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공지된 정보 조합했어도 통상적 입수 어렵다면 영업비밀 해당"
[IP] "공지된 정보 조합했어도 통상적 입수 어렵다면 영업비밀 해당"
  • 기사출고 2024.05.05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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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LG전자 가정용 맥주제조기 공정흐름도 빼돌린 전 임직원 유죄

공지된 정보를 조합하였더라도 그러한 조합이 해당 업계에 널리 알려져 있지 않고, 피해자를 통하지 않고 입수하려면 비용과 노력이 필요한 경우에는 영업비밀이자 영업상 주요 자산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LG전자에서 상무로 재직하던 A씨는 가정용 맥주제조기 프로젝트팀에서 일하다가 2016년 3월 퇴사해 미국 캘리포니아에 가정용 맥주제조기 업체를 설립하고, LG전자에서 빼낸 자료를 토대로 가정용 맥주제조기를 개발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와 함께 가정용 맥주제조기 프로젝트팀에 있던 부장, 차장 등 4명도 순차적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A씨가 설립한 업체에 입사해 A씨와 함께 가정용 맥주제조기를 개발했다. 검찰은 LG전자의 가정용 맥주제조기에 관한 '영업비밀' 또는 '영업상 주요한 자산'을 사용해 LG전자에 손해를 입혔다며 업무상 배임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 누설 등)의 혐의로 A씨 등 5명을 기소했다. A씨가 설립한 업체도 양벌규정에 따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A씨 등 5명이 빼돌린 자료엔 LG전자 가정용 맥주제조기의 공정흐름도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재판에선 이 공정흐름도를 영업비밀 또는 영업상 주요한 자산으로 볼 수 있는가가 쟁점이 됐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공정흐름도는 개인의 취향과 미묘한 맛의 차이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맥주제조기 시장에서 일정한 품질 수준을 곧바로 구현할 수 있을 정도의 구체적 정보를 포함하고 있지 않고, 다만 전체 자동화 공정의 순서 정도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으로 볼 수 있는바, 위 공정의 순서는 통상적인 맥주 제조 순서 혹은 기존에 출시된 해외 타사 제품의 공정 순서를 종합한 정도의 공지된 정보를 넘어서는 수준의 정보를 포함한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판시, 공정흐름도는 영업비밀 또는 영업상 주요 자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이에 관한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누설 등) 및 업무상 배임죄에 대해 이유 무죄로 판단하고, 나머지 혐의만 유죄를 인정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그러나 4월 12일 공정흐름도 관련 혐의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 유죄라며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22도16851).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죄가 성립하려면 영업비밀을 누설해야 하고,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하려면 영업상 주요 자산을 반출해야 한다. 

대법원은 먼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의 '영업비밀'이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합리적인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한다"고 전제하고, "여기서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다'는 것은 그 정보가 간행물 등의 매체에 실리는 등 불특정 다수인에게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보유자를 통하지 아니하고는 그 정보를 통상적으로 입수할 수 없는 것을 말하고, 보유자가 비밀로서 관리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당해 정보의 내용이 이미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을 때에는 영업비밀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9도8265 판결 등 참조)"고 밝혔다. 또 "회사 직원이 경쟁업체 또는 스스로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할 의사로 무단으로 자료를 반출한 행위가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그 자료가 반드시 영업비밀에 해당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적어도 그 자료가 불특정 다수인에게 공개되어 있지 않아 보유자를 통하지 아니하고는 이를 통상 입수할 수 없고 그 보유자가 자료의 취득이나 개발을 위해 상당한 시간, 노력 및 비용을 들인 것으로서, 그 자료의 사용을 통해 경쟁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정도의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는 해당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6. 30. 선고 2018도4794 판결 등 참조)"고 밝혔다. 대법원에 따르면, 어떠한 정보가 공지된 정보를 조합하여 이루어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조합 자체가 해당 업계에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고 전체로서 이미 공지된 것 이상의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 등의 이유로 보유자를 통하지 않고서는 조합된 전체로서의 정보를 통상적으로 입수하기 어렵다면 그 정보는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은 이어 "기존에 출시된 타사 제품들은 맥주 제조 과정 중 맥즙 제조, 발효 등 일부 공정만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고, 비록 피해회사의 가정용 맥주제조기를 구성하는 개별 구성 부분들이 기존의 타사 제품에 부분적으로 포함되어 있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유기적으로 조합한 피해회사 가정용 맥주제조기의 전체 구성과 유로의 구조는 해당 업계에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다"고 지적하고, "이 사건 공정흐름도는 피해회사가 2014. 9.경 가정용 맥주제조기 개발을 시작하여 관련된 공지 정보들을 수집, 종합하고 여러 실험 등을 거쳐 2015. 12. 28.경 작성한 것으로, 피해회사의 경쟁자가 피해회사를 통하지 않고 이러한 정보를 입수하려면 적지 않은 비용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공정흐름도가 공지된 정보를 조합하여 이루어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조합이 해당 업계에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고 전체로서 피해회사 가정용 맥주제조기의 구성과 유로 구조에 관한 새로운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 등의 이유로 피해회사를 통하지 않고서는 통상적으로 이를 입수하기 어렵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 사건 공정흐름도는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원심의 판단에는 공지된 정보를 조합한 정보의 비공지성 판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A씨 등이 빼돌린 가정용 맥주제조기의 공정흐름도도 영업비밀과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