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승진시험 문제 돈 주고 사 승진 취소된 농어촌공사 직원, 급여상승분 반환해야"
[민사] "승진시험 문제 돈 주고 사 승진 취소된 농어촌공사 직원, 급여상승분 반환해야"
  • 기사출고 2024.05.16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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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승진 전후 업무 차이 없으면 부당이득 해당"

농어촌공사가 2003년도부터 2011년도까지 승진시험의 문제출제 및 채점 등을 외부업체에 위탁하여 직원들의 승진시험을 시행하였는데, 승진시험에서 일부 직원들이 사전에 시험문제와 답을 제공받아 시험에 합격하고 그 대가로 금원을 제공하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충청남도지방경찰청장이 2014. 1. 16. 농어촌공사에 직원 62명이 승진시험에서 이러한 부정행위를 하였다는 수사결과를 통보하였고, 농어촌공사가 2009년과 2011년 3급으로 승진한 3명의 승진 인사발령을 취소하고 "각 승진발령은 그 선발과정에 중대한 하자가 있어 무효이므로, 해당 승진일부터 승진취소일까지 받은 급여 중 승진으로 인한 급여상승분은 법률상 원인 없이 수령한 부당이득에 해당한다"며 이들 3명을 상대로 각 2,900여만원, 2,400여만원, 790여만원의 부당이득 반환청구소송을 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비록 피고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승진하여 각 승진발령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피고들이 3급 직원으로서 해당 업무를 수행하고 원고로부터 급여를 지급받은 이상, 피고들이 '법률상 원인 없이' 원고의 재산으로 인하여 부당한 이익을 얻었다거나 그로 인하여 원고에게 어떠한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며 농어촌공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농어촌공사가 상고해 열린 대법원은 "승진 전후 각 직급에 따라 수행하는 업무에 차이가 없어 승진 후 제공된 근로의 가치가 승진 전과 견주어 실질적 차이가 없음에도 단지 직급의 상승만을 이유로 임금이 상승한 부분이 있다면, 근로자는 그 임금 상승분 상당의 이익을 얻었다고 볼 수 있고, 승진이 무효인 이상 그 이득은 근로자에게 법률상 원인 없이 지급된 것으로서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원심으로서는 피고들의 승진 전후 각 직급에 따른 업무에 구분이 있는지, 피고들이 승진 후 종전 직급에서 수행하였던 업무와 구분되는 업무를 수행함에 따라 제공한 근로의 가치가 실질적으로 다르다고 평가할 수 있는지를 살핀 다음, 그에 따라 이 사건 급여상승분이 부당이득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고 파기환송했다.

그러나 환송 후 원심을 맡은 광주고법 재판부가 "피고들이 승진 전후 수행하는 업무의 직무가치가 동등하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다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자 원고가 재상고했다.

재상고심(2023다315391)을 맡은 대법원 제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4월 16일 "환송판결의 파기이유는 환송 전 원심이 피고들별로 승진 전후 실제로 수행하였던 업무 등을 비교하여 각 근로의 가치가 실질적으로 다른지에 관하여 판단했어야 함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임이 분명한데, 환송 후 원심은, 피고들이 승진 전후 실제로 담당하여 수행한 구체적 업무를 비교하지 아니한 채, 승진 전 직급에서 담당 가능한 다양한 업무들의 평균 업무난이도와 승진 후 직급에서 담당 가능한 다양한 업무들의 평균 업무난이도를 비교하여 그 업무의 직무가치가 동등하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며 "결국 환송 후 원심이 환송판결의 파기이유와는 다른 기준으로 승진 전후 제공된 근로의 가치를 판단한 것은 환송판결의 기속력에 반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광주고법의 판결에는 환송판결의 기속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환송판결의 기속력은 ①대법원이 상고이유를 배척했지만, 다른 부분과 함께 파기환송되어 환송 후 항소심으로서는 대법원의 판단과 같이 판단해야 하는 '환송판결의 확정력'과 ②대법원이 환송 후 원심에서 새로운 증거가 나와 판단의 근거가 바뀌지 않는 한 파기환송한 취지대로 판단해야 하는 '협의의 환송판결의 기속력'이 있고, 이 사건은 '협의의 환송판결의 기속력'에 관한 것"이라며 "대법원은 파기환송하면서 승진 전후 각 직급에 따라 수행하는 업무에 차이가 없다면 근로자가 법률상 원인 없이 임금 상당 부당이득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는 이유로 '피고들별로 승진 전후 실제로 수행하였던 업무를 비교하여 판단하라'고 하였는데, 환송 후 원심은 '실제로 담당하여 수행한 구체적 업무를 비교하지 않고 승진 전 직급에서 담당 가능한 다양한 업무의 난이도와 승진 후 담당 가능한 업무의 난이도를 비교'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으므로, 환송판결의 기속력에 반한다"고 설명했다.

2023년 11월 판결이 선고된 대법원 상고심은 법무법인 세종, 이번에 나온 재상고심은 법무법인 뿌리가 농어촌공사를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