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사랑은 강아지 모양' 만화 제호 저작권 보호 못 받아
[IP] '사랑은 강아지 모양' 만화 제호 저작권 보호 못 받아
  • 기사출고 2024.05.05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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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독창성 인정 어려워"

A는 2020년 10월 2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반려견과의 일상생활을 주제로 한 만화를 게시한 뒤 2021년 1월 27일부터 이 만화에 '사랑은 강아지 모양'이라는 제호을 붙여 2024년 1월 15일 기준 87회까지 연재했다. B는 2022년 9월경부터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 유기 반려견의 임시보호와 입양을 주제로 한 글을 연재하면서, 해당 글을 '사랑은 분명 강아지 모양일 거야'라는 항목(카테고리)에 게시했다. C는 2023년 11월 30일 자신이 운영하는 출판사업체를 통해 B가 위와 같이 연재한 글을 묶고, '사랑은 분명 강아지 모양일 거야' 문구를 제호로 표시한 도서를 발행했다.

이에 A가 '사랑은 강아지 모양' 문구에 관한 저작인격권과 배포권 침해, 부정경쟁행위 등을 이유로 B, C를 상대로 '사랑은 분명 강아지 모양일거야' 제호의 사용금지, 이 제호를 사용한 도서의 판매와 홍보 중지 등을 요구하는 가처분(2023카합21631)을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0부(재판장 임해지 부장판사)는 그러나 3월 14일 "보전의 필요성이 소명되지 아니하여 이유 없다"며 A의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민사집행법 제300조 제2항에서 규정하는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은 다툼 있는 권리관계에 관하여 그것이 본안소송에 의하여 확정되기까지의 사이에 가처분권리자가 현재의 현저한 손해를 피하거나 급박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또는 기타의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허용되는 응급적 · 잠정적인 처분인바, 이러한 가처분을 필요로 하는지의 여부는 당해 가처분 신청의 인용 여부에 따른 당사자 쌍방의 이해득실 관계, 본안소송에 있어서의 장래의 승패의 예상, 기타의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법원의 재량에 따라 합목적적으로 결정하여야 할 것이며, 더구나 가처분채무자에 대하여 본안판결에서 명하는 것과 같은 내용의 부작위의무를 부담시키는 이른바 만족적 가처분일 경우에 있어서는, 그에 대한 보전의 필요성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보다 더욱 신중하게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1993. 2. 12. 선고 92다 40563 판결 등 참조)"고 전제하고,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신청취지 기재와 같은 만족적 가처분을 발령할 정도로 보전의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짧은 문장, 제호 저작물 인정 신중해야"

재판부는 저작인격권 및 배포권 침해 주장에 대해, "저작권법으로 보호하는 저작물이라 함은, 문학 · 학술 또는 예술에 속하는 것으로서 사상 또는 감정을 창작적으로 표현한 것을 말하므로 어문저작물인 서적 중 저작자의 사상 또는 감정을 창작적으로 표현한 부분이라고 볼 수 없는 단순한 서적의 제호는 저작물로서 보호받을 수 없다(대법원 1996. 8. 23. 선고 96다273 판결 참조)"고 전제하고, "위 법리에 ①저작권법은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데(저작권법 제1조), 짧은 문장이나 제호를 저작물로 인정할 경우 오히려 자유로운 창작활동이 위축되어 위와 같은 저작권법의 목적 달성을 저해할 수 있으므로, 그 창작성을 인정함에 있어서는 보다 신중을 기하여야 하는 점, ②'사랑은 강아지 모양' 문구(이 사건 문구)는 '사랑', '강아지', '모양'이라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단어를 어순에 따라 구성한 문장이므로 그 표현형식이 독창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③'사랑'이라는 감정을 '구체적인 형태'에 비유하는 것은 '아이디어'에 해당하는 점을 종합하면, 이 사건 문구가 저작권법 제4조 제1항 제1호의 '어문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부정경쟁행위 주장에 대해서도, "①이 사건 문구가 제호로 표시된 이 사건 만화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약 3년 이상 연재되며 2024. 1. 15.를 기준으로 87회까지 게시되었고, 약 58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한 회차도 있으며, 이 만화 중 조회수 상위 20개 회차의 평균 조회수는 약 20만회에 달하는 사실, ②이 만화는 인스타그램이나 네이버 등을 통해 공유되고 있는 사실, ③채권자가 이 만화를 연재한 이후 다수의 출판사로부터 만화의 출판 제안을 받은 사실, ④채권자가 반려견 관련 유명인으로서 반려견 사료업체 및 유기동물보호협회와 협업한 사실은 인정되나, 현재까지 제출된 소명자료만으로는 이 사건 문구가 채권자의 '상품 표지'로서 '국내에 널리 인식'되었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채권자는 이 사건 만화 중 조회수가 가장 높은 20개 회차, 공유수가 가장 많은 20개 회차의 자료만을 제출하였을 뿐, 만화 전체 회차의 조회수와 공유수에 관한 자료는 제출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만화는 주로 인스타그램이라는 특정 매체를 통하여 조회되고 있고, 이 만화의 주된 수요층은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 또는 반려견을 키우고 싶어하는 사람'과 같이 폭넓을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이 만화 중 특정 회차가 58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하였다거나, 이 만화 중 조회수 상위 20개 회차의 평균 조회수가 약 20만회에 달한다는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문구가 이 만화의 표지로서 국내에 널리 인식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이 만화가 채권자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특별한 제한 없이 무상으로 소비되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고 밝혔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목에서 타인의 상품임을 표시한 표지가 국내에 널리 인식되었는지 여부는 그 사용기간, 방법, 태양, 사용량, 거래범위 등과 상품거래의 실정 및 사회통념상 객관적으로 널리 알려졌느냐의 여부가 기준이 된다(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7도10562 판결, 대법원 2014. 8. 28. 선고 2013도10713 판결 등 참조).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