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마다 편의점이 넘쳐난다. 멀리 가지 않고 가까이에서 필요한 것을 살 수 있어 정말 편리하다. 너무 많은 건 아닐까. 이와 관련, 최근 법무법인 이제의 이정원 변호사가 기존의 CU 편의점 가맹사업자가 폐점 후 재출점하거나 이전하는 경우에도 기존 CU 점포의 250m 내에서는 새로 점포를 열 수 없다는 의미 있는 판결을 받아냈다.
부당한 영업지역 침해 금지
이 변호사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12조의4 1항은 가맹본부는 가맹계약 체결 시 가맹점사업자의 영업지역을 설정하여 가맹계약서에 이를 기재하여야 한다고 규정, 가맹점사업자의 영업지역 설정을 강제하고, 3항에서 가맹본부의 정당한 사유 없는 영업지역 침해를 금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번 판결은 기존 편의점의 이전 등의 경우에도 거리제한을 지키지 않은 경우 영업지역 침해로 보아 제재한 중요한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가맹사업법 12조의4 3항은 "가맹본부는 정당한 사유 없이 가맹계약기간 중 가맹점사업자의 영업지역 안에서 가맹점사업자와 동일한 업종의 자기 또는 계열회사의 직영점이나 가맹점을 설치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에선 CU 편의점을 운영하는 BGF리테일이 가맹점과 맺은 가맹계약 중 거리제한 예외 조항이 가맹사업법 12조의4 3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CU 편의점 가맹계약 16조는 1항에서 '가맹본부는 본건점포로부터 250m(도보 통행 최단 거리 기준) 내에 CU 편의점(직영점 포함)을 신규로 개설하지 않기로 한다'고 규정하고, '다만, 기존 가맹사업자가 거리제한 기준 내에서 폐점 후 재출점하거나 이전하는 경우 등에는 예외로 한다'는 예외 조항을 두었다.
경기 부천시에 있는 한 CU 편의점의 재출점과 관련해 분쟁이 발생했다. BGF리테일은 2021년 5월 기존의 CU 편의점이 폐점하고 인근으로 재출점하는 것을 승인했으나, 재출점 전에는 근처에 있는 또 다른 CU 편의점인 A점과 약 278m 거리에 있었는데, 재출점 후 약 230m 거리로 가까워지자 공정위가 부당한 영업지역 침해로 보고 경고처분을 내린 것이다. BGF리테일은 A점 사업자에게 보상을 제시하며 영업지역 내 '출점동의서'에 서명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A점주는 이를 거부했다.
BGF리테일이 공정위의 경고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경고처분 취소청구소송에서, 서울고법 재판부는 "가맹계약 16조 1항 본문은 기존점포와 신규점포의 각 출입문 사이의 거리를 측정하여 도보 통행 최단거리를 기준으로 250m 이내의 범위에서 '영업지역'을 설정한 것"이라고 전제하고, "예외 조항이 없는 경우에는 모든 가맹점사업자가 가맹사업법의 취지에 따라 현재 자신의 영업지역을 보호받을 수 있는 반면, 예외 조항에 따라 기존 가맹점의 재출점이나 이전을 허용하게 되면 모든 가맹점사업자는 기존 가맹점의 재출점 · 이전에 의해 언제든지 현 상태의 영업지역을 침해당할 수 있게 되므로, 예외 조항을 가맹사업법 12조의4 3항의 '정당한 사유'에 일반적으로 해당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영업지역 설정 형해화"
재판부는 이와 관련, "거리제한 예외 조항은 기존 가맹점의 재출점 내지 이전이라는 행위로 인하여 A점의 영업지역을 침해하고 그 영업권 보호에도 치명적인 위해(危害)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예외 조항에 따라 가맹본부로 하여금 다른 특별한 사정없이 기존 점포를 임의로 A점포의 거리제한 기준 내로 재출점하거나 이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가맹사업법 12조의4 1항에서 A점포의 영업지역을 설정하도록 한 입법취지를 형해화하는 것이 된다"고 밝혔다.
타 브랜드 출점은 자유
CU 편의점은 영업지역을 250m로 설정하고 같은 CU 편의점의 영업지역 내 출점을 허용하지 않고 있으나, 다른 브랜드의 편의점이 250m 영업지역 내에 들어서는 것은 물론 자유이다. 브랜드 사이에 유효경쟁이 펼쳐지게 되는 것이다.
이정원 변호사가 공정위를 대리해 방어에 성공한 가운데, 원고인 BGF리테일의 대리인은 김앤장이었다. 한국 최대, 최고의 로펌을 상대로 승소한 셈. BGF리테일이 서울고법 판결에 불복해 상고해 대법원에서 또 한 번 재출점 · 이전의 경우 다른 CU 편의점의 250m 영업지역 내에도 개설이 가능한 것인지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공정위 근무만 16년=법무법인 이제에서 활동하는 이정원 변호사는 2021년 10월 이제에 합류할 때까지 공정거래위원회에서만 16년 넘게 근무한 경쟁법 전문가로, 특히 공정위 실무에 밝다. 공정위에서의 마지막 보직이 카르텔조사국 과장이었다. 이번 소송에선 공정위를 대리했지만, 공정위와 보통 원고에 해당하는 기업 쪽을 절반 정도씩 대리한다고 한다. 고려대 법대를 나와 제44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리걸타임즈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