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진폐근로자에 장해급여 미루다가 뒤늦게 지급…임금상승분 반영해 지급해야"
[산재] "진폐근로자에 장해급여 미루다가 뒤늦게 지급…임금상승분 반영해 지급해야"
  • 기사출고 2024.05.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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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보험급여 실질가치 하락…재해근로자 보호 필요"

근로복지공단이 요양 중이던 진폐근로자에게 장해급여 지급을 미루다가 뒤늦게 지급하게 됐다면 그때까지의 평균임금 상승분을 반영해 장해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분진작업장에서 종사하던 A씨 2004년 3월 10일 실시된 진폐 정밀진단 결과 진폐병형 제1형의 진폐에 해당한다는 판정을 받았고, 그 즈음부터 요양을 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진폐근로자의 경우에는 요양 중이라도 장해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1999년에 선고된 바 있는데도 장해급여를 지급하지 않다가, 같은 취지의 판결이 계속 선고되자 요양 중인 진폐근로자에 대해 장해급여를 지급하는 것으로 업무처리기준을 변경했다. 이에 A씨가 2016년 3월과 2017년 9월 장해급여의 지급을 신청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지급을 거부했다.

이후 또 다른 진폐근로자가 제기한 소송에서 '장해급여를 청구하더라도 근로복지공단이 요양 중이라는 이유로 거절할 것이 명백하여 장해급여를 청구하지 않았던 진폐근로자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이 소멸시효 항변을 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는 판결이 2018년 1월경 선고되어 확정되었다. 이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이 이러한 경우에는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지 않는다는 내부 기준을 새로 마련해 2018년 4월 5일 A씨의 진폐장해등급이 제13등급에 해당한다는 결정을 하고 A씨에게 장해보상일시금으로 9,011,360원을 지급했다. A씨가 진폐 판정을 받은 2004년 3월 10일 당시 평균임금 91,023원 87전에 장해등급 제13급에 해당하는 장해급여 지급일수 99일을 곱한 액수였다.

A씨는 근로복지공단에 평균임금 정정과 보험금여의 차액 지급을 신청했으나 거부되자 소송을 냈다. A씨는 "장해보상일시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은 진폐정밀진단일인 2004. 3. 10. 당시의 평균임금에 장해급여 지급결정일인 2018. 4. 5.까지의 평균임금의 증감을 거친 금액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36조 3항은 "보험급여를 산정하는 경우 해당 근로자의 평균임금을 산정하여야 할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년이 지난 이후에는 매년 전체 근로자의 임금 평균액의 증감률에 따라 평균임금을 증감하되, 그 근로자의 연령이 60세에 도달한 이후에는 소비자물가변동률에 따라 평균임금을 증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모두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진폐 정밀진단일부터 장해보상일시금 지급결정일까지의 기간은 평균임금 증감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장해보상일시금에 대하여도 산재보험법상의 평균임금 증감제도가 적용된다고 할 것이나, 평균임금 증감이 적용되는 기간의 '종기'는 장해 진단일까지로 보아야 하며, 그 진단일부터 보험급여 결정일까지의 기간에 대하여까지 평균임금 증감제도가 적용되어야 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A씨의 상고로 열린 상고심(2019두45616)에서, 대법원 제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4월 16일 "근로복지공단이 정당한 이유 없이 그 지급을 거부하거나 늦춤으로 인해 보험급여의 실질적 가치가 하락한 경우에는 보험급여 지급결정일까지 평균임금을 증감해야 한다"고 판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평균임금의 증감 제도는 오랜 기간 보험급여를 받거나 오랜 기간이 지난 후 보험급여를 받을 때, 평균임금을 산정할 사유가 생긴 날인 재해일 또는 진단 확정일을 기준으로 평균임금을 산정하여 보험급여액을 정할 경우 보험급여의 실질적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불합리한 결과를 시정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4두2103 판결 참조)"이라고 전제하고, "근로자의 업무상의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고자 하는 산재보험법의 입법 목적과 평균임금 증감 제도를 둔 취지 등을 더하여 보면, 2010. 5. 20. 법률 제10305호로 개정된 산재보험법 시행 전에 지급 사유가 발생한 진폐에 대하여 장해보상일시금을 산정하는 경우 피고가 정당한 이유 없이 그 지급을 거부하거나 늦춤으로 인하여 보험급여의 실질적 가치가 하락한 경우에는 보험급여 지급결정일까지 평균임금을 증감해야 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산재보험법 제36조 제3항 본문은 평균임금을 증감하여야 하는 경우를 특별히 한정하고 있지 않고, 평균임금 증감의 종기에 관해서도 따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고, "통상적인 경우에는 재해근로자가 장해를 진단받아 장해보상일시금의 지급사유가 발생하면 지급 신청을 하여 곧바로 피고로부터 지급결정을 받을 수 있으므로 장해진단일부터 지급결정일까지 평균임금을 증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피고가 정당한 이유 없이 보험급여의 지급을 거부하거나 지급을 늦춘 경우에는 산재보험법은 지연보상을 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피고의 지급 거부나 지체가 불법행위에 이르지 않는 한 재해근로자가 손해를 보전 받기 어렵다. 이러한 제도 미비의 상황에서 부당한 지급 거부 또는 지체 시 보험급여 지급결정일까지 평균임금을 증감하는 것은 재해근로자의 보호와 행정의 적법성 확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평균임금 증감 제도의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 사건은 피고가 정당한 이유 없이 원고에 대한 장해일시보상금의 지급을 늦추어 보험급여의 실질적 가치가 하락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위 보상금 산정 시 적용되는 원고의 평균임금은 그 지급결정일까지 산재보험법 제36조 제3항 본문에 따른 증감을 한 금액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법무법인 사람앤스마트와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가 상고심에서 A씨를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