자격정지 처분을 받음으로 말미암아 그와 공동으로 개설한 의료기관에 대하여 의료법 제66조 제3항이 적용되리라는 점을 예측할 수 없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지평이 상고심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대리했다. 원고들은 법무법인 청률이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