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 2024년 공정거래 정책 전망과 시사점
[공정거래] 2024년 공정거래 정책 전망과 시사점
  • 기사출고 2024.04.02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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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월 8일 '민생 · 혁신 지원하는 공정한 시장경제 구축'을 주제로 2024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을 발표하였다. 공정위의 2024년 업무 추진 방향은 ①'역동경제 뒷받침하는 공정거래질서 확립', ②'중소기업 · 소상공인의 안정적인 거래기반 구축', ③'소비자 권익이 보장되는 환경 조성' 및 ④'대기업집단 제도의 합리적 운영'을 추진 대상 핵심 과제로 삼는 한편, ⑤공정거래 자율준수 문화 확산, 분쟁의 자율적 해결, 협업소통에 기반한 공정거래 정책 추진, 인프라 확충을 통해 핵심 과제들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2023년 정책과 같은 방향

공정위의 올해 업무계획은 기본적으로 2023년에 추진하였던 정책 목표 및 방향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고물가 · 고금리가 지속되는 국면에서 경제주체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한편, 산업구조 측면에서도 디지털경제가 심화되면서 새로운 유형의 소비자 피해 또는 불공정거래가 야기되고 있어 '민생 안정'을 위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라 기존에 입법화 등으로 추진해 오던 정책을 보다 구체화하여 가시적인 성과를 보일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하겠다는 정책 의지를 밝힌 것으로 평가된다.

◇고경민(좌) · 김남수 변호사
◇고경민(좌) · 김남수 변호사

디지털경제로 산업구조가 심화되고 AI, 클라우드, OTT 등 연관산업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더욱 증대되는 글로벌 추세는 우리 경제에도 예외가 아니고, 디지털 · 혁신 산업 분야의 공정거래 문제는 이들 산업 분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이들 산업의 전후방에 위치한 중소상공인 및 소비자 등 민생에 밀접한 영향을 가지는 것이 현실이다. 공정위는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AI, 클라우드 · OTT, 기후테크 등 신성장 시장의 경쟁과 혁신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이를 위해 CVC 관련 외부출자 및 해외투자 한도 확대 등 규제 완화를 통한 벤처투자 활성화 및 M&A 과정에서의 기업결합 심사 제도를 개선하는 등 경쟁활성화를 도모하는 한편, 작년부터 추진해 오던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가칭)' 제정을 계속 추진하면서 동시에 플랫폼 기업의 지배력 남용 · 불공정거래 · 약관 감시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는,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에서 규제하고자 하는 주요 행위유형인 자사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최혜대우 요구 등과 모바일상품권의 수수료율, 숙박앱의 광고비 등 가격적인 부분에서도 플랫폼을 이용하는 중소상공인이나 소비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저해하는지 여부가 감시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간접납품시장 불공정거래도 점검 대상

디지털, 플랫폼 분야 이외에도 의식주 · 금융 · 통신 등 민생분야 및 중간재 분야에서의 담합행위나 제빵, 주류, 생활폐기물 수거 등 생활 밀접 분야에서의 독과점 시장구조 및 경쟁제한적 규제, 반도체 유통시장 및 의료기기(간접 납품시장) 등의 불공정거래관행 역시 공정위의 주요 점검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특히 이들 분야의 사업자들은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거래 추진을 위한 사업적 합리성 검토 결과, 거래 상대방과의 협의 경과 등에 대한 근거를 사전에 확보하도록 유의하고 사업 추진 또는 거래 진행 절차와 관련한 내부 시스템을 점검, 보완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인 공정거래 정책 추진 방향이 산업구조 개선을 통한 경쟁질서 확립, 경쟁관계 또는 거래관계에 있는 중소상공인의 지위 강화 등을 일차적인 정책 추진 대상으로 보고 이를 통하여 소비자 이익이 궁극적으로 보호되도록 하는 것이었다면, 디지털경제가 심화되면서 경쟁당국이 변화된 경쟁환경에서의 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직접적인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최근의 추세이다.

