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휴대전화에 남편 몰래 설치한 '스파이앱'을 통해 불법으로 녹음한 상대 여성과의 전화통화 파일은 증거로 쓸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위법수집증거의 증거능력은 원래 형사사건에서 문제되었으나, 민사사건에서도 그 논의가 있고, 특히 가사재판에서 배우자의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과정에서 최근 문제되고 있는 가운데 증거능력을 부인한 판결이다.
A(여)는 의사인 남편이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면서 알게 된 B와 교제하자 "남편과 B의 부정행위로 혼인 파탄에 이르렀다"며 B를 상대로 3,30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B는 A가 제출한 불법감청 증거들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며 증거능력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1심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가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B는 A에게 위자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자 B가 상고했다. A는 소송을 내기 전 남편과 협의이혼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4월 16일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부인했다. 다만, 다른 증거에 의해 원고 남편과의 부정행위가 인정된다고 보아 B의 상고를 기각했다(2023므16593).
통신비밀보호법 3조 1항은 통신비밀보호법, 형사소송법,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한 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 대화의 녹음을 금지하고 있고, 같은 법 4조는 3조의 규정을 위반하여 불법감청에 의하여 지득 또는 채록된 전기통신의 내용은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통신비밀보호법 14조 1항은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2항은 4조의 규정은 1항의 규정에 의한 녹음에 관하여 이를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에 따르면 제3자가 전기통신의 당사자인 송신인과 수신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전화통화 내용을 녹음한 행위는 전기통신의 감청에 해당하여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 위반이 되고, 이와 같이 불법감청에 의하여 녹음된 전화통화 내용은 제4조에 의하여 증거능력이 없다(대법원 2021. 8. 26. 선고 2021다236999 판결 등 참조)"고 밝혔다. 또 "이러한 법리는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는 제3자가 같은 법 제14조 제1항을 위반하여 일반 공중이 알 수 있도록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발언을 녹음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은 원고의 배우자인 C는 피고와 팔짱을 끼고 다니고 수차례 식당에서 함께 식사하였으며 피고에게 가방을 사주기도 하는 등 부정행위를 하였고 이러한 부정행위는 원고와 C의 혼인관계가 파탄된 원인 중 하나라고 보아 원고의 피고에 대한 위자료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며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에 관한 원심의 이유 설시에 일부 부적절한 부분이 있으나 C와 피고의 부정행위를 인정하여 원고의 위자료 청구를 일부 인용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