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폐증을 앓던 치매 환자가 음식물이 기도에 걸려 사망했다.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을까.
1965년 병형 2/1형의 진폐증을 최초 진단받고, 2001년 진폐 2/2형과 tba(활동성폐결핵) 진단을 받아 요양 중이던 A(사망 당시 77세)는 2021년 음식물이 기도에 걸려 숨을 쉬지 못하며 의식을 잃었고,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다음날 흡인성 폐렴으로 사망했다. 이에 A의 배우자가 A가 분진 관련 업무에 종사하며 입은 진폐증과 그 합병증으로 인해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으나 'A는 음식물 흡인에 의한 질식과 이에 따른 폐렴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일 뿐 진폐증과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거부되자,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와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취소하라며 소송(2022구합84895)을 냈다. A는 사망 당시 진폐증 외에도 인지장애 초기~중증 수준의 치매 진단을 받아 치료를 받고 있었다.
서울행정법원 제7부(재판장 이주영 부장판사)는 3월 21일 "A의 사망과 진폐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A가 사망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은 기도 내 음식물의 흡인에 따른 질식이다. 정상인이라면 기도에 이물질이 흡인되더라도 반사적으로 기침을 통하여 배출하였을 것이나, A는 이러한 신체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아니하여 사망에 이르렀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그런데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가 앓고 있던 진폐증이 이러한 반사기능 장애의 유력한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서 A의 사망과 진폐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결(2016두55292 등)에 따르면, 분진작업에 종사하고 있거나 종사하였던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에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진폐증 및 그 합병증 등과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하게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근로자의 진폐병형, 심폐기능, 합병증, 성별, 연령 등을 고려하였을 때 진폐증 및 그 합병증 등과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된다면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하나, 증명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측에 있다.
재판부는 "A의 진폐증은 진폐 정밀진단이 이루어진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정상 심폐기능이 유지되는 경미한 수준이었고, 그와 같은 상태는 사망 시점으로부터 약 10개월 전 마지막 심폐기능 검사가 이루어질 때까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고 지적하고, "A의 사망 시점까지 진폐증은 여전히 경미한 장애 수준으로, 폐기능이 감소하는 추이는 확인되나 의학적으로 유의미한 정도로 심각히 또는 급속히 악화되지는 않았다는 것이 직업환경의학과 감정의와 호흡기내과 감정의의 공통적인 의학적 소견"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A의 사망 시점에 근접한 2020년의 병원 진료 내역은 대부분 치매와 관련된 것으로, A의 사망 무렵 이에 대한 치료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는데, 치매는 연하 저작근과 호흡기근육, 기도반사기능의 약화를 유발하여 흡인성 질식을 초래할 수 있는 주요한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며 "A는 치매와 고령 등 흡인성 질식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별도의 위험인자를 안고 있었고, A의 진폐증이 위험한 수준으로 악화된 소견이 발견되지 않고, 사망 무렵까지도 A의 심폐기능이 정상에 가까운 상태였던 점까지 감안하면, 진폐증으로 인해 호흡근육의 기능과 기도반사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의학적 가능성 내지 소견만으로는 A의 진폐증이 치매, 고령 등의 요소와 함께 작용하여 흡인성 질식을 야기하였다고 추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판결문 전문은 서울행정법원 홈페이지 참조.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