공정위 역시 최근 소비자 측면의 공정거래 정책을 유지하면서, SNS, 확률형 게임아이템 등 신유형 거래의 전자상거래법 준수 여부 등 점검을 강화하고, 다크패턴 관련 거짓할인, 유인 판매, 위장광고 등 규율 가능한 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법을 집행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플랫폼 사업자가 디지털경제에서 가지는 위치 및 입점업체,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력 등을 감안하여 입점업체에 대한 플랫폼의 관리책임 강화 등 플랫폼 사업자의 소비자책임성을 제고하고, 전자상거래법 개정을 통해 해외 소재 숙박플랫폼, 온라인종합쇼핑몰 등에 대해 국내 대리인 지정의무를 부과하는 한편 플랫폼의 법 위반 의심 사업자에 대한 거래 중단 목적의 임시중지명령 발동요건을 완화하는 등으로 규제를 강화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그린워싱' 및 미용 · 스마트폰 · 건강관리기기 관련 허위과장광고 행위 및 할부거래 · 상조 등 소비자 피해 다발 분야에서의 위법행위가 공정위의 집중 감시, 점검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납품단가 연동제' 감시 강화 예상

공정위는 작년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도입된 '납품단가 연동제'가 정착될 수 있도록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감시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적으로는 제조업 및 건설업에서 납품단가 연동의 구체적인 내용 점검에 앞서 연동제를 회피하기 위한 대기업의 탈법행위(예: 쪼개기계약, 납품대금 미연동 강요 등) 여부를 감시하기 위한 활동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건설업, 소프트웨어, 생활가전 등 불공정 하도급 거래 우려 업종에 대한 감시 및 자동차부품, 에너지설비 분야에서의 부당한 기술자료 요구 · 기술자료 제3자 제공행위 등을 집중 감시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소상공인의 비중이 높은 가맹사업 분야 및 유통 · 대리점에 대한 감시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계속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하여 가맹점주에게 불리하게 거래조건을 변경할 경우 점주와의 협의를 의무화하거나, 가맹점 필수품목에 대한 가격산정 방식 등을 구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특히 외식업종 등 가맹본부의 불공정행위가 우선적인 점검 · 시정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통 · 대리점 분야의 경우 연쇄거래구조에 따른 불공정행위 및 편의점 · 가구 · 타이어 등 분야가 불공정관행 집중 감시 대상으로 예상되며,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을 통해 판촉비 부당전가행위 관련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정액 과징금 한도 상향 등으로 집행의 실효성 제고를 추진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정책의 경우 부당한 경제력 집중을 방지하기 위하여 부당내부거래 등 행위에 대한 감시를 계속하는 한편, 제도적인 측면에서는 현시점에서 과도하거나 불합리한 것으로 보이는 대기업집단 규제를 구조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는 작년에 이어 식음료 · 제약 · 의류 등 민생업종 및 시장점유율 또는 영향력이 높은 중견기업집단에 대한 부당내부거래를 중점 점검하고, TRS 등 거래가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채무보증 거래를 우회하는 탈법행위로 확인될 경우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공시대상 지정기준 GDP 연동 추진

이와 더불어 공정거래법 및 시행령 개정을 통해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GDP에 연동하는 방식으로 변경을 추진하고, 외국 국적자에 대한 동일인 지정 여부 등에 대해서도 경제 환경 변화에 맞춰 명확하고 합리적인 기준 마련을 추진할 예정이다. 한편 금산분리 관점에서 그동안 다소 경직되게 시행되어 온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금융 · 보험사의 의결권 행사 제한의 경우, 핀테크 등 금융 밀접업종 계열회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개선하는 한편, 의결권 행사 제한 등의 대상이 되는 금융 · 보험사의 범위를 법률에 명시 · 열거하여 제도의 효과를 제고하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기존의 공정거래위원회만의 행정적 수단에 국한하지 않고, 다른 행정기관 및 사법기관의 협력 수단을 제도화하는 방법으로 다양한 행정적 수단, 민사 · 형사적인 구제수단을 병행함으로써 정책의 실효성을 강화하려는 것이 공정거래 정책 집행 방법의 측면에서 최근 두드러진 점인데, 그 과정에서 다양한 민사 · 행정 · 형사 등 다양한 절차에 대응하는 입장인 기업의 입장에서 부담이 증가하는 것도 사실이다.

