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뇌동정맥기형 색전술 받은 후 환자 숨진 의료사고에 병원 책임 50% 인정
[의료] 뇌동정맥기형 색전술 받은 후 환자 숨진 의료사고에 병원 책임 50% 인정
  • 기사출고 2024.04.18 09:4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천지법] "미세도관 끊어지며 경동맥에 일부 남아 뇌혈관 손상"

뇌동정맥기형 부위에 대한 색전술 시행 후 미세도관이 끊어져 일부가 경동맥 내에 잔류하면서 수술을 받은 환자가 5개월 후 숨졌다. 인천지법 강주혜 판사는 최근 환자 A씨의 아내와 두 자녀가 색전술을 시행한 인천에 있는 종합병원과 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22가단211262)에서 피고들의 책임을 50% 인정,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들에게 모두 2,5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02년 7월경부터 '선천적 뇌동정맥기형' 진단을 받고 뇌경색 치료를 받아 오던 A씨는, 2020년 8월 1일 인천의 종합병원을 찾아 뇌동정맥기형 부위에 발생한 출혈에 대한 수술을 받았다. A씨는 어지러움과 두통 증상이 있어 약 1년 뒤인 2021년 9월 다시 이 종합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받고 혈관을 인위적으로 막아 출혈을 중단시키는 색전술을 시행받기로 했다. A씨는 9월 30일 이 종합병원에 입원해 10월 1일 의사 B씨로부터 뇌동정맥기형 부분에 대한 색전술을 받았다.

그러나 수술을 종료하는 과정에서 미세도관 제거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A씨의 경동맥 근처에서 미세도관이 끊어졌고, 위와 같이 끊어진 미세도관 일부가 경동맥 내에 잔류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뇌동정맥기형 부분에 대한 색전술은 의료기기인 미세도관을 환자의 뇌실에 삽입하고 액체형 색전물질을 미세도관에 넣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수술이 모두 끝난 뒤 경과를 관찰하던 의료진은 다시 뇌출혈이 발생한 사실을 확인하고 같은 날 2차 수술을 했으나, A씨의 뇌부종은 회복되지 않았다. 결국 의료진은 다음날인 10월 2일 A씨에게 머리뼈를 여는 개두술로 혈종을 제거하는 3차 수술을 했으나, A씨는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2021년 12월 요양병원으로 옮겨졌고, 이듬해 3월 뇌출혈로 숨졌다. 색전술을 받은 지 약 5개월 만이었다.

강 판사는 먼저 B씨가 A씨의 뇌동정맥기형으로 발생할 수 있는 출혈 등 위험을 예방하기 위하여 색전술을 선택한 것엔 어떠한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미세도관 파손과 그로 인한 혈관손상 및 뇌출혈을 유발시킨 과실은 있다고 판단했다.

강 판사는 "①색전술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미세도관이 절단되는 사례는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고, 진료기록 감정결과에 의할 때 이 사건의 경우 B가 이 사건 수술 과정에서 미세도관을 제거하려고 당기다가 도관이 혈관기형 내에 달라붙어 잘 빠지지 않는 상태에서 계속하여 당기다가 도관이 중간에 절단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발생하기 매우 드문 사례라는 의견인 점, ②진료기록 감정의는 이 사건 수술과 같은 색전술의 경우 수술을 마친 후 미세도관이 손쉽게 제거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다만 혈관과 유착이 심하면 도관을 원위부로 당기는 과정에서 혈관이 손상되어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점, ③또한 감정의는, 일반적으로 뇌혈관기형에서 비롯된 출혈이 수술 등 치료 과정에서도 발생할 수 있지만 이 사건의 경우 A의 영상, 치료 과정을 고려할 때 미세도관을 제거하려고 견인하는 과정에서 혈관 손상이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된다는 의견을 밝힌 점, ④수술 과정에서 절단된 미세도관은 A의 사망시까지 A의 뇌혈관 내에 잔류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⑤A는 2021. 12. 16. 상태가 악화되었음을 이유로 요양병원으로 전원조치 된 점, ⑥A는 이 사건 수술과 그에 이어 이루어진 2차 수술 및 3차 수술을 받은 후 사망시까지 약 5개월 동안 의식이 없는 상태로 지내다가 사망하기에 이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B는 이 사건 수술 당시 미세도관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A의 뇌혈관을 손상시켰고, B의 이러한 수술상 과실은 적어도 A에게 발생한 출혈 및 의식불명의 상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며 "따라서 B는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책임에 따라, B의 사용자인 병원은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책임에 따라 공동하여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강 판사는 설명의무 위반 주장에 대해선, "이 사건 수술 전날인 2021. 9. 30. 피고 병원 의료진은 A에게 '미파열성 뇌동맥류 혈관내 수술-천자봉합기 포함 동의서'를 통해 수술에 따르는 위험성 및 합병증으로 '출혈, 뇌경색, 심장 기능 이상, 코일 이주, 재협착, 재발 기타 최악의 경우 사망' 등이 발생할 수 있음을 부동문자 및 수기 표시로 설명하였고, A가 하단에 이름을 기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 병원 의료진이 수술에 따른 위험성으로 미세도관이 절단될 수 있다는 점은 별도로 설명하지 않았으나, 미세도관 절단의 결과 또는 증상인 '출혈'이 발생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사망이라는 결과까지도 발생할 수 있음을 A에게 설명한 후 이에 대한 동의를 얻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 판사는 다만, A는 뇌동정맥기형 진단을 받았던 사람으로 뇌동정맥기형은 언제든 뇌출혈, 장애, 사망 등 심각한 합병증을 발생시킬 수 있는 요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 점, 진료기록 감정 결과에 의하면 미세도관이 파손되지 않고 잘 제거되었더라도 뇌경색이나 뇌출혈 발생의 위험은 여전히 존재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수술 과정에서 미세도관이 끊어진 것은 B의 과실 뿐만 아니라 미세도관과 혈관의 유착 역시 원인이 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 피고들의 책임을 50%로 제한했다.

법무법인 부유가 원고들을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