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볼보 S60 급발진 의심 사고' 손배소 냈으나 운전자 패소
[손배] '볼보 S60 급발진 의심 사고' 손배소 냈으나 운전자 패소
  • 기사출고 2024.05.02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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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자동차 결함과 무관한 사고 가능성 상당"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재판장 최규연 부장판사)는 4월 17일, 2020년 10월 경기도 판교에서 발생한 볼보 2020년식 S60 T5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와 관련, 차량을 운전한 A(여)와 차량 소유자인 남편, 두 자녀가 자동차의 설계와 제조상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으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볼보자동차코리아와 판매사인 에이치모터스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21가합522145)에서 "사고는 자동차의 결함과 무관하게 발생하였다고 볼 만한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사고는 2020. 10. 28. 11:07:23쯤 정차 중인 이 차량이 아파트 상가건물 앞 도로에서 갑자기 출발하여 최대 120km/h가 넘는 속도로 약 500m 진행한 이후 차도가 없는 분당판교청소년수련관 내부로 들어가 국기게양대와 충돌하여 발생했다. 이 사고로 A가 외상성 지주막하 출혈 등 전치 20주에 해당하는 상해를 입었으며, A의 남편은 사고 발생 약 7개월 전인 2020년 3월 볼보자동차코리아가 수입한 이 차량을 에이치모터스로부터 52,170,000원에 구입했다.

◇사고가 난 차량과 같은 모델인 볼보 S60(볼보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사고가 난 차량과 같은 모델인 볼보 S60(볼보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원고들은 제조물책임법 등에 따라 2억 3,000여만원의 손배배상을 요구했다.

급발진 제조자 책임 인정 한 번도 없어

재판부는 먼저 제조물책임법에 관한 손배배상 주장과 관련, "자동차의 급발진 의심 사고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고 그중에는 실제 급발진이 발생한 경우가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움에도, 우리나라에서 급발진으로 제조자에게 책임을 인정하는 종국적인 판단은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급발진 의심 사고에서 제조물책임을 묻기 위한 소비자의 증명책임을 좀 더 완화할 필요성이 있으나, 다만 자동차의 용도 자체에서 소비자 측의 원인으로 유발될 수 있는 다양한 사고의 가능성을 고려하면, '사고가 발생한 사실'만으로 결함을 추정하거나 '결함이 존재하지 않는 사실'에 관한 증명을 제조업자가 해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사정 등을 고려하면, 급발진 의심사고에서 소비자 측의 위 요건의 증명은 일단 '일반인의 상식과 경험 등에 비추어 사고의 양상이 비정상적이라는 사실'을 통해 해당 사고가 통상적으로 발생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한 후, 그러한 비정상적인 사고를 유발할 만한 소비자 측의 요인이 없다는 사실을 여러 간접사실들, 예컨대 소비자 측의 신체적 · 정신적 결함, 환경적 요인, 운전경력과 습관, 차량 개조 여부, 사고 회피를 위한 노력 여부 등과 같은 사실들로 증명하면 일응 결함으로 인한 사고 발생을 추정하되, 제조업자가 차량의 결함과 무관하게 그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상당한 가능성을 증명함으로써 그 추정을 뒤집을 수 있다고 보는 등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 사건의 경우 위와 같은 증명 완화의 필요성을 고려하더라도, 사고가 자동차의 결함이 아니어도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는 상당한 가능성이 인정된다"며 "결국 A가 자동차를 정상적으로, 즉 통상의 용법에 따라 합리적으로 사용하는 상태에서 자동차의 결함으로 사고가 발생하였거나 확대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원고들은 자동차가 변속레버가 주차(P) 모드에서 ECU의 오류로 급발진하였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사고 이후 사고를 담당한 분당경찰서 수사관 등은 2020. 10. 29.경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이 사건 자동차의 감정을 의뢰하였는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자동차를 감정할 당시 자동차의 변속레버는 주행(D) 모드에 있었다. 따라서 사고 이후 인위적으로 변경하지 않았다면 사고 당시에 자동차의 변속레버는 주행(D) 모드에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며 "사고 직전에 자동차의 변속레버는 주차(P) 모드가 아닌 주행(D) 모드에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ECU는 자동차의 엔진의 내부 동작을 제어하는 전자제어장치를 말한다. 

재판부에 따르면 또 이 자동차가 정지 상태에서 갑자기 출발한 이후 사고가 발생할 때까지 자동차의 제동등이 들어오지 않았다.

이에 대해 원고들은 "ECU의 오류로 가속신호를 발생시켜 중앙 전자 모듈(Central Electronic Module)에 제동페달이 밟히지 않았다는 신호를 주므로 A가 제동페달을 밟았음에도 불구하고 제동등이 들어오지 않은 것"이라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가속신호와 제동신호는 독립적인 것으로 설령 원고들의 주장처럼 ECU가 가속 신호를 발생시켰더라도 운전자가 제동페달을 밟으면 제동등이 들어오는 구조로 보인다"며 "따라서 이 사건에서 제동등이 들어오지 않은 것은, A가 제동페달을 밟지 않았음을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사고가 자동차의 결함과 무관하게 발생하였다고 볼 만한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민법상 하자담보책임, 명시적 보증계약에 따른 보증책임, 부당한 표시 · 광고로 인한 표시광고법상 주장 등 원고 측의 다른 청구원인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종선, 조형수 변호사가 원고들을, 피고들은 김앤장이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