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사가 아닌 공인중개사가 신구 임차인 사이에 권리금계약서를 작성해주고 수수료를 받으면 행정사법 위반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공인중개사 A씨는 2020년 8월 6일경 경기도 분당에 있는 어린이집 부동산임대차계약을 중개하면서 위 어린이집의 종전 임차인과 신규 임차인 사이의 권리금계약서인 '컨설팅(인가용역, 시설 · 권리) 계약서'를 작성하고, 수수료 명목으로 250만원을 받았다가 행정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행정사법은 행정사가 아닌 사람이 타인을 대리해 권리 · 의무나 사실 증명에 관한 서류를 업으로 작성하는 것을 금지한다.
1심을 맡은 성남지원 재판부는 "영업용 건물의 영업시설 · 비품 등 유형물이나 거래처,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 또는 점포위치에 따른 영업상의 이점 등 무형의 재산적 가치는 공인중개사법 제3조, 공인중개사법 시행령 제2조에서 정한 중개대상물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그러한 유 · 무형의 재산적 가치의 양도에 대하여 이른바 '권리금' 등을 수수하도록 중개한 것은 구법이 규율하고 있는 중개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할 것이고, 따라서 법이 규정하고 있는 중개수수료의 한도액 역시 이러한 거래대상의 중개행위에는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9427 판결 등 참조)"이라고 밝혔다.
이어 "권리금은 상가건물의 영업시설 · 비품 등 유형물이나 거래처,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kno-how) 혹은 점포 위치에 따른 영업상의 이점 등 무형의 재산적 가치의 양도 또는 일정 기간 동안의 이용대가로서, 영업권의 양도에 따른 권리금계약을 중개하고 권리금계약서를 작성하는 행위는 공인중개사법 및 그 시행령에서 공인중개사의 업무범위로 정하고 있는 중개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결국 피고인들이 권리금계약을 중개하고 권리금계약서를 작성한 행위는 행정사법 제2조 제1항 제2호를 위반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의 선고유예를 선고했다.
이에 A씨가 "공인중개사의 업무 범위에는 상가건물 임차권 양도 중개가 포함되므로, 공인중개사가 임차권양도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은 적법한 업무수행이고, 임차권 양도와 불가분적으로 결합하여 임차권 양도 시 당사자들이 별도로 합의한 권리 의무를 증명하는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하며 항소했다.
그러나 항소심을 맡은 수원지법 재판부도 "임차권의 양도란 임차인이 임차권을 계약에 의하여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제3자에게 이전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사건 컨설팅계약 및 임대차계약의 체결 경위와 각 계약의 당사자 및 계약 내용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중개한 컨설팅계약과 임대차계약은 기존 임차인의 임대차계약의 효력이 그대로 유지되는 신규 임차인과 기존 임차인 사이 '임차권 양도 계약'이라고 할 수 없으며, 이 사건 컨설팅계약은 어린이집에 관한 영업권 양도 및 이에 따른 권리금 계약에 해당하고 권리금 계약이 공인중개사법상의 중개대상물이 아님은 명백하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도 4월 12일 "원심의 판단에 행정사법 위반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위헌인 법률을 적용한 잘못이 없다"며 A씨의 상고를 기각, 원심을 확정했다(2024도1766).
대법원 관계자는 "공인중개사가 부동산매매계약 또는 임대차계약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계약서를 작성하고 중개수수료를 지급받는 것은 당연하나, 권리금계약은 반드시 이같은 계약에 수반되는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임대차계약을 중개하는 경우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를 중개하나, 통상적인 권리금은 종전 임차인과 신규 임차인 사이에 주고받게 되어 당사자도 중개 당사자와 일치하지 않으므로, 행정사가 아닌 공인중개사가 공인중개사의 업무범위에 들지 않는 권리금계약서 작성을 업으로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