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형법상 상관명예훼손죄에도 형법상 명예훼손죄의 위법성 조각에 관한 형법 310조가 유추적용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4월 16일 군형법상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 소속 전문군무경력관 A(46)씨에 대한 상고심(2023도13333)에서 이같이 판시, 위법성 조각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22년 3월 본인이 근무하는 기관에 관련된 인터넷 기사에 댓글을 달았다가 기소됐다. 해당 기사 내용의 제보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있으며 업무상 획득한 공적 자료를 보안성 검토 없이 무단으로 제공했다는 취지였다.
1심을 맡은 군사법원은 A씨에게 유죄를 인정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댓글을 게시한 행위는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형법 310조는 "명예훼손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위법성조각사유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군형법에는 이같은 조항이 없으나, 상관명예훼손죄에 대하여도 형법 310조를 유추적용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 사건 댓글과 후문을 통하여 적시한 사실 내지 의견의 주된 요지는 '이 사건 기사는 사실관계를 왜곡한 것이고, 기사에 인용된 제보자의 제보는 업무상 취득한 공적인 자료를 보안성 검토 없이 무단으로 기사에 제공한 것이며, 위 제보는 악의적으로 내용을 왜곡하여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감식단의 많은 직원들과 기관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것이다'라는 것이므로, 결국 이 사건 댓글은 감식단 구성원 모두의 이익 내지 국민의 공적 관심 사안에 대한 내용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군검사가 불복해 상고했으나, 대법원의 판단도 마찬가지였다.
대법원은 "군형법은 제64조 제3항에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상관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 대해 형법 제307조 제1항의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보다 형을 높여 처벌하도록 하면서 이에 대해 형법 제310조와 같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규정을 별도로 두지 않았다"며 "그러나 입법에도 불구하고 입법자가 의도하지 않았던 규율의 공백이 있는 사안에 대하여 법규범의 체계, 입법 의도와 목적 등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평가되는 한도 내에서 그와 유사한 사안에 관한 법규범을 적용할 수 있다고 할 것인바, 형법 제307조 제1항의 행위에 대한 위법성조각사유를 규정한 형법 제310조는 군형법 제64조 제3항의 행위에 대해 유추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그 이유로, "군형법상 상관명예훼손죄는 상관에 대한 사회적 평가, 즉 외부적 명예 외에 군 조직의 질서 및 통수체계 유지 역시 보호법익으로 한다(군형법상 상관모욕죄에 관한 대법원 2015. 9. 24. 선고 2015 도11286 판결 등 참조). 그런데 군형법 제64조 제3항의 상관명예훼손죄는 행위의 상대방이 '상관'이라는 점에서 형법 제307조 제1항의 명예훼손죄와 구별되는 것일 뿐 구성요건적 행위인 명예훼손을 형법상의 개념과 다르게 해석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하고, "따라서 군형법상 상관명예훼손죄와 형법상 명예훼손죄의 불법내용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문제되는 행위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해당하는지를 심사할 때에 상관명예훼손죄가 보호하고자 하는 군의 통수체계와 위계질서에 대한 침해 위험 등을 추가적으로 고려함으로써 위법성조각사유의 해당 여부를 판단하면 충분하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