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주주의 감사 선임 주주제안에 감사 추가 선임 여부를 결정하는 선결의안을 주총에 상정한 회사 조치의 적법성을 인정한 결정이 나왔다.
비철금속업체인 D사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 67,544,896주 중 합계 2,886,460주(지분비율 약 4.27%)를 보유한 A 등 소수주주 7명은 2024년 2월 5일경 자신들이 추천하는 감사 후보자 2명을 감사로 선임하는 의안을 3월 28일 개최 예정인 정기주주총회에 상정해달라고 제안했다. D사는 A 등의 주주제안을 수용하되, 이미 감사 1명이 선임되어 있는 점을 고려해 정기주주총회에서 감사 선임 주주제안 의안에 앞서 감사 추가 선임 여부를 결정하는 의안을 선결의안으로 상정하기로 했다. D사의 정관상 감사 정원은 1명 이상이다.
이에 A 등 소수주주 7명이 선결의안의 상정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2024카합5021)을 냈으나, 대구지법 서부지원 민사11부(재판장 차경환 부장판사)는 3월 27일 "감사 추가 선임 여부를 결정하는 선결의안을 정기주주총회의 안건으로 상정하는 것이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A 등의 신청을 기각했다.
A 등은 "감사 추가 선임 여부를 결정하는 이 사건 의안(선결의안)을 먼저 상정하면, 해당 의안은 보통결의 방식에 의하므로 채권자들이 의결권의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이상 주주제안 의안에 대한 표결 자체가 이루어지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선결의안은 채권자들이 제안한 주주제안 의안을 실질적으로 저지하려는 변형 안건으로서, 상법 제363조의2에 의하여 보장되는 채권자들의 주주제안권을 부당하게 침해하고, 대주주의 영향력을 제한하여 감사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감사 선임 결의 시 소수주주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한 상법 제409조 제2항을 부당하게 잠탈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관상 감사 정원의 제한이 없음에도 감사 추가 선임 여부를 주주총회 보통결의를 통해 결정하도록 하는 것은 감사 수를 제한하는 효과를 야기하는 것으로서 실질적으로는 정관을 변경하는 효과를 가진다"며 "선결의안은 정관 변경을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으로 규정한 상법 제434조에 반하여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본안판결을 통하여 얻고자 하는 내용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내용의 권리관계를 형성하는 이른바 만족적 가처분의 경우에는, 본안판결 전에 채권자의 권리가 종국적으로 만족을 얻는 것과 동일한 결과에 이르게 되는 반면 채무자로서는 본안소송을 통하여 다투어 볼 기회를 가져보기도 전에 그러한 결과에 이르게 된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에 관하여 통상의 보전처분보다 높은 정도의 소명이 요구된다"고 전제하고, "선결의안을 주주총회의 안건으로 상정하는 것이 위법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신청은 피보전권리에 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주주제안 의안에는 '기존 감사 외에 2인의 감사를 추가로 선임할지 여부'에 관한 안건과 '채권자가 추천하는 후보자들을 선임해 달라'는 안건이 결합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그렇다면 이 사건 주주총회 안건(선결의안)은 이 사건 주주제안 의안의 내용을 모두 상정하되 그 논리적 순서에 따라 결의 순서만을 분리한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또 "소수주주의 주주제안권에 주주총회에서 결의할 안건의 상정순서나 표결방법을 지정할 권한까지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따라서 선결의안과의 논리적 순서에 따라 이 사건 주주제안 의안이 이 사건 주주총회에 상정되지 않고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주주제안권이 부당하게 침해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감사의 선임은 주주총회 고유의 권한이므로, 주식회사의 정관에서 감사의 정원에 관하여 특별히 규정한 바가 없다면 그 증원의 필요성(이 사건 선결의안)에 관한 판단은 주주총회의 결의사항이고, 상법 제409조 제2항의 의결권제한 규정도 대주주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된 사람이 감사로 선임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지 주주들의 기관구성권을 제한하려는 취지는 아니라고 보인다"며 "만약 채권자들 주장처럼 감사 증원 및 선임을 결합한 하나의 주주제안이 있을 경우 주주총회에서 그 안건 자체에 대한 가부만을 결의해야 한다는 구속력을 인정하면, 적정한 감사의 수에 관한 주주총회의 결의 권한을 박탈하고 소수주주로 하여금 사실상 감사의 인원수를 결정하게 하는 결과가 되어 오히려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김앤장이 A 등 소수주주 측을, D사는 법무법인 태평양이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