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기초연구 자료 유출했어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유죄"
[IP] "기초연구 자료 유출했어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유죄"
  • 기사출고 2024.06.06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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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중국에 자율주행차 기술 유출한 KAIST 교수 유죄 확정

자율주행차 관련 핵심 기술을 중국 대학에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제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5월 30일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산업기술 유출)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 유출 · 누설) 등의 혐의로 기소된 KAIST 전기 · 전자공학부 교수 A씨에 대한 상고심(2024도4098)에서 A씨의 상고를 기각,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17년 11월경부터 2020년 2월 14일경까지  KAIST 연구원들에게 자율주행차 관련 연구자료 72개를 중국의 중경이공대 소속 교수와 중국 연구원 30여명이 수시로 접속하여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공유한 원드라이브(Onedrive) 클라우드에 업로드하게 하여 이를 유출 · 누설한 혐의(산업기술보호법 · 부정경쟁방지법 위반)로 기소됐다. 넘어간 연구 자료는 '자율주행차의 눈'으로 일컬어지는 핵심 센서 '라이다'(LIDAR)에 관한 실험 기초 자료, 실험 ·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와 정리 데이터 등이다. A씨는 2017년 5월 중국 정부의 천인계획의 외국인전문가로 선정되어 연구지원금 약 27억 2,000만원과 연봉 약 1억 8,700만원 등 약 33억원을 약속받았다. 천인계획은 2008년경부터 중국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국가 해외고급인재 유치계획이다.

A씨는 또 연구원 임금과 관련된 사기와 배임 혐의, KAIST에 해외 파견 · 겸직 근무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허위 신청서 등을 제출한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도 기소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혐의를 전부 유죄로 판단했다.

A씨는 "유출된 72개 연구자료(이 사건 연구자료)는 대학에서 수행한 학술적인 기초연구로서 단편적인 내용들에 불과하고, 실용성 검증과 상용화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실험과 연구가 필요해 첨단기술로서 산업기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영업비밀의 개념요소 중 하나인 '생산방법 내지 영업활동상의 정보'가 아니어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 산업발전법 등 관계 법령의 입법취지 및 체계, 내용과 산업기술보호법상 비밀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산업기술은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에서의 영업비밀과 달리 경제적 유용성을 요건으로 하지 않고 비밀을 유지하거나 보호할 가치가 있는 대상기관 고유의 기술이면 족하다는 법리에 비추어 보면,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라 보호대상이 되는 산업기술 중 '첨단기술'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요건 즉, ㉠제품 또는 용역의 개발 · 생산 · 보급 및 사용에 필요한 제반 방법 내지 기술상의 정보로서, 산업발전법 제5조에 따라 고시된 첨단기술의 범위에 속할 것, ㉡비밀로서 유지하거나 보호 가치가 있는 대상기관 고유의 산업기술에 해당할 것이라는 요건을 충족하면 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모든 산업기술은 기초연구에서 시작하여 실용화 및 상용화 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위 요건에 해당할 경우 기초연구라고 하여 보호대상에서 제외할 아무런 합리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실용성 또는 상용화의 가능성 및 기술 성숙의 정도는 해당 기술의 보호가치를 판단함에 이어 하나의 요소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이를 넘어서 기술로서의 실용성 또는 상용화의 가능성 및 기술의 성숙도가 반드시 일정한 수준 이상이 되어야만 산업기술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주장은 피고인의 독자적 견해에 불과하고, 관련 법령의 어디를 보더라도 이를 뒷받침할 만한 법적 근거를 찾기 어려우며,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산업기술의 범위를 협소하게 해석하는 것은, 산업기술의 부정한 유출을 방지하고 산업기술을 보호함으로써 국내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산업기술보호법의 입법취지를 훼손하는 것이 되어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 사건 연구자료는 기초연구 자료라 하더라도 그 자체로 산업기술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또 "이 사건 연구자료는 차량용 라이다, 네트워크 보안 등 산업 분야에 관한 기술내용을 담고 있는 점, 피고인이 천인계획 신청서나 관련 PPT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이 사건 연구자료를 통한 연구활동의 궁극적인 목적은 실용화 내지 상용화에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연구자료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에서 말하는 '생산방법 등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의 정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에 산업기술보호법에서 정한 '첨단기술', 부정경쟁방지법에서 정한 '영업비밀',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죄의 각 고의 및 목적, 업무상 배임죄, 사기죄, 업무방해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