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산업의 회복' 보여준 미 100대 로펌의 2023년 호실적
'법률산업의 회복' 보여준 미 100대 로펌의 2023년 호실적
  • 기사출고 2024.04.17 20:0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M&A, 구조조정, 분쟁 등 고수익성 업무에 집중

2022년 Wachtell Lipton, Davis Polk, Paul Weiss 등 미국의 유명 로펌들은 수익성이 뒷걸음치고 순수입과 이익률의 감소 등을 경험했다. 소송 전문으로 유명한 Quinn Emanuel도 지분파트너 1인당 수익(PEP)과 변호사 1인당 매출(RPL)이 최소 9% 감소했다.

그러나 2023년은 미국 로펌들이 두 단계 정도 뛰어오른 호실적을 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4월 17일 아메리칸로이어(The American Lawyer) 집계에 따르면, 매출 1위 Kirkland & Ellis는 지난해 사상 최초로 매출 70억 달러를 돌파했다. 2022년 Kirkland & Ellis에 밀려 PEP 2위로 내려앉았던 Wachtell Lipton은 지난해 2022년보다 약 120만 달러가 늘어난 PEP 851만 달러를 기록하며 다시 1위를 꿰찼다. 지분파트너 1인당 한국돈(환율 1,382원 기준)으로 환산해 117억원이 넘는 돈을 집에 가져갔다는 얘기로, Quinn Emanuel도 PEP가 전년 대비 39% 늘어나며 Wachtell Lipton, Kirkland & Ellis에 이어 PEP 3위를 기록했다.

매출 6.8%, PEP 9.3% 증가

아메리칸로이어에 따르면, 미 100대 로펌들은 2023년 매출이 평균 6.8% 증가하고, PEP는 평균 9.3% 증가했다. RPL은 전년 대비 4.9% 늘어난 121만 달러를 기록했다. 85개 로펌에서 RPL이 전년 대비 증가하거나 중립을 지켰으며, RPL이 감소한 로펌은 15곳에 불과하다.

2023년은 전 세계적으로 M&A 시장이 1년 내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한 해였는데, 미국 로펌들은 어떻게 해서 아메리칸로이어가 '법률산업의 회복(Resilience)'이란 제목을 달았을 정도로 매출 증가 등 호실적을 거둘 수 있었을까? 

전문가들은 우선 많은 로펌에서, 특히 최상위 로펌들의 경우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수익성이 높은 특별한 유형의 업무에 집중하도록 바꾸었거나 변화 중에 있다며, 회사법 분야를 예로 들면, 그 결과가 너무 중요해 수임료율(billing rates)에 덜 민감한 M&A나 구조조정(Restructuring) 분야를 로펌들이 구조를 다시 짜는 수익성 높은 분야로 생각할 수 있고, 분쟁(Dispute)도 워낙 중요해 로펌이 수임료율을 유지할 수 있는 업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미국의 재야 법조 전체에서의 수임료율 증가율은 평균 8.3%, 미 100대 로펌의 경우 평균 8.6%일 정도로 수임료율이 크게 증가했다. M&A 일은 변경할 수 없는 수임료율의 확보뿐만 아니라 다양한 다른 분야로 일을 보내 업무수요를 창출하는 측면이 있어 이 점에서도 의미 있는 업무로 중시된다.

전문가들은 또 법률실무 결합의 다양화(practice mix diversification), 경력변호사 영입 등을 지난해 미국 로펌들이 매출을 늘린 요인들로 들고, 2024년은 훨씬 전망이 좋다는 의견을 보탰다. 올 1분기 M&A 데이터에 따르면,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메가 딜이 두 배로 늘어 지난해 제자리에 머물렀던 몇몇 로펌들도 2024년엔 M&A 관련 매출에서 의미 있는 증가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2023년 매출 기준 상위 5곳의 순위는 2020년 이후 변화가 없다. 2023년 Kirkland가 전년 대비 10.65% 늘어난 72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1위를 차지했으며, 이어 Latham & Watkins(56.9억 달러), DLA Piper(38.3억 달러), Baker McKenzie(32.9억 달러), Skadden(32.7억 달러)의 순서다.

RPL은 Wachtell이 전년 대비 20.58% 늘어난 427만 달러로 1위를 탈환한 가운데 전년 대비 무려 82.58% 증가한 Susman Godfrey가 396만 달러로 2위로 뛰어오르고, Sullivan & Cromwell이 전년 대비 3.69% 증가했지만 순위는 한 단계 내려앉아 3위를 기록했다. 이어 Cravath(220만 달러)와 Kirkland(205만 달러)의 순서로 '톱 5'를 형성했다. 

PEP는 지분파트너 숫자와 관계되는데, 1위를 차지한 Wachtell(851만 달러)에 이어 Kirkland(796만 달러), Quinn Emanuel(727만 달러), Susman Godfrey(699만 달러), Paul Weiss(657만 달러)가 '톱 5'에 들었다. 반면 비자 발급 등 '이민 전문' Fragomen은 PEP가 전년 대비 26.09% 감소해 가장 높은 감소율을 기록했다. Crowell & Moring(-15.54%), Cadwalader, Wickersham & Taft(-9.6%), Fish & Richardson(-8.85%), Debevoise & Plimpton(-8.53%)도 상당한 폭의 PEP 감소를 겪었다.

지분파트너 줄고, 비지분파트너 증가

전문가들은 특히 지난해 미 100대 로펌의 매출 증가는 6.8%인데, PEP가 이보다 더 높은 9.3% 증가한 점에 주목하며, 여러 로펌에서 지분파트너 증가를 억제하거나 줄이며 비지분파트너(nonequity partners)를 늘린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로펌 중엔 지분파트너 하나만 인정하는 파트너 제도를 운영하는 로펌도 있지만, 많은 로펌에서 지분파트너 외에 비지분파트너를 두는 투트랙의 파트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비지분파트너 제도를 둔 로펌들에선 지분파트너가 될 수 있는 매출 하한을 두어 지분파트너 진입에 제한을 두고, 지분파트너의 매출이 기준에 못미치면 비지분파트너로 내려보내는 로펌이 적지 않다. 지분파트너 숫자가 줄면 같은 매출액이더라도 PEP는 늘어나게 된다.

실제로 지난해 미 100대 로펌의 지분파트너는 2만 1,255명으로, 2022년의 2만 1,469명에서 1% 가량 줄었다. 반면 비지분파트너는 5.3% 증가해 2만 722명이다. 전체 파트너 중 비지분파트너의 비율이 49.4%로 2022년의 47.8%보다 높아졌다. 2년 후 비지분파트너가 지분파트너 수를 능가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한편 2023년 미 100대 로펌의 전체 변호사는 전년 대비 1.8% 늘어난 11만 5,043명이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