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강원 정선군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숙성 · 발효시키는 방법으로 식초를 제조했다. A씨는 2020년 4월 11일경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환자와 가족들이 다수 가입되어 있는 인터넷 카페에 자신의 노모가 파킨슨병으로 투병 중인데 자신이 직접 제조 · 발효한 식초를 섭취해 파킨슨병에 수반되는 변비 등의 증세를 해소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어 5월 5일경 위 글을 보고 연락한 B씨가 A씨에게 자신의 장모가 파킨슨병으로 인해 변비, 복통이 심각한 상황인데 해결이 가능한지 문의하자, 정확한 처방을 위해 직접 환자를 봐야 알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하며 B씨를 자신의 집으로 방문하게 했다. A씨는 2020년 5월 9일 위와 같은 자신의 권유로 방문한 B씨에게 자신이 직접 제조하고 7년간 발효한 식초를 판매하고 1,240만원을 받았다. 그러나 A씨의 식초는 파킨슨병에 수반되는 변비 증세를 완화하거나 해소하는 효능이 전혀 입증되지 않은 것이었다. 검찰은 A씨를 사기와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식품제조업을 하려는 사람은 식품위생법 시행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영업 종류별 또는 영업소별로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또는 특별자치시장 · 특별자치도지사 · 시장 · 군수 · 구청장에게 영업등록하여야 하며, 영업자가 아닌 자가 제조 · 가공한 식품 등을 판매하여서는 아니 된다.
A씨는 "식초는 영업을 위해 제조한 것이 아니라 자신과 가족들이 먹기 위해 만든 것으로 식품위생법상 영업등록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식품위생법령상 즉석판매제조 · 가공업에 해당해 영업등록 대상이 아닌 영업신고 대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A씨의 다른 공무집행방해 혐의와 함께 사기와 무등록 영업으로 인한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A씨에게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은 그러나 12월 21일 A씨의 상고를 받아들여 "피고인의 식초 제조 · 판매 행위는 영업등록이 요구되는 '식품제조 · 가공업'이 아니라 영업신고가 요구되는 '즉석판매제조 · 가공업'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며 무등록 영업으로 인한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는 무죄라는 취지로 사건을 춘천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23도8730).
식품위생법령에 의하면, 식품제조 · 가공업은 영업등록이 요구되나, 즉석판매제조 · 가공업은 영업신고가 요구되며, 즉석판매제조 · 가공업이란 '총리령으로 정하는 식품을 제조 · 가공업소에서 직접 최종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영업'을 말한다.
대법원은 "식품위생법령은 통 · 병조림 식품을 제외한 모든 식품을 즉석판매제조 · 가공업의 대상 식품으로 규정하는 한편, 식품 제조기간의 장단에 따라 이를 달리 취급하지 않고 있다(같은 별표 제1호 참조). 또한 식품위생법령은 식품제조 · 가공업자가 제조 · 가공한 것을 즉석판매제조 · 가공업자가 자신의 업소 내에서 직접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경우에는 식초 등 일부 식품을 즉석판매제조 · 가공업의 대상 식품에서 제외시키고 있는바(같은 별표 제2호 단서 참조), 즉석판매제조 · 가공업자가 같은 별표 제1호에 정한 식품을 스스로 제조 · 가공하여 판매하는 경우에는 같은 별표 제2호 단서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고 전제하고, "이러한 법리에 따르면, 이 사건 식초의 제조기간이 7년 정도에 이른다거나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제37조 [별표 15] 제2호 단서에 따라 같은 호 본문의 식품에서 식초가 제외된다는 점만으로는 피고인이 스스로 제조 · 가공하여 판매한 이 사건 식초가 즉석판매제조 · 가공업의 대상 식품에서 제외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식초가 즉석판매제조 · 가공업의 대상이 아니라고 단정한 나머지 피고인이 제조 · 가공업소인 그 주거지에서 이 사건 식초를 직접 최종소비자에게 판매하였는지에 관하여 아무런 심리를 하지 아니한 채 피고인의 식초 제조행위가 영업등록이 필요한 식품제조업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며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즉석판매제조 · 가공업이나 그 대상 식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법무법인 비엘에스가 A씨를 변호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