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Law] 반부정당경쟁법 일반조항에 의한 중국에서의 상표무단선점행위 대응
[IP Law] 반부정당경쟁법 일반조항에 의한 중국에서의 상표무단선점행위 대응
  • 기사출고 2024.06.12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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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선점상표 출원취하 · 등록말소도 관철

상표무단선점은 오래전부터 중국에 진출하는 외국기업을 곤란하게 만드는 상표 관련 이슈였다. 상표무단선점에 대하여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상표 행정절차인 이의신청이나 무효심판 절차를 활용하여 해결을 도모하였으나, 심사결과를 받아보는 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는 점, 높은 비용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특히 무단선점상표의 수량이 많을 경우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 부담이 크다는 문제가 있었다. 또한 상표법에 규정된 적용 조건을 살펴보면 이의신청이나 무효심판 절차를 이용하여 상표무단선점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상표 이의신청, 무효심판의 한계

최근 실무에서는 상표무단선점행위를 부정경쟁행위에 입각하여 해결책을 도모하고 있다. 반부정당경쟁법 제2조 일반조항에 의한 부정경쟁행위의 성립 가능성, 금지명령, 손해배상에 대한 법리와 판례도 점차 축적되어 가고 있다.

◇심상희 변리사(좌) · 염성혁 외국변호사
◇심상희 변리사(좌) · 염성혁 외국변호사

중국 반부정당경쟁법 제2조 제1항 및 제2항은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①경영자는 생산경영활동에서 자발성, 평등, 공평,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법률과 상도덕을 준수하여야 한다.

②부정경쟁행위란 경영자가 생산경영활동 중에 이 법의 규정을 위반하여 시장경쟁질서를 교란시키고, 다른 경영자 또는 소비자의 합법적인 권익에 손해를 입히는 행위를 말한다.

먼저 타인의 상표무단선점행위에 대하여 반부정당경쟁법의 부정경쟁행위에 기초하여 상표권 침해금지,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 몇 가지를 소개한다.

바이엘사 저작물 상표 무단 등록

항저우시 위항구 법원에서 판결한 바이엘(Bayer) 사례에서는 바이엘사가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저작물을 상표로 무단선점하여 등록한 후,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바이엘사 제품 판매상을 상대로 상표권 침해 신고서를 제출한 행위에 대하여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상표권 침해 신고 금지 및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었다.

상하이시 민항구 법원에서 판결한 브리타(Brita) 사례에서는 타인의 저명성이 있는 상표를 무단선점하여 경영활동에 사용하는 것은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고, 지속적으로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를 출원하여 원고가 이의신청 또는 무효심판으로 대응하게 하여 장기간에 걸쳐 비용을 발생하게 한 행위와 무단선점한 상표권을 근거로 원고의 상표에 대하여 이의신청 또는 무효심판을 청구하여 등록을 방해하는 행위는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며 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것을 명하였다.

유사상표의 등록출원 중지도 명령

샤먼시 중급법원과 푸젠성 고급법원에서 판결한 에머슨(Emerson) 사례에서는 타인의 저명성 있는 상표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대량의 상표를 출원하는 행위는 무단선점상표의 실질적 사용이나 악의적 신고를 하지 않아도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며 손해배상을 명하였다. 아울러 소송 중에 피고가 무단선점상표에 대하여 출원취하 또는 등록말소 조치를 취함에 따라 향후 원고의 등록상표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의 등록출원행위를 중지할 것을 명하였다.

일반조항 적용 불가 사례도

한편 상표무단선점행위에 반부정당경쟁법 제2조의 일반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시한 사례도 있다.

2023년 3월 베이징 지식산권법원에서 판결한 캐스트롤(Castrol) 사례에서는 이의신청, 무효심판 절차를 거쳐 구제를 받을 수 있는 점, 상표권 남용이 없는 한 상표출원행위만으로는 반부정당경쟁법에 규정된 생산경영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점, 무단선점상표는 모두 거절결정되어 원고에게 손해가 없다는 점을 이유로 부정경쟁행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번에 새로 소개할 사례는 2023년 12월에 판결이 선고된 사건이다. 종전 사례에 비해 원고 등록상표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표의 무단등록출원행위를 중지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기존에 무단선점한 모든 상표에 대하여 출원취하 또는 등록말소를 명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MTG vs 치차이' 상표 분쟁

이 사건은 일본기업 MTG가 중국기업 치차이와 그 계열사(이하 "피고들"이라 한다)를 상대로 제기한 상표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 금지 청구소송이다.

