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분 제도 헌재 결정의 파장과 전망
유류분 제도 헌재 결정의 파장과 전망
  • 기사출고 2024.05.21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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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분쟁 증가…유언대용신탁 활용 확대 기대"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가 지난 4월 25일 피상속인의 형제자매의 유류분을 규정한 민법 1112조 4호에 대해 위헌 결정하는 등 민법상의 유류분 제도를 대대적으로 손질하는 결정을 내려 앞으로 관련 법의 개정 등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헌재는 형제자매 유류분의 폐지 외에 패륜 상속인의 유류분 상실 미규정, 기여분 제도의 미준용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와 관련, 상속법 전문가인 법무법인 트리니티의 김상훈 변호사가 헌재 결정의 취지를 반영한 법개정 과정에서 예상되는 쟁점과 제도 변화에 따른 파장을 다각도로 추적, 분석했다.

1. 형제자매 유류분 위헌

형제자매까지 유류분을 인정한 부분은 위헌결정을 예상했던 대목이다. 유류분 제도의 입법취지(상속재산에 대한 기여+상속에 대한 기대+생존 가족의 부양 필요성)에 비추어 볼 때, 형제자매의 유류분은 인정할 이유가 전혀 없고, 유류분 제도를 가지고 있는 나라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예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김상훈 변호사
◇김상훈 변호사

위헌결정으로 인해 앞으로 보다 자유롭게 사후플랜을 세울 수 있게 되고 기부문화도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독신으로 사는 사람이나 자녀 없이 부부끼리만 사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형제자매의 유류분은 자유로운 사후설계의 큰 걸림돌이었다.

자신이 그동안 모은 재산을 사후에 기부하거나 원하는 사람에게 주고 싶어도 형제자매들이 유류분을 주장하게 되면 온전한 유산정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형제자매의 유류분에 대한 위헌결정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측면이 크다고 생각되고, 융통성 있는 사후설계를 위해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하는 일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2. 기여분 조항 미준용 헌법불합치

헌재는, 기여분에 관한 민법 제1008조의2를 유류분에 준용하지 않는 것은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그동안 기여분은 상속재산분할절차에서만 주장할 수 있었고, 유류분 소송에서는 기여분을 항변사유로 허용하지 않았다. 유류분 절차에서 기여분을 인정할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속인 중에는 피상속인의 재산형성에 기여가 있거나 특별히 부양을 한 것에 대한 대가로 재산을 증여받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런 재산도 유류분 반환대상이 되는 것은 형평에 반한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있었다.

그래서 종래 대법원은 증여재산 중에 특별한 기여의 대가로 볼 수 있는 것은 특별수익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판례를 만들어 임시방편으로 대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예외적으로만 인정되었던 것이어서 실무에서는 그다지 쓸모가 있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 부분에 관해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짐으로써, 국회에서는 유류분에도 기여분을 적용하는 입법을 해야 할 의무가 생겼다. 이로 인해 상속인들 간에 실질적인 공평을 기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로 인해 앞으로 변호사들은 자신의 의뢰인이 피상속인으로부터 증여받은 재산이 있을 경우 기여의 대가로 받은 것이라는 주장을 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고, 이로 인해 분쟁이 다소간 확대될 위험성도 커졌다.

3. 패륜 상속인의 유류분 상실

헌재는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 · 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의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상실시키는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은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패륜을 저지른 상속인에게까지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국민의 법감정과 상식에 반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실 이 문제는 법무부에서 마련했던 소위 '구하라법'에서 구현하고자 했던 부분이다. 필자도 당시 법무부 상속권상실청구제도 TF팀(속칭 '구하라법 TF팀')의 일원으로서, 부양의무를 위반한 자에 대한 상속권을 상실시키는 제도를 도입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를 상속결격사유로 규정해야 한다는 반대의견 등에 부딪혀서 표류하다가 결국 회기 종료로 자동 폐기되었다.

◇헌법재판소가 4월 25일 형제자매의 유류분을 폐지하고, 기여분 제도의 준용과 패륜 상속인의 유류분 상실 제도의 도입 등 유류분 제도를 대대적으로 손질하는 결정을 내려 앞으로 관련 법의 개정 등 많은 변화와 파장이 예상된다.
◇헌법재판소가 4월 25일 형제자매의 유류분을 폐지하고, 기여분 제도의 준용과 패륜 상속인의 유류분 상실 제도의 도입 등 유류분 제도를 대대적으로 손질하는 결정을 내려 앞으로 관련 법의 개정 등 많은 변화와 파장이 예상된다.

