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로 진입 전 교차로 신호가 황색신호로 바뀐 이상 차량의 정지거리가 정지선까지의 거리보다 길더라도 정지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A씨는 2021년 7월 25일 오전 8시 45분쯤 카마로 승용차를 운전하여 부천시 오정구에 있는 경인고속도로 부천IC 앞 교차로를 지나기 직전 황색신호가 들어왔는데도 시속 약 61.51km로 그대로 위 교차로에 진입해 좌회전했다가 주행방향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지나가던 오토바이를 들이받아 오토바이 운전자(17세)에게 전치 3주의 어깨관절과 경추의 염좌 및 긴장, 무릎의 타박상 등의 상해를, 오토바이에 동승한 또 다른 피해자(17세)에게 약 14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좌측 경골 간부 개방성 골절 등의 상해를 입힌 혐의(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상)로 기소됐다.
재판의 쟁점은 교차로 진입 직전 황색신호가 들어왔을 경우 차량 정지에 필요한 거리가 교차로 정지선까지 거리보다 길어서 브레이크를 밟더라도 교차로 진입이 확실시되는 때에도 정지해야 하는가 여부.
1심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는 "차량 진행 중 정지선 앞에서 황색의 등화로 바뀌었으나 정지선까지의 거리가 차량의 정지거리보다 짧은 경우까지 즉시 차량을 제동하여 정지할 것을 요구한다면 교차로 내에서의 교통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차량 운전자에게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도록 요구할 수 없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6조 제2항 [별표 2]에서 정한 '황색의 등화'의 뜻을 위와 같은 경우까지 정지선 앞에서 무조건 제동하여 정지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당시 피고인 차량 진행방향 기준으로는 좌회전 신호등이 켜져 있다가 황색신호등이 켜졌고, 황색신호등 점등 시점에서 피고인 차량과 정지선까지 거리는 약 8.3m였다. 피고인이 이 사건 교차로의 신호등이 황색신호로 변경된 후 즉시 피고인 차량을 제동하였다고 가정할 경우, 피고인 차량이 제한속도(40km/h)를 준수하여 갔다고 가정하더라도 정지거리는 황색등 점등 지점으로부터 약 15.71 내지 19.04m, 정지선으로부터는 7.41 내지 10.74m 지난 지점에 멈추게 되어 사고 발생 교차로 내에 진입한 위치에 서게 되므로, 결국 교차로 밖까지 계속하여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며 "이처럼 피고인으로서는 교통사고를 일으키는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신속히 교차로에서 빠져나갈 수밖에 없었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대법원 제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그러나 4월 12일 판단을 뒤집어 교차로 직전에 정지하지 않았다면 신호를 위반했다고 보는 게 맞다며 유죄 취지로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24도1195). 교차로 진입 전 황색신호로 바뀌었다면 정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6조 제2항 [별표 2]는 '황색의 등화'의 뜻을 '1. 차마는 정지선이 있거나 횡단보도가 있을 때에는 그 직전이나 교차로의 직전에 정지하여야 하며, 이미 교차로에 차마의 일부라도 진입한 경우에는 신속히 교차로 밖으로 진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위 규정에 의하면 차량이 교차로에 진입하기 전에 황색의 등화로 바뀐 경우에는 차량은 정지선이나 교차로의 직전에 정지하여야 하는 것으로서 차량의 운전자가 정지할 것인지 또는 진행할 것인지 여부를 선택할 수 없으며, 위와 같은 해석이 교차로에서의 자동차 정체현상을 유발하여 위헌적인 해석이 된다고 할 수도 없다(대법원 2006. 7. 27. 선고 2006도3657 판결 등 참조)"고 밝혔다.
이어 "교차로 진입 전 교차로 신호가 황색의 등화로 바뀐 이상 차량의 정지거리가 정지선까지의 거리보다 길 것으로 예상되더라도 피고인이 교차로 직전에 정지하지 않았다면 신호를 위반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그런데도 피고인이 신호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원심에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6조 제2항 [별표 2]의 '황색의 등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