원고는 1996년에 일본에서 설립된 기업이다. 2012년에 중국 상하이와 선전에 자회사를 설립하는 등 중국에 진출하였다. 2012년에 일본에서 제11류(가정용 미용기기)에 'ReFa' 상표를 등록하고 2013년에 중국을 지정하여 마드리드 출원을 진행하였으며, 2013년에 'ReFa', '黎珐' 브랜드의 미용기기, 헤어드라이어 등 제품의 홍보와 판매를 시작하였다. 'ReFa' 브랜드는 미용기기 분야에서 'Top 1' 수상 등 지명도를 확보하였고, 광저우, 상하이, 닝보 등 중국의 여러 지방법원에서 'ReFa' 상표 침해자를 상대로 형사처벌도 진행하였다.

피고들은 2014년부터 원고의 'ReFa', '黎珐' 상표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를 출원하기 시작하였으며, 2017년에 대량 출원을 포함하여 2020년 8월까지 15개 상품류에 총 52건의 상표를 출원하였다. 또한 상표권 유지를 목적으로 'ReFa', '黎珐' 상표를 사용하는 제품을 소량 생산 및 판매하였다.

원고 출원 상표 거절당해

한편 원고가 출원한 일부 'ReFa', '黎珐' 상표는 피고들의 선출원에 의하여 거절되었다. 원고는 피고들의 무단선점상표에 대하여 이의신청, 무효심판을 제기하고 자사의 거절된 출원 상표에 대하여 거절불복심판, 심결취소소송을 진행하였다.

원고는 피고들의 무단선점상표에 대하여 각 상표마다 이의신청 또는 무효심판을 청구하여 20여건에 대하여 부등록결정, 무효심결을 이끌어냈으나(일부는 이 사건 진행 중에 심결됨), 피고들의 상표권 침해행위 및 무단선점행위에 대하여 건별 대응 대신 상표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 금지 청구소송을 통하여 해결하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하였다.

이 사건에서 상표권 침해 부분은 크게 쟁점이 없었다. 주요 쟁점은 부정경쟁행위 여부에 관한 것이었다. 원고는 반부정당경쟁법 제2조의 일반조항에 근거하여 피고들이 반복적으로 'ReFa', '黎珐' 상표를 등록출원하는 행위는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ReFa'는 조어(臆造词)이고 '黎珐'는 'ReFa'의 중국어 번역으로 식별력이 강한 점, 피고들이 무단선점상표를 출원한 기간이 원고 제품이 중국에 진출한 후 'ReFa' 브랜드가 미용기기업계에서 일정한 규모와 영향력을 확보할 때까지 계속되었으며, 무단선점상표는 원고의 상표와 고도로 일치하고 출원 의도와 표장의 디자인 출처에 대하여 합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은 원고 상표를 모방하려는 고의가 인정되는 점, 피고들이 출원한 상품류와 수량이 그 경영 규모에 비해 정상적인 경영 수요를 초과하는 점 등을 근거로 피고들이 원고의 상표를 매점하여(囤积) 원고 상표의 상업 신용을 이용하려는 부정경쟁의 의도라고 지적했다.

부정경쟁 의도 인정

나아가 피고들의 무단선점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경영활동에 필요한 'ReFa', '黎珐' 상표의 출원은 그 등록이 거절되었고, 원고가 피고들의 무단선점상표에 대하여 이의신청, 무효심판을 청구하고, 자사 상표의 거절결정에 대하여 거절불복심판, 심결취소소송을 제기하여 자사의 권리를 지킬 수 밖에 없는 사실에 비추어, 피고들의 무단선점행위는 반부정당경쟁법 제2조에서 규정하는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따라 법원은 피고들에게 상표 침해 금지, 원고 상표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에 대한 출원 중지, 기 출원 상표에 대한 출원취하와 등록상표에 대한 등록말소를 명하였다.

상표 무단선점행위에 대한 부정경쟁행위의 성립 가능성이나 손해배상에 대하여 종전에도 여러 차례 판결이 나왔으나, 이 사건은 원고의 등록상표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표의 등록출원 행위를 중지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피고가 무단선점하여 출원한 상표에 대한 출원취하와 등록상표에 대한 등록말소 책임을 명확하게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해외기업 입장에서 일정한 지명도를 확보한 상표에 대하여 동의 없이 장기간에 걸쳐 대량으로 출원하고, 이를 기초로 정당권리자의 경영활동을 방해하는 등 손해를 유발한 경우 반부정당경쟁법 제2조에 근거하여 부정경쟁행위 금지청구소송을 통한 대응을 고려할 수 있겠다.

무단선점상표 강제이전 포함

참고로, 2023년 1월에 발표된 상표법 개정안 초안(의견청취안) 제45조 내지 제47조는 무단선점상표에 대한 상표권 강제이전제도를 포함하고 있다. 실무 관점에서 보자면, 부정경쟁행위가 인정된 무단선점상표에 대하여 출원취하 또는 등록말소를 명하는 판결 외에 정당한 권리자의 선택에 따라 강제 이전 판결을 할 수 있을지도 중요한 이슈로 보이는 바 향후 중국 상표법의 개정 상황과 중국 사법부의 판결 동향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심상희 변리사 · 염성혁 외국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sanghee.shim@kimch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