이번 헌재 결정으로 인해 국회는 부양의무위반자 등 패륜행위자의 유류분을 상실시키는 입법을 해야 할 의무가 생겼다. 이번 헌재 결정 대상은 유류분 제도였기 때문에 유류분에 한정해서 결정을 내렸지만, 실상 이 문제는 유류분에 한정할 일이 아니라 상속권 전반에 걸친 문제이다. 여러 전문가들이 중지를 모아 힘들게 만들었던 '상속권상실청구제도'가 조속히 입법화되기를 기대한다.

한편 이번 결정으로 인해 유류분 분쟁은 더욱 확대되고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에는 어쨌든 유류분만큼은 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무리 못마땅해도 유류분은 지급하고 분쟁을 끝내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앞으로는 유류분을 주장하는 상속인에 대해 부양의무위반 등 패륜행위가 있었음을 항변하며 유류분 상실을 주장하는 일이 많아질 것이다. 그리고 법원은 과연 그러한 패륜행위가 있었는지를 일일이 따져 판단해야 하는 짐을 추가로 부담하게 될 것이다.

4. 원물반환 vs 가액반환

헌법재판소가 유류분 제도의 위헌 여부에 관한 판단을 함에 있어서, 비록 합헌이기는 하지만 국회의 입법개선을 촉구한 규정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유류분반환시 원물반환을 원칙으로 한 제1115조이다.

원물반환을 원칙으로 할 경우 상속인들 간에 매우 복잡한 법률관계를 발생시키고(특히 부동산이나 주식), 결국 추가적인 다툼이 발생하여 분쟁의 일회적 해결에 지장을 초래하는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일본에서도 최근 민법을 개정하여 종래 원물반환 원칙이었던 것을 가액반환 원칙으로 변경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앞으로 유류분 제도를 개정할 때에는 유류분반환을 가액반환 원칙으로 변경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가액반환을 원칙으로 할 경우 재산의 가액을 둘러싸고 첨예한 대립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미래에 개발 가능성이 큰 부동산이지만 아직 시가에는 반영되어 있지 않아서 감정가액은 낮은 경우, 또는 비상장주식과 같이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가 되지 않는 종류의 재산인 경우에는 실제 그것의 시가감정 결과를 당사자 일방 또는 쌍방 모두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즉, 가액반환을 원칙으로 할 경우에는 이처럼 그 재산의 시가에 대한 평가와 관련하여 다툼이 격화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액으로 반환하라고 판결했는데 피고가 줄 돈이 없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해당 재산을 팔아야 할텐데, 그 재산이 팔리지 않을 수도 있고, 팔리더라도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팔릴 수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지연이자 등 그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피고가 입게 되는 문제도 생기게 된다.

따라서 현행 원물반환원칙을 가액반환원칙으로 변경할 때에는 이런 부분들도 세심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조건 가액반환을 원칙으로 하기보다는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법원이 원물반환과 가액반환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5. 공익단체 증여 재산의 유류분 포함 

유류분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별개의견 중에는, 피상속인이 공익단체에 증여한 경우까지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시키는 것에 대하여 입법개선을 촉구한 것이 있다. 이는 피상속인의 정당한 의사에도 반하고 사회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이다.

오래전부터 고려대 기부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필자는 대학에 기부하려는 독지가들을 위한 무료 법률상담을 해왔다. 그런데 그 분들의 고민들 중 많은 부분이 유류분 문제였다. 평생 모은 재산을 모교에 기부하고 싶은데 나중에 자식들이 학교를 상대로 유류분 소송을 제기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이 문제를 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자녀들을 학교로 초대하여 감사패를 수여하면서 달래거나, 전 재산을 기부하지 마시고 유류분만큼은 남겨두시라는 정도의 조언을 해줄 수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만약 유류분에 관한 법개정을 하면서 공익단체에 기부하는 재산을 유류분 반환대상에서 제외하게 된다면, 우리 사회의 기부문화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자식들 눈치 보지 않고 사후에 소송 걱정 없이 마음 놓고 기부를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익단체로서 재단법인뿐 아니라 공익신탁도 많이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상훈 변호사(sanghoon.kim@trinitylega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