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사법연수원 23기의 김상곤 변호사가 법무법인 광장의 경영총괄대표로 선임되었을 때 그는 한국의 메이저 로펌 매니징파트너 중 가장 젊은 대표였다. 성공한 M&A 변호사이자 화려한 트랙레코드를 자랑하는 그의 등장에 시장에선 광장의 강한 드라이브를 예상했다. 김 대표가 광장의 지휘봉을 넘겨받아 내건 경영목표도 '기업자문그룹처럼 다른 전문팀도 균형적으로 발전해 각각 로펌 업계 1위에 올라서자'는 것이었다. 그는 기업자문그룹의 대표로 있다가 경영총괄대표가 되었다.
강한 드라이브 예고된 젊은 대표
2년이 흐른 지난 2월 27일 광장은 전체 구성원회의를 열어 김 대표를 임기 3년의 경영총괄대표로 재선임했다. 리걸타임즈가 김상곤 대표를 만나 그가 구상하는 광장의 발전전략에 대해 들어보았다. 광장은 김앤장보다 4년 늦은 1977년 12월 문을 열어 줄곧 김앤장 버금가는 2위권의 경쟁력을 발휘해온 한국 굴지의 로펌으로, 최근의 법률시장 회복세와 맞물려 김상곤 대표의 2기 임기가 또 한 번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에 경영총괄대표로 재선임되었는데, 지난 2년의 경영성과에 대해 구성원들이 합격점을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불경기가 계속되며 광장도 지난해 역성장을 기록하는 등 정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광장이 추구한 방향은 맞았다고 생각한다. 처음 2년간 경영대표로서 내건 경영목표는 법률서비스의 균질화와 리밸런싱(rebalancing)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광장은 1977년 설립 이래 47년간 줄곧 대형화와 전문화를 추구하며 발전해왔다. 광장은 주요 업무분야 외에도 최근 발족한 우주항공산업팀을 비롯해 전문팀이 100개가 넘는다. 모두 광장의 명성에 걸맞은 광장의 전문팀들인데, 팀에 따라서는 좀 더 노력을 해야 하거나 임프루브(improve)가 필요한 팀들이 있다. 이들 팀이 실력을 더 보완하고 법률서비스의 수준을 더 높여 광장의 다른 팀들과 마찬가지로 최고 수준의 역량을 갖추도록 하자는 것이 균질화의 내용이다.
리밸런싱도 균질화와 연결된다. 광장은 그동안 M&A나 금융투자와 같은 투자 자문에 많은 비중을 두고 업무를 수행해왔다. 광장이 2021년에 매출이 전년 대비 400억원 정도 증가하며 15% 성장을 기록했는데, 그해에 M&A와 대체투자가 엄청난 호황이었다. 관련 분야가 강한 광장이 고성장을 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2021년 매출 15% 고성장
그런데 2022년 전 세계적으로 고금리 시대가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투자가 줄고 M&A딜도 줄었다. 2022년 경영을 맡아 송무팀을 대폭 강화하고 금융규제팀을 새로 출범시키는 등 송무와 규제 대응팀의 인원을 보강하고 인프라를 강화하여 이쪽으로 힘이 쏠리게 하는 리밸런싱을 해오고 있는데, 송무와 규제 대응팀의 일감이 늘면서 투자 자문에서 까인 손실을 메워주고 있다."
실제로 법무법인 광장은 지난해 성창호, 정수진, 권순건 변호사 등 판사 출신 5명을 한꺼번에 영입한 데 이어 올 들어서도 강동혁 전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장준아 전 서울고법 고법판사, 정기상 전 수원고법 고법판사 등 쟁쟁한 경력의 송무전문가들이 연이어 합류하며 송무팀의 구성이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성과도 이어져 불법 공매도 혐의로 기소된 HSBC 홍콩 본사와 소속 트레이더들을 변호하고,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을 받는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공판에 대응하고 있으며, 계열사 지원 배임 혐의로 기소된 허영인 SPC그룹 회장도 1심에서 변호해 무죄를 선고받는 등 언론에 보도된 사건만 추려도 주요 사건에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 3월엔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장검사를 역임한 이상현 경주지청장도 영입했다.
벤치마크 리티게이션, 전 분야 'Tier 1'
-광장은 얼마전 발표된 '벤치마크 리티게이션 아시아-태평양 2024(Benchmark Litigation Asia-Pacific 2024)'의 거래자문, 공정거래, 지식재산권, 국제중재 등 10개의 평가대상 전 부문에서 김앤장과 함께 한국 시장의 'Tier 1' 로펌으로 선정되는 등 주요 매체의 리그테이블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야별로, 팀별로 균질화가 필요하다는 얘기인가.
