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집무실은 관저가 아니므로 인근에서의 집회를 허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4월 12일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이 "옥외집회금지 통고처분을 취소하라"며 서울 용산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23두62335)에서 이같이 판시, 용산경찰서장의 상고를 기각하고 "통고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제일 변호사가 1심부터 촛불행동을 대리했다. 용산경찰서장은 항소심부터 법무법인 광장이 대리했다.
촛불행동은 5월 28일 오후 5시부터 이태원광장에서 출발해 녹사평역, 삼각지 교차로를 지나 용산역 광장까지 행진하겠다고 용산경찰서장에게 집회 계획을 신고했으나, 용산경찰서장이 집회장소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11조 3호에 규정한 옥외집회 또는 시위가 금지되는 장소라는 이유를 들어 집회 금지 통고처분을 하자 소송을 냈다. 집시법 11조 3호는 '대통령 관저'의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장소를 집회금지장소로 규정하고 있으며, 촛불행동이 신고한 집회장소의 100미터 이내에 용산 대통령 집무실이 위치해 있다.
재판에선 대통령 집무실을 주거공간인 관저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모두 "대통령 집무실은 집시법 제11조 제3호의 '대통령 관저'에 해당한다고 해석할 수 없다"며 "이 사건 집회장소는 집시법에서 집회를 금지한 장소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①집회의 자유는 국민의 집단적 의사표현을 보호함으로써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기본권이고, 집회의 장소를 선택할 자유는 집회의 자유 보장의 핵심적 내용이므로, 절대적인 집회금지장소를 확장하는 것은 특히 신중을 기하여야 할 문제인 점, ②대통령이 사인의 지위에서 누리는 주거의 안정과 평온은 가급적 보장되어야 하더라도, 이와 별개로 국민의 의사에 귀를 기울이며 소통에 임하는 것은 대통령이 일과 중에 집무실에서 수행하여야 할 주요 업무로 볼 수 있는 점, ③따라서 대통령 집무실을 반드시 대통령의 주거공간과 동등한 수준의 집회금지장소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더하여 본다면, 절대적 집회금지장소로 규정된 '대통령 관저'에 대통령 집무실까지 포함시켜 해석할 충분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①집시법 제11조의 각 호는 입법부 및 사법부와 다른 행정부의 본질적인 기능 차이를 고려하여 그 보호법익과 보호의 정도를 달리하는 각 공간에 대 한 집회금지장소를 한정적으로 열거한 것이라 봄이 타당한 점, ②대통령 관저가 대통령의 생활공간에서 독립된 대통령의 직무공간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③대통령 집무실의 기능을 저해할 우려가 높은 유형의 집회들은 집시법의 다른 조항들에 따라 여전히 허용되지 아니하고,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통령 집무실 주변에서 발생하는 폭력적인 범죄행위에 대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집무실을 절대적인 집회금지장소인 '대통령 관저'에 포함된다고 보는 경우 집회의 자유의 핵심적인 내용을 이루는 집회의 장소를 선택할 자유를 과도한 제한이 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집회장소는 집시법에서 집회를 금지한 장소에 해당하지 아니하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에 용산경찰서장이 상고했으나, 대법원도 심리불속행 기각했다.
헌법재판소는 이에 앞서 2022년 12월 대통령 관저의 경계지점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장소에서 옥외집회 · 시위를 할 경우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한 집시법 11조 3호와 23조 1호 중 '대통령 관저' 부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사건(2018헌바48, 2019헌가1)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하고, 2024년 5월 31일을 시한으로 개정될 때까지 잠정 적용을 명했으나, 해당 조항은 현재까지 개정되지 않았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