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커버스토리] '코리아 데스크' 운영하는 TSMP Thio Shen Yi 대표변호사
[리걸타임즈 커버스토리] '코리아 데스크' 운영하는 TSMP Thio Shen Yi 대표변호사
  • 기사출고 2024.04.0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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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선 계약서 명확해야, 관계 중시 나라에선 JV 권고"

싱가포르에선 설립된 지 120년도 더 된 Allen & Gredhill을 비롯해 Rajah & Tann, WongPartnership, Drew & Napier 등 변호사가 300명이 넘는 '빅 4'가 현지 로펌들을 소개할 때 앞자리에 먼저 이름이 나온다.

이에 비해 1998년에 설립되어 지난해 창립 25주년 행사를 치른 TSMP Law Corporation은 한국으로 치면 차세대 로펌쯤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26년 전 국립싱가포르대(NUS) 법대 학장을 역임한 Drew & Napier 출신의 Thio Su Mien 변호사 등 6명이 시작한 TSMP는 이후 발전을 거듭, '빅 4'에 버금가는 신흥주자로 주목을 받고 있으며, 코리아 데스크를 개설해 한국 관련 사건을 왕성하게 수행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리걸타임즈가 이번 싱가포르 취재에서 전체 변호사가 100명에 육박하는 TSMP의 Thio Shen Yi 대표변호사를 인터뷰했다.

싱가포르변호사협회 회장 역임

Shen Yi 대표는 그의 어머니인 Thio Su Mien이 2001년 로펌 이름을 현재의 TSMP Law Corporation으로 바꿀 때 합류한 TSMP의 창립대표이자 공동 매니징파트너 중 한 명일 뿐만 아니라 2015~2016년 싱가포르변호사협회(The Law Society of Singapore) 회장을 역임한 싱가포르 법조계의 주요 인사로도 유명하다.

◇TSMP Law Corporation의 Thio Shen Yi 대표변호사. 그는 싱가포르변호사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TSMP Law Corporation의 Thio Shen Yi 대표변호사. 그는 싱가포르변호사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싱가포르의 선도적인 분쟁해결(Dispute Resolution) 변호사 중 한 명인 그는 한국 기업을 대리해 국제중재나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Singapore International Commercial Court) 사건에 자주 등장하며, 로펌 경영과 사건 수행에서 전략(strategy)을 중시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도 전략적인 접근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인터뷰는 싱가포르강이 내려다보이는 TSMP의 회의실에서 진행되었다. 코리아 데스크 대표를 맡고 있는 김미정 변호사가 인터뷰에 배석해 거들었다.

-약 2년 전인 2021년 말 코리아 데스크를 개설한 배경부터 듣고 싶다.

'한국어 변호사' 추가 투입 예정

"TSMP는 오래전부터 현대건설이나 GS건설 같은 한국의 좋은 고객들에게 자문해 왔다. 하지만 건설 분야를 뛰어넘어 다른 산업 분야로 한국 고객을 확장, 개척하는 것은 싱가포르 변호사들한테는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싱가포르법엔 정통하지만 우리는 한국어를 못 하고 한국 클라이언트를 상대하려면 한국의 비즈니스 정서도 이해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되지 않았다. 코리아 데스크를 개설하기 전부터 한국 기업들의 싱가포르 진출이 늘어나고 있었는데, 우리는 공식적인(formal) 코리아 데스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김미정 변호사가 코리아 데스크를 맡아 다양한 분야로 한국 관련 업무가 확대되고 있다. 코리나 데스크의 개설은 매우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업무가 늘어나 한국어가 되는 변호사 인력을 추가로 투입하려고 한다."

-TSMP는 해외사무소는 한 곳도 두고 있지 않다.

"Allen & Gredhill 등 싱가포르의 주요 로펌들은 동남아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는 싱가포르에 집중한다. 우리는 말레이시아에 가지 않는다. 한국에도, 홍콩에도 가지 않는다. 그대신 우리는 각 나라에 친구 로펌들이 있고, 우리는 그들과 경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오히려 우리는 그들과 협력한다. 일종의 'best friends' 전략이다.

물론 TSMP엔 동남아 여러 나라의 거래 관행, 법률실무에 정통한 전문가들이 여럿 있다. 또 한국과 중국은 싱가포르 본사에 한국어, 중국어를 구사하는 변호사가 상주하는 코리아 데스크, 차이나 데스크를 두어 관련 업무를 강화하고 있다. 코리아 데스크가 매우 성공적이다."