"로펌의 숙명인 것 같다. 광장은 풀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 로펌, 종합 로펌이다. 요즘에는 사건들이 다 여러 분야에 걸쳐 다방면으로 얽혀있다 보니 어느 한쪽에서 펑크가 나면 제대로 된 자문을 하기가 어렵다. 각 팀의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이것이 균질화되지 않으면 종합 컨설팅을 하는 로펌으로서의 역량과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
-리그테이블만 놓고 보면 광장은 많은 업무분야에서 김앤장 못지않은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매출 등의 측면에서 보면 김앤장과 많은 차이가 나는 것이 현실이다. '만년 2등'이라는 말도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우선 김앤장이 변호사 수에서 광장보다 2배 정도 많다. 또 하나는 부러운 점이기도 한데 김앤장엔 '1등 효과'라는 메릿이 있다. 무슨 얘기냐 하면, 말기암 환자가 죽기 전에 서울대학교병원에 한번 가보고 싶다고 하는 것처럼 1등에겐 2등 이하엔 없는 프리미엄, 독점적 이익이 있다. 기업체 법무실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로펌을 선정할 때 설령 지더라도 나중에 말을 안 들으려면 1등인 김앤장을 선정해야 하는 거 아니냐, 이런 의견에 따라 전문성이 뛰어난데도 불구하고 다른 로펌들이 선택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리그테이블뿐만 아니라 사건수임 등에 있어서도 실질적으로 김앤장과 양강 구도를 형성하는 것이 광장의 목표이다."
한국 법률시장 규모 5조원
이와 관련, 김상곤 대표는 한국의 법률시장 규모를 약 5조원으로 추산하고, "한국의 법률시장이 포화상태라는 의견도 있지만, 로펌들이 좀 더 고객의 입맛에 맞는 경쟁력 있는 법률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법률시장이 좀 더 확대되어 로펌들의 파이도 더 커질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보고 있다"고 고무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한국은 법률시장의 규모가 대략 GDP의 0.3% 정도 되고, 일본은 GDP의 0.5%, 홍콩과 싱가포르는 1%라며 이 점에서도 한국 법률시장의 확대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광장은 2021년 김앤장 다음으로 많은 매출 3,5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2022년엔 3,700억원을 넘어섰으며, 지난해에도 3,723억 8,000만원을 기록하며 김앤장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최근 들어 광장의 시니어 변호사들 중에 광장을 떠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개혁의 부작용인가.
"광장은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하는 법무법인이고, 파트너 정년이 60세다. 60세가 되면 지분을 모두 내놓고 파트너십에서 빠져야 하는데, 60세 이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얘기가 없이 불명확한 상태가 계속되어 왔다. 올 들어 이 부분을 정리하자, 이렇게 공감대가 형성되어 정년 이후엔 3년씩 계약을 연장하는 걸로 했는데, 시니어 변호사들 중에 이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젊은 변호사들은 굉장히 호응이 높다."
60세 정년 이후엔 3년씩 계약 연장
-일종의 세대교체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좀 더 정확히, 부드럽게 표현하면 석세션(succession) 플랜의 가동이다. 외국 로펌에선 보편화된 얘기인데, 한국 로펌의 경우, 광장의 경우 젊어서 변호사를 시작한 1세대 전문팀장들이 이제 은퇴할 나이가 되어 석세션 플랜의 가동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전문팀장이 바뀔 수밖에 없는 그런 시기가 되었다."
김상곤 대표는 "균질화를 위해서도 적절한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광장의 후배들이 잘 커왔기 때문에 석세션 플랜을 잘 가동해서 후배들이 빨리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달라고 얘기를 하는 것"이라며, 2년 전 균질화와 리밸런싱에 시동을 걸어 석세션 플랜으로 이어지고 있는 광장의 새로운 변화에 거듭 자신감을 나타냈다.
"자본시장 안정화되면 가장 먼저 성과 낼 것"
"저희가 2년 정도 균질화와 리밸런싱 노력을 한 끝에 지금은 특별히 더 노력이 필요한 팀은 없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도 광장이 다른 펌에 비해 좀 유리한 고지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균질화와 리밸런싱을 통해 과거에 약했던 부분이 보완되고 있고, 상대적으로 강점이 있는 금융투자와 M&A 자문 역량은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는 점이에요. 미국 로펌들의 경기가 회복되고, 미국의 금리인하가 예상되는 가운데 다시 한 번 2021년처럼 활기차게 자문시장이 선다면 광장이 가장 먼저 성과를 낼 것으로 봐요. 금리가 내리고 자본시장이 안정화된다면 그때 최고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잡는건 저희 광장이죠."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