사인 금지청구제 도입 추진

공정위는 하도급법 개정을 통해 기술자료 유용의 피해자 지위에 있는 중소기업이 민사 가처분을 통하여 신속히 침해행위 금지를 도모하는 '사인 금지청구제'를 새로운 민사적 구제수단으로 도입 추진하는 한편, 하도급법 위반으로 공정위 시정조치가 완료된 사건도 분쟁조정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중소기업의 민사적 분쟁해결 수단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 AI, 소프트웨어 등으로 인한 사고의 배상 및 피해자 증명책임 완화를 위한 제조물책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하여 법 위반으로 인한 피해기업이 법 위반 사업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경우 공정위가 보유한 자료를 법원에 적극 제공하는 방안은 피해기업의 증명책임을 실질적으로 경감하기 위한 방안으로 해석된다. 한편 현재 공정거래법에만 규정된 법원의 자료제출명령제도를 가맹사업법 · 대규모유통업법 · 대리점법 등 소위 '유통 3법'으로 확대 추진할 예정이다.

공정거래 법령의 형사적 집행의 측면에서, 검찰의 공정거래 형사 분야 수사 및 정책 방향은 ①'담합, 사익편취, 부당내부거래 등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 ②'심각한 반칙행위 원칙적 고발 및 객관적 고발기준 마련 등 전속고발제도의 개선과 공정위-검찰 간 협력 강화'라는 국정과제 이행과 궤를 같이 하고 있는데,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공정위 조사 단계에서부터 형사적 집행에 대비하여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

특히 공정위와 검찰은 2018년 이후 중단되었던 공정위-검찰 간 업무협의체인 공정거래사법협의회를 2022년 11월에 재개하였고, 그 이후에도 여러 현안들에 대해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정위와 검찰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제도 및 검찰총장의 고발요청 제도'를 상호 보유하면서 경쟁법 집행 과정상 상호 견제 및 협력관계에 있는데, 현 정부의 국정과제에서도 두 기관 간의 협력 강화를 중요한 국정 목표로 설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두 기관은 그동안 활성화되지 못했던 협력 강화에 방점을 두고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발과 무관하게 기소

검찰은 공정거래 사건에 있어서 공정위의 개인 고발 여부와 무관하게 위법행위에 가담한 의사결정자를 확인하여 공정위에 고발 요청하거나 일반 형법을 적용하여 기소하고 있는데, 이러한 경향은 현정부 출범 이후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다. 이는 검찰이 과거 공정위로부터 고발이 있는 경우 그 범위 내에서 수사를 진행하여 기소 여부를 결정하던 실무 태도와는 달라진 흐름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검찰은 담합 사건에 대해 공정위의 개인 고발 여부를 불문하고 담합의 의사결정에 관여한 최고 책임자까지 수사를 통해 확인한 후 기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공정위로부터 공동행위 자진신고자 지위를 인정받은 사업자(법인) 소속 임직원 개인에 대해서도 형법상 입찰방해죄 등을 적용하여 기소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검찰의 수사 방식은 당분간 일관되게 계속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검찰은 형사 리니언시 제도 시행 등을 통해 공정거래법 위반 관련 혐의 정보를 조기에 취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였고, 사안의 중요성 및 시급성 정도에 따라 공정위 조사 절차 이전 또는 공정위 조사 절차와 병행하여 수사에 착수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검찰은 최근 1, 2년간 이와 같은 담합 정보 등을 활용하여 압수수색 등 강도 높은 강제수사를 병행하고 있는데, 검찰의 공정거래 관련 수사의 강도는 과거에 비해 매우 높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고경민 · 김남수 변호사(김 · 장 법률사무소, kmkoh@kimch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