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골수 검사 중 동맥 파열돼 숨졌는데 '病死'로 기재한 대학병원 교수 · 전공의, 허위진단서작성 무죄"
[의료] "골수 검사 중 동맥 파열돼 숨졌는데 '病死'로 기재한 대학병원 교수 · 전공의, 허위진단서작성 무죄"
  • 기사출고 2024.05.06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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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부검 전 사인 정확히 파악 한계"

골수 채취 과정에서 동맥이 파열되어 숨진 영아의 사인을 '병사(病死)'로 적은 대학병원 교수와 전공의에 대해 대법원이 허위진단서작성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결했다. 부검 전에 사인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이유다.

울산 동구에 있는 대학병원 소아과 교수 A씨와 이 병원 전공의 B씨는 2015년 10월 21일경 생후 6개월 된 영아 C가 골수 채취 검사를 받던 중 숨지자 사망진단서에 사망의 종류를 '병사'로, 직접사인을 '호흡 정지'로, 중간 선행사인을 '범혈구감소증'으로 사실과 다르게 적은 혐의(허위진단서작성)로 기소됐다. 숨진 C는 혈소판과 백혈구, 적혈구 등이 함께 감소하는 범혈구감소증 증세를 보여 골수 검사를 받았다.

부검 결과 3년 차 전공의였던 B가 C의 주치의였던 A의 지시에 따라 C에게 진정마취제를 투여하면서 골수 채취를 시도했으나 실패하자 다른 전공의가 이를 이어받아 골수를 채취했는데, 그 과정에서 주삿바늘이 동맥을 관통해 동맥이 파열되면서 저혈량성 쇼크로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골수 채취 과정에서 영아의 상태가 악화하는데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보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A, B를 기소했다. 아울러 사망진단서에 사망 종류를 '외인사' 또는 '기타 및 불상'으로 적지 않고 병사로 쓴 것도 잘못이라고 판단해 A, B에게 허위진단서작성 혐의도 적용했다.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는 1심과 항소심, 대법원까지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골수 검사 과정에서 동맥이 파열되는 것이 상당히 드문 일이라서 예견하거나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해서 이를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였다.

허위진단서작성 혐의에 대해선, 1심과 2심 재판부가 유죄로 보고 A에게 벌금 500만원을, B에게 벌금 3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그러나 4월 4일 허위진단서작성 혐의 역시 무죄라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21도15080). 법무법인 의성이 1심부터 A, B씨를 변호했다.

대법원은 "의사 등이 사망진단서를 작성할 당시 기재한 사망 원인이나 사망의 종류가 허위인지 여부 또는 의사 등이 그러한 점을 인식하고 있었는지 여부는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 수준 및 사망진단서 작성현황에 비추어 사망진단서 작성 당시까지 작성자가 진찰한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 및 상태 변화, 시술, 수술 등 진료 경과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특히 부검을 통하지 않고 사망의 의학적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부검 결과로써 확인된 최종적 사인이 이보다 앞선 시점에 작성된 사망진단서에 기재된 사망 원인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 사망진단서의 기재가 객관적으로 진실에 반한다거나, 작성자가 그러한 사정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함부로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고 전제하고, "비록 B가 작성한 C에 대한 사망진단서에 기재된 사망 원인이 부검 결과 확인된 사망 원인과 일치하지 않은 점은 인정되나, 사망진단서 작성 당시를 기준으로 보면 그 내용에 거짓이 있다거나 피고인들에게 허위진단서 작성에 대한 확정적 또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는 점에 관하여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C에 대한 부검감정서에 따르면 C는 의인성 손상에 의한 혈복강으로 사망하였고, 이는 골수채취 중 골수채취 바늘이 장골을 관통하여 총장골동맥을 파열시켜 발생한 것으로 보이나, C에 대한 부검감정서는 2015. 11. 7. 작성된 것으로, C를 부검한 부검의나 대한의사협회,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감정의는 일치하여 피고인들이 C에 대한 골수채취 당시 동맥파열로 출혈이 발생하였을 것을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은 C가 골수검사를 위한 골수채취 중 산소포화도가 급격하게 저하되고 상태가 악화되자 진정제 투여 부작용에 관한 치료를 우선적으로 시행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C가 사망에 이르게 되자 진정제 투여에 따른 부작용으로 호흡곤란이 발생하여 사망한 것으로 인식하고 사망진단서에 사망의 종류를 '병사'로, 직접사인을 '호흡정지'로 기재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부검 결과 확인된 C의 사인과 사망진단서에 기재된 사망 원인이 일치하지 않고, 피고인들이 대한의사협회의 「진단서 등 작성 · 교부지침」의 내용과 다르게 사망진단서를 작성한 사정이 있기는 하나, 위 지침은 법률상 구속력 있는 규범으로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 내용상 사망 원인에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나 부검이 실시된 경우 사망진단서에 기재된 사망 원인과 부검 결과에 따른 사인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전제한 것으로 보인다"며 "의사 등은 사망진단서 작성 당시까지 드러난 환자의 임상 경과를 고려하여 가장 부합하는 사망 원인과 사망의 종류를 자신의 의학적인 판단에 따라 사망진단서에 기재할 수 있으므로, 부검 이전에 작성된 사망진단서에 기재된 사망 원인이 부검으로 밝혀진 사망 원인과 다르다고 하여 피고인들에게 허위진단서 작성의 고의가 있다고 곧바로 추단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직접 동맥을 파열시킨 다른 전공의는 별도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되어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에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