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산재 사고 당해 주치의 소견 따라 수술 받았으면 수술비용 지급해야"
[노동] "산재 사고 당해 주치의 소견 따라 수술 받았으면 수술비용 지급해야"
  • 기사출고 2024.05.11 14:5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행법] "근로복지공단 자문의 소견 증명력 더 높다고 할 수 없어"

산재 사고를 당해 수술이 필요하다는 주치의 소견에 따라 수술을 받았다면 근로복지공단이 수술비용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주치의의 임상적 소견이 특별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면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A씨는 2022년 11월 18일 오전 7시 30분쯤 천안시에 있는 주차장에서 자신이 탄 차량이 절벽으로 추락하는 산재 사고를 당했다. A씨는 B병원으로 후송되어 여러 검사를 받은 후 같은 날 주치의 의견에 따라 'T11~L3 후방유합술 및 기기고정술' 등의 수술을 받았다.

A씨는 같은 해 12월 근로복지공단에 이 사고로 '➀T9 및 T10 부위의 골절, 폐쇄성, ➁T11 및 T12 부위의 골절, 폐쇄성, ➂L1 부위의 골절, 폐쇄성, ➃L2 부위의 골절, 폐쇄성'의 진단을 받았다며 요양급여를 신청, 요양기간을 2022. 11. 18.부터 2022. 12. 2.까지로 하여 요양승인을 받았다. 이후 A씨가 근로복지공단에 이 사고로 인해 지출한 치료비 700여만원을 요양비로 지급해 줄 것을 청구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이 A씨에게 410여만원만 지급하고 나머지 비용인 'T11~L3 후방유합술 및 기기고정술' 수술비용 190여만원과 비급여 비용 97만여원을 지급하지 않자 A씨가 'T11~L3 후방유합술 및 기기고정술' 수술비용을 지급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소송(2023구단61793)을 냈다.

A씨는 "주치의가 T11~L3 후방유합술 및 기기고정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이 수술을 시행했다"며 "피고는 이 수술이 필요하지 않다는 자문의의 소견에 따라 요양급여 불승인 처분을 하였으나, 주치의와 자문의의 소견이 상이한 경우 실제로 진료하고 수술을 시행한 주치의의 소견이 존중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행정법원 서지원 판사는 4월 17일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요양급여 불승인 처분 중 T11~L3 후방유합술 및 기기고정술에 대한 부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서 판사는 "수술의 필요 여부에 대하여는 환자를 직접 대면하고 진료함으로써 상병의 상태와 제반 정황들을 파악하고 이를 기초로 의학적 판단을 내리는 주치의의 임상적 소견이 중요하므로, 주치의의 소견이 특별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면 이는 존중되어야 한다"며 "원고에게 T11~L3 후방유합술 및 기기고정술(이 사건 수술)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서 판사에 따르면, B병원 주치의는 사고 직후 병원에 후송된 원고를 직접 대면하여 엉치 부위부터 발 부위까지 모두 저리다고 호소하는 증상을 청취하고 여러 영상의학검사를 실시하는 등 진료한 후 이를 기초로 원고의 경우 불안정성 골절에 해당하여 이 사건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다음, 수술을 시행했다. 이후 주치의는 2023. 4. 18. 발행한 진단소견서를 통해 '2022. 11. 18. 시행한 흉요추부 CT 및 MRI에 의하면 요추 1번 척추체 골절 및 흉추 11, 12번 극돌기 골절, 흉추 12-요추 1번 우측 후관절 골절 소견이 보여 불안정성 골절(굴곡 신전 손상)에 해당하였으므로, 이 사건 수술을 시행하였다'는 의학적 소견을 제시했다. 법원 진료기록 감정의(정형외과)도 '원고의 경우 흉추 12번 추체 높이 감소 및 후방 골편 돌출은 소량이었지만, 척추의 3주 중 전주 및 중주(흉추 12번 추체 골절), 후주 모두 손상(흉추 12-요추 1번 사이 후관절 골절)되어 불안정성 골절에 해당하고, 관련 논문에서 구분한 여러 항목별로 점수를 계산하여 총점 5점 이상부터 수술이 필요한데, 원고의 경우 흉추 12번 골절(2점), 후방 인대 복합체 손상(3점), 신경근 증상(2점)으로 총 7점에 해당한다. 따라서 원고에게 이 사건 수술이 필요하다'는 의학적 소견을  제시했다.

서 판사는 "법원의 촉탁에 의한 감정인이 전문적인 학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감정 과정을 거쳐 제출한 감정 결과는 그 과정에서 상당히 중한 오류가 있다거나 상대방이 그 신빙성을 탄핵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다면 이를 쉽게 배척할 수 없고 현저한 잘못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하여야 하는바(대법원 2009. 7. 9. 선고 2006다67602, 67619 판결 등 참조), 위 감정의의 의학적 소견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적이지 않다는 등 이를 배척할 만한 특별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 자문의(신경외과)들은 '흉추 12번 압박골절은 불안정골절이 아니며, 후방 척주 및 척추경 손상이 없어 이 사건 수술은 타당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하거나, '이 사건 수술은 수술기록지에 기재된 L1 추체 높이 감소 15%, 후방골편돌출 10% 및 소량의 경막외출혈 등의 소견과 흉요추부 MRI, CT 등을 종합해 판단할 때 수술의 적응증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수술의 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의학적 소견을 밝혔으나, 피고 자문의들의 의학적 소견에 따른 증명력이 법원 감정의 및 원고 주치의의 의학적 소견보다 높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한민앤대교가 A씨를 대리했다.

판결문 전문은 서울행정법원 홈페이지 참조.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