-한국 기업들이 싱가포르, 동남아에 많이 진출하고 있다고 했는데, 어떤 업종의 기업들이 활발한가.

건설 관련 업무 가장 활발

"우선 건설 분야를 빼놓을 수 없다. 한국의 주요 건설사들이 다 들어와 있다. 지하철 공사를 비롯해 빌딩 건축, 인프라 스트럭처 구축과 같은 공사들이 싱가포르에 계속 있고, 한국 건설사들이 진출해 계약을 따내고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건설은 워낙 분쟁이 많은 분야다. 초기 계약 단계부터 분쟁해결까지 건설은 자문의 범위가 넓다. 가장 업무가 많은 놓칠 수 없는 분야 중 하나다.

그리고 가상화폐 관련 업무는 약간 주춤하긴 했지만 지속적으로 자문수요가 있고, 한국 클라이언트의 자문요청이 늘어나고 있다. TSMP는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Upbit)의 싱가포르 법인이 싱가포르 통화청(MAS)으로부터 주요 결제기관(MPI) 라이선스를 승인받는 거래에 리드카운슬로 자문을 수행, 업비트가 싱가포르에서 디지털 결제 토큰(DPT)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기여했다. 메타버스, AI 관련 업무도 TSMP가 프랙티스하는 분야다.

파이낸셜 서비스도 한국 금융기관의 싱가포르 진출이 계속 이어지고 있고, 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국민연금도 우리 고객 중 한 곳이다. 하나은행, 우리은행, 산업은행 다 싱가포르에 나와 있다. 한국 금융회사들이 싱가포르, 동남아에서 K-파이낸스를 하려고 하는데, TSMP도 그쪽으로 법률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이어 인터뷰에 배석한 김미정 변호사가 최근 싱가포르 로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자문업무 중 하나로 이른바 패밀리 오피스 자문을 들고, 싱가포르가 상속세와 증여세가 없고, 양도소득세와 배당소득세를 매기지 않는 등 세금 혜택이 많아 한국의 기업과 자산가들을 유인하고 있다고 추가했다. 패밀리 오피스란 상속이나 가업승계 등 종합 자산관리에 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일컫는 말로, 싱가포르가 0%의 상속세 등으로 한국 등 외국의 부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다.

김미정 변호사는 한국 고객과 관련해서도 싱가포르의 웰스 매니지먼트 시장이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하려는 한국 상장사의 문의, 싱가포르로 본사를 옮기려는 한국 회사들의 자문요청도 많다고 귀띔했다.

Shen Yi 변호사는 "싱가포르는 동양과 서양의 중간지점이고 동남아로부터 일이 모이는 장소이기 때문에 법률 관련 일이 많다"고 했다. 싱가포르 로펌의 활발한 활동은 물론이고 한국 로펌과 많은 영미 로펌이 싱가포르에 사무소를 두고 변호사를 파견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 기업의 성공적인 동남아 진출, 투자를 위한 조언을 부탁한다.

싱가포르는 영미법 국가

"싱가포르에선 무엇보다도 계약서를 명확하게 잘 쓰는 것이 중요하다. 영미법 국가인 싱가포르에선 계약서를 엄격하게 보기 때문이다. 마리나 베이 샌즈 공사와 관련해 한국 건설사에 자문하면서 계약이 워낙 타이트하게 구성되어 있어 귀하가 협상할 수 없는 계약이라고 의견을 준 적이 있는데, 이런 사정을 가격에 반영해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고 있다. 싱가포르에선 관계보다도 계약의 내용이 더 중요하다.

반면 싱가포르가 아닌 동남아의 다른 나라에 따라서는 계약보다 좋은 관계가 사업할 때 유리한 경우가 있다. 이런 나라에선 단독으로 들어가기보다 좋은 로컬 사업자를 파트너로 선정해 합작투자(joint venture)의 형태로 진출하길 권한다.

TSMP의 변호사들은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에 투자할 때 무엇에 유념해야 하는지 말해 줄 수 있고, 동남아 각 나라의 문화적 특성이나 거래 관행 등에 정통하다. 또 TSMP의 변호사들은 계약서를 명확하게 꾸미는 능력이 있고, 이 지역에서 계속 실무를 수행해왔기 때문에 보다 신속하게, 섬세하게 자문할 수 있다. 동남아 투자와 관련해선 국제 로펌들보다도 TSMP에 얘기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될 것이다."

싱가포르=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