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강남 성형외과에서 프로포폴 맞으며 지방흡입 시술 받던 中 여성 사망…2억 4천만원 배상 판결
[의료] 강남 성형외과에서 프로포폴 맞으며 지방흡입 시술 받던 中 여성 사망…2억 4천만원 배상 판결
  • 기사출고 2024.05.17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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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활력징후 등 감시 · 관찰 소홀"

중국인 여성이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에서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을 맞아가며 지방흡입 · 이식 시술을 받다가 숨진 사고와 관련, 부모가 시술한 성형외과 의사를 상대로 손배해상청구소송을 내 승소했다.  

중국인 여성 A(당시 19세)는 외국인 환자 유치업체의 중개로 2018년 11월 2일 11:40쯤 어머니와 함께 서울 강남구에  있는 의사 B의 성형외과의원을 찾았다. A는 상담실장의 초진 상담과 B와의 상담을 거쳐 복부와 옆구리 등 상반신에서 지방을 흡입한 후 이를 엉덩이 부위에 이식하는 지방흡입과 이식술을 받기로 했다. 곧바로 A는 수술동의서와 마취동의서에 서명했는데, 여기에는 고저혈압 또는 기왕력 부분에 '저혈압' 또는 '저혈압(100/60)'이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B는 2일 13:20쯤부터 시술을 시작하여 다음날인 11월 3일 00:45쯤 시술을 종료했다. 13:30쯤 프로포폴 15cc를 정맥으로 주입하여 A의 수면마취를 유도한 다음 시술이 진행되는 동안 추가로 50cc 앰플 10병을 시간당 50cc의 속도로 총 500cc를 주입했다. 그런데 시술이 끝났는데도 A가 계속 깨어나지 않으면서 산소포화도가 저하되자 B가 119에 신고했다. 구급대원이 B의 병원에 도착했을 당시 의식이 없던 A는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심정지 상태인 것이 확인되었다. 2주 후인 11월 17일 A가 사망, A의 부모가 B의 과실로 딸이 사망했다며 B를 상대로 7억 2,9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2021가합576630)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재판장 최규연 부장판사)는 4월 17일 B의 책임을 100% 인정, "피고는 원고들에게 2억 3,9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프로포폴 마취, 더욱 주의 깊은 관리와 감시 필요"

재판부는 먼저 "진정요법에서 사용되는 대부분 약물들은 용량의존적으로 환자의 심폐기능을 저하시켜서 중추성 호흡기능의 저하와 기도폐쇄로 인한 저산소증, 저혈압 및 부정맥 등이 발생할 수 있고, 또한 진정요법에서 진정의 깊이는 통상 '얕은 진정, 중증도 진정, 깊은 진정, 전신마취 상태'로 구분하는데, 각 단계는 연속선의 개념으로 실제 임상에서는 명확히 구분되지 않아서 의도하지 않게 진정의 깊이가 깊어질 경우 호흡기계 혹은 심혈관계 부작용이 동반될 수 있다"며 "이러한 상황은 때로는 심혈관계 허탈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진행되기도 하므로, 지속적인 감시를 하여 진정 중 및 진정 후 회복기에 발생할 수 있는 이러한 상황들을 조기 발견하고 적절한 처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진정 시 사용되는 약물 중 프로포폴은 전통적으로 사용되는 약물(미다졸람 등)과 비교해 의도된 진정 깊이보다 더 깊은 진정상태를 상대적으로 쉽게 유발하고, 비슷한 진정 깊이에서도 기도폐쇄, 호흡억제 및 심혈관 기능 저하를 더 빈번하게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더욱 주의 깊은 관리와 감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프로포폴을 사용하여 진정 중에는 ①환자의 의식 수준이 목표로 하는 진정의 깊이에 해당하는지를 지속적으로 확인함으로써 약물 용량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고, ②비교적 흔하게 발생하는 환기부전의 발생을 빨리 발견하여 치료할 수 있도록 맥박산소측정기 등을 이용해 산소포화도를 실시간 감시함과 아울러 직접 환자의 호흡 양상을 관찰하는 등으로 호흡 및 산소화 상태를 감시해야 하며, ③혈압도 일정 간격으로 감시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④또한 이러한 환자 상태 감시는 반드시 의사는 아니더라도 시술/수술에는 참여하지 않는 간호 인력 등 독립된 의료진에 의해 이루어져야 하고, ⑤나아가 진정 후 회복과정에서도 환자가 퇴원하기 적절하다고 판단될 때까지 이러한 감시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진정요법의 성격과 프로포폴 약물의 특성에다가 주로 소규모 의원이나 병원에서 프로포폴 진정 시행이 늘어나면서 심각한 부작용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임상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이러한 주의의무는 프로포폴을 이용한 진정 시 적어도 최소한으로 이행되어야 하는 주의의무로 전문적인 장비와 인력을 갖추기 어려운 개인 의원에서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로 준수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는 시술 직전 A의 혈압, 맥박, 체온을 측정했을 뿐, 약 11시간 가량 시술이 이루어지는 동안 한 번도 A의 혈압을 측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피고는 A에게 프로포폴을 이용한 진정(정맥마취,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수면마취'라 불린다)하에 시술을 하면서 시술 도중 및 시술 직후 회복기에 A의 활력징후 및 산소포화도, 호흡 상태 등에 대한 감시 · 관찰을 소홀히 한 과실이 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A는 2018. 11. 3. 00:35경 프로포폴 투입을 종료한 후 20분이 지난 00:55경 자극하고 흔들어도 깨지 않았고, 이후에도 2차례 깨우려 자극해도 깨지 않아서 프로포폴 투입 종료 후 1시간이 넘도록 의식이 회복되지 않았는데, 피고는 위와 같이 A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는 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A에 대해 기도유지를 하고 호흡을 보조하는 등의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만연히 여러 차례 환자를 깨우려고 흔들고 자극하기만 하였다"고 지적하고, "피고는 시술 종료 후 A가 마취에서 깨어나지 않는데도 응급조치 등 필요한 처치를 적절히 하지 않은 과실도 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B에게 응급조치 등 관련 주의의무 위반도 인정한 것이다.

원고들은 피해자의 가동연한을 65세 또는 59세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중국의 노동법, 노동계약법, 취업촉진법 등 관련 법률에 따른 중국 여성 노동자의 퇴직연령이 50세라고 한다며 A의 가동기간을 50세까지로 보고 손해배상액을 산정했다.

또 "피고의 주장을 살펴보더라도 피고가 위와 같이 주의의무를 위반하게 된 데에 특별히 참작할 만한 경위나 사정도 보이지 아니한다"며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지 않고 100% 책임을 인정했다.

B는 이 사건과 관련해 2023년 5월경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되어 현재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