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잔디 유지관리 작업' 이유 서울광장 사용 불허 위법
[행정] '잔디 유지관리 작업' 이유 서울광장 사용 불허 위법
  • 기사출고 2024.04.17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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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민주노총, 서울시 상대 승소

'잔디 유지관리 작업'을 이유로 서울시가 민주노총의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한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5부(재판장 김순열 부장판사)는 3월 7일 민주노총이 "서울광장 사용신고 불수리처분을 취소하라"며 서울시장을 상대로 낸 소송(2023구합72448)에서 이같이 판시, "불수리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민주노총은 2023년 6월 노동자대회 등을 위해 7월 5일 밤~6일 아침과 12일 밤~13일 아침 등 두 차례 서울광장을 쓰겠다고 서울시에 사용신고를 했으나, 서울시가 6월 14일 서울광장 잔디에 관한 유지관리 작업을 시행한다는 이유로 불수리 통보하자 소송을 냈다.

서울시 중부공원여가센터는 민주노총이 서울광장 사용을 신고한 같은 날, 민주노총이 잔디광장을 사용하겠다고 한 날을 포함하여 7월 중 9개 일에 잔디광장 통제 후 유지관리 작업을 시행코자 한다며 서울시에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고, 서울시가 잔디 유지관리 작업이 조례상 '공익을 목적으로 지자체가 주관하는 행사'라고 판단해 민주노총의 사용신고를 불수리한 것이다. 서울시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이 사건 조례) 6조 2항은 "1항에 따라 사용신고를 수리할 때에 사용일이 중복된 경우에는 신고순위에 따라 수리하되,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행사를 우선하여 수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1호에서 '공익을 목적으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행사'를 들고 있다.

서울시는 "원고는 이미 서울광장 인근에서 집회를 마쳤으므로, 불수리처분을 취소하더라도 원상회복이 불가능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따라서 이 사건 소는 소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본안전항변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①서울광장 잔디의 유지관리 작업이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이 사건 조례) 제6조 제2항 제1호에서 정한 '공익을 목적으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행사'로서 광장 사용의 우선권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법적 해명이 필요한 점, ②원고를 비롯한 단체들이 잔디 유지관리 작업일과 같은 날에 서울광장에서 집회 또는 시위를 개최할 가능성이 존재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는 반복하여 피고로부터 이 사건 처분과 동일한 사유의 사용신고 불수리 처분을 받을 위험이 있어 그 위법성 확인 또는 불분명한 법률문제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므로,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음은 처분의 적법 여부. 

재판부는 "서울광장의 잔디 유지관리 작업은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이나 이 사건 조례에서 정하는 서울광장의 관리행위에 불과할 뿐 사용행위라고 보기 어렵고, 나아가 조례 제6조 제2항 제1호에서 정한 '공익을 목적으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행사'에도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와 달리 서울광장의 잔디 유지관리 작업이 조례 제6조 제2항에서 정한 우선 수리 대상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서울광장의 잔디 유지관리 작업은 서울광장을 관리하는 행위일 뿐 서울광장을 사용하는 행위에는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서울광장의 잔디 유지관리 작업이 서울광장의 사용에 해당하지 않음은 앞서 본 바 와 같으므로, 이 사건 조례 제6조 제2항 제1호에서 정한 '공익을 목적으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행사'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또 "서울시 중부공원여가센터가 보낸 공문에는 작업내용과 일정 및 대략적인 작업 방법만 기재되어 있을 뿐 사용예정인원, 안전관리계획 등이 기재되어 있지 않아 위 공문이 이 사건 조례 제5조 제1항에서 정한 사용신고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 사건 집회는 서울광장의 잔디 유지관리 작업일로 예정된 9일 중 이틀 동안 개최되므로 피고는 나머지 7일 동안 잔디 유지관리 작업을 실시할 수 있는 점, 서울광장(13,207㎡)은 잔디 광장(6,449㎡)과 화강석 광장(6,758㎡)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피고는 잔디 보호가 필요하다면 적어도 화강석 광장 부분에 대해서는 신고를 수리하여야 하고 잔디 광장 중 훼손의 정도가 심각한 부분에 한하여 출입 통제를 할 수 있었던 점, 조례 제7조 제1항에 의하면 피고는 사용 신고를 수리하면서 수리조건을 붙일 수 있고 실제 피고는 '잔디광장 내 시설물은 원칙적으로 설치할 수 없으며, 불가피하게 설치하고자 하시는 경우 사전협의하여 주기 바랍니다', '우천 시 잔디보호를 위해 잔디광장을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 등 잔디 보호를 위하여 준수해야 할 사항을 조건으로 하여 서울광장 사용신고를 수리하여 왔던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신고를 전부 수리하지 아니한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법무법인 여는이 민주노총을 대리했다. 서울시장은 법무법인 지평이 대리했다.

판결문 전문은 서울행정법원 홈페이지 참조.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