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사용자 공정대표의무는 소극적 의무"
[노동] "사용자 공정대표의무는 소극적 의무"
  • 기사출고 2024.05.22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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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노사합의 · 노조 간 합의 따른 포스코 '타임오프' 배분 적법"

포스코가 노사합의와 노조간 합의에 따라 조합비를 급여에서 공제하는 '체크오프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타임오프(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배분한 것은 공정대표의무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이와 관련, 사용자의 공정대표의무는 공정하고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소극적 의무라고 보았다.

대법원 제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5월 17일 포스코가 "중앙노동위원회의 공정대표의무 위반 시정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며 중노위 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24두32447)에서 이같이 판시, 중노위 위원장과 피고보조참가한 전국금속노조의 상고를 기각하고, "재심판정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노동조합법에서 규정하는 공정대표의무란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교섭대표 노조와 사용자(회사)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소수노조를 차별하면 안 된다는 의무를 말한다. 노조와 사용자가 모두 부담하는 의무이지만, 회사가 노조만큼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다.

2018년 포스코에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포스코지회가 설립되자 기존의 한국노총 산하 포스코 노조는 "타임오프 한도 운영에 관한 전반적인 조정이 필요하다"고 사측에 요구했고, 포스코는 2019년 2월 과반수 노조이자 교섭대표 노조인 포스코 노조와 합의서를 작성했다. 타임오프 한도는 노조 간 상호 협의에 따르되, 노조 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합의서 체결일의 조합원 수에 비례해 배분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었다. 이때 조합원 수는 체크오프(check-off) 내역 등을 근거로 결정하기로 했다. 뒤이어 두 노조도 같은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했으며, 포스코와 포스코 노조는 2019년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노사합의서를 단체협약의 부속협정으로 포함시켰다.

체크오프란 사용자가 노동조합원인 근로자에게 지급할 급여에서 근로자가 노동조합에 납부하는 조합비를 일괄 공제하여 노동조합에 납부하는 조합비 징수방법을 말하며, 위와 같은 방식으로 조합비를 납부하는 조합원을 '체크오프 조합원'이라고 한다.

이후 포스코가 포스코 노조와 맺은 합의서에 따라 2020년 7월 1일부터 2021년 6월 30일까지 1년간 타임오프 총 한도인 2만 4,200시간을 2020년 6월 기준 포스코 노조와 포스코지회의 체크오프 조합원 수에 따라 배분, 소수노조인 포스코지회에는 830시간만 인정되었다. 이에 포스코지회가 "포스코가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해 지회를 차별했다"며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신청하고, 체크오프 조합원 수가 아닌 2018년 12월 교섭참여 노동조합 확정공고일 당시 조합원수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스코지회의 2020년 6월 기준 체크오프 조합원 수는 231명으로 교섭요구 노조 확정공고일인 2018년 10월 27일을 기준으로 산정한 조합원 수보다 적다. 이에 대해 포스코는 "노사합의와 노조 간 합의에서 정한 바에 따랐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경북지노위는 포스코지회의 신청을 기각했으나, 중노위가 포스코지회의 시정 신청을 인용하자 포스코가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도 포스코가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재판부가 포스코의 타임오프 한도 배분이 2019년 단체협약과 노사 간 및 노조 간 합의 내용에 따라 이루어지거나 그 취지에 부합하는 이상, 애당초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공정대표의무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자 이번엔 중노위 위원장이 상고했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사용자가 부담하는 공정대표의무의 내용은, 단체교섭을 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며 체결된 단체협약을 이행하는 것과 관련하여, 예컨대 교섭대표 노동조합과 결탁하여 합리적 사유 없이 특정 노동조합을 불리하게 차별하지 아니함과 동시에 특정 노동조합을 우대하여 취급하거나 노동조합 간의 조직경쟁에 개입하는 결과가 되지 않도록 어느 일방에도 치우치지 아니한 공정하고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소극적 의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지적하고, "이를 전제로 한다면, 예컨대 관련 당사자인 노동조합들의 협의 결과에 따라 실행하도록 되어 있는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현안에 관하여 노동조합들 사이에서 견해 대립이 있는 경우 사용자로서는, 각각의 노동조합이 그들 자신의 주장이나 요구를 뒷받침하기 위해 각각 제출한 자료를 면밀히 검토하여 보다 객관성 · 타당성이 인정된다고 판단되는 처리 방향을 채택하면 충분한 것이지, 그렇지 않고 일방 노동조합으로부터 이의제기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주장이나 요구의 타당성 여부를 불문하고 다른 노동조합의 요구는 묵살한 채 노동조합들 사이에 협의가 성립하거나 관계 행정청의 유권해석, 법원의 재판이 있을 때까지 해당 현안의 처리 자체를 중단한다거나, 후견적 지위에서 적극적으로 제3의 해결책을 모색하여 노동조합들에게 제시해야 할 적극적 의무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상고인들의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은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에 해당하여 이유 없음이 명백하다"며 심리불속행 기각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이 1심부터 포스코를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