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노무] 저성과자 인사관리 유의사항
[인사노무] 저성과자 인사관리 유의사항
  • 기사출고 2024.05.03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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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평가자 두고 개선기회 부여 전제되어야

'월급 루팡', 국립국어원이 발표한 2012년 신어 기초자료 보고서에 등재된 말로, 하는 일 없이 월급만 축내는 직원을 뜻한다. 조직에서 '월루(월급 루팡의 줄임말)'라고 불리는 사람이 많을수록 직원들의 업무 의욕과 애사심이 떨어지고 이직률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러니 회사로서는 이들의 퇴사를 바라는 것이 당연지사.

◇권영환 변호사
◇권영환 변호사

정부는 2016년 1월 공정인사지침을 발표했는데, 부제는 "직무능력과 성과 중심의 인력운영을 위한 가이드북"이었다. 그 안에 근무성적 부진을 이유로 한 해고기준이 담겨 있었는데, 노동계는 '고용불안을 키운다'고 비판했고, 결국 해당 지침은 2017년 9월 새로 들어선 정부에 의해 폐기되었다.

重, SK하이닉스 등 판결 잇따라

그렇게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것처럼 보였던 저성과자 해고 문제가, 2021. 2. 대법원이 현대중공업의 저성과자 해고를 정당하다고 판결(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8다253680 판결)하면서 다시 중요한 인사관리 이슈로 등장했다. SK하이닉스의 성과향상 프로그램(PIP) 정당성 인정 판결(대법원 2023. 1. 12. 선고 2022다281194 판결), 현대자동차 저성과자 해고 정당성 인정 판결(대법원 2023. 12. 28. 선고 2021두33470 판결)이 잇따라 나온 것도 저성과자 해고를 더 많이 고려하는 원인이 되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에도 저성과자 해고의 정당성을 부정한 사례(대법원 2022. 9. 15. 선고 2018다251486 판결)는 있었다. 판례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저성과자 해고는 여전히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저성과자 해고의 정당성 판단 기준

징계해고는 보통 최후의 징계수단으로 여겨진다. 대법원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징계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한다. 저성과자 해고 역시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을 요하는 것은 마찬가지.

대법원은 (1)사용자가 근로자의 근 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불량하다고 판단한 근거가 되는 평가가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이루어진 것일 것, (2)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다른 근로자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정도를 넘어 상당한 기간 동안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최소한에도 미치지 못할 것, (3)향후에도 개선될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려울 것, (4)그리고 그것이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는 판단기준을 제시했다. 

여기서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는 근로자의 지위와 담당 업무의 내용, 그에 따라 요구되는 성과나 전문성의 정도,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부진한 정도와 기간, 사용자가 교육과 전환배치 등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 개선을 위한 기회를 부여하였는지 여부, 개선의 기회가 부여된 이후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의 개선 여부, 근로자의 태도, 사업장의 여건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취업규칙에 '근무성적 또는 능력이 현저하게 불량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인정되었을 때'와 같은, 저성과 해고의 근거 규정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해고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근무성적 부진의 정도나 기간, 개선 가능성 등을 검토하여 판례 기준에 부합하는 정도가 되어야 정당성을 인정 받을 수 있다(대법원 2018다251486 판결 참조).

그와 반대로 취업규칙상 '저성과자는 해고 대상'이라는 취지의 규정이 없는 경우라면 저성과를 이유로 한 해고의 정당성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 필요

'저성과자'라는 평가는 자의적 · 주관적이어서는 안 된다. 판례가 제시한 첫 번째 요소이다.

인사평가의 기준을 사전에 공개하고, 평가결과가 나온 후에는 이의제기 절차를 두는 것이 좋다. 특정 평가자 한 명의 판단에 좌우되기보다는 복수의 평가권자를 두는 방식이, 상대평가를 하더라도 평가자에게 최저 등급을 부여하지 않을 재량을 두는 방식이 공정성 인정 가능성을 높인다(대법원 2018다253680 판결 참조).

주관적 · 정성적 평가 항목은 자의적 평가라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 쉽다. 따라서 수치로 계량되는 객관적인 실적 점수를 평가 항목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물론 일부 평가항목에 관해 상급자의 주관적 평가에 좌우될 염려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근무평가기준이 부당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2다31949 판결 참조).

현대중공업 사건의 경우 3년간 하위 2% 평가→ 10개월 간 직무재배치 교육→ 다음 해 상반기 최저등급 평가→ 해고의 절차로 이루어졌다. 최초 낮은 인사평가 시점으로부터 해고까지 약 4년이 소요되었다. 현대자동차 사건의 경우 10년간 5단계 중 하위 2단계 평가를 받았는데, '3년간 하위 2% 미만 평가→ 8년간 7회 성과향상프로그램 참여→ 해고'까지 10년 이상 소요되었다. 즉, 한두 차례의 낮은 인사평가만으로는 부족하다. 나아가 평가결과도 다른 근로자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상태로 지속되어야 한다.

근로자에게 향후 개선 가능성이 없다고 보려면, 회사의 개선 기회 부여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래서 판례는 '사용자가 교육과 전환배치 등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 개선을 위한 기회를 부여하였는지 여부'를 정당성 평가의 고려 요소 중 하나로 보고 있다.

효율적 인력 운영을 위한 조직 개편의 와중에 저성과자를 대기발령한 것이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3개월의 대기발령 기간 동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해고한 것은 정당성을 인정받기에 부족할 수 있다(대법원 2018다251486 판결 참조).

대안적 조치로서 합의사직

사용자와 근로자의 합의로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것은 해고가 아니므로 해고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저성과자를 단기간 내에 퇴사시키고자 한다면 합의사직을 고려함이 바람직하다.

저성과 근로자가 권고사직을 거절하면, 긴 호흡으로 저성과자의 성과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 교육과 전환 배치는 판례가 제시한 개선기회 부여의 수단이다. 업무역량 제고를 위한 교육기회 내지 새로운 업무 부여는 일반적으로 정당하지만, 현업부서 업무와 관련이 없거나 그에 도움이 되지 않는 업무를 부여하거나 실질적인 교육 없이 새로운 업무를 부여하면 오히려 근로의욕을 떨어뜨리고 성취감을 느끼기 어렵게 만들어 저성과자 스스로 퇴직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드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대법원 2018두36929 판결 참조).

권영환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yhkwon@